180223

2018. 2. 23. 04:02 from 흘러가는대로

1. 너무 오랫만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반년마다 한번씩 웹사이트 개편되던데 티스토리의 편집 박스는 너무 변한 게 없어서 당혹스럽네. 실로 오랫만에, 학부 시절 썼던 글이 하나 읽고 싶어서 들어왔다가 노스텔지어에 휩싸여 버렸다. 헤더에 걸려있던, 목선이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이 그리웠는데 내가 언젠가 바꾼답시고 지워버렸던 게 생각났다. 아쉽다. 좋은 사진이었는데.


2. 요즘 부쩍 나에게 남은 것은 내 명함과 ㅇㅇ의 여자친구라는 포지션 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도 않고 음악을 잘 듣지도 않는다. 퇴근하면 지쳐서 사지도 않을 인터넷 쇼핑몰들과 네이트 판, 네이버와 다음의 흥미성 카페글들을 전전할 뿐.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으면서도 머리를 멈추게 하는 마약에 자꾸 빠져들어서 퇴근 후 꿀같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쏟아부은지 1년 반. 하지만 무채색 인간이 되어가는 그 기분 썩 좋지 않더라. 그래서 올해 목표는 내 mojo를 되찾는 일. 더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자고 다짐한 게 1월 1일인데 이제 구정 지나서 음력 새해에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다짐도 먹히지 않을 2월 말이 왔다. 심지어 겨울 다 가고 봄 직전임. 


3. 고백하자면 텀블러로 옮기려고 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1) 티스토리 망하면 내 글들 다 날라갈까봐. 근데 용케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 2) 텀블러가 유튜브 영상 올리기 훠어어어어어어얼씬 편함. 그냥 버튼 하나면 돼. 티스토리는 글 작성-html-url복붙 등 프로세스가 많은데 말이지. 근데 지금 다시 보니 그런 수작업도 너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아님 나도 나이들어가니 점점 빨라지고 쉬워지는 것들에 지쳐가는 걸수도. 아 3) 트위터 중독됨(...) 그러는 동안 가끔 들어와서 쓰는 긴 글보다 생각날 때 짧게 쓰는 개소리 형식의 글쓰기에 더 익숙해진 듯하다. 티스토리 요즘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스마트폰 앱 너무 구렸어.. 인정하잖아...


4.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짜로부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7년은 배신과 수치심으로 얼룩진 해가 되었다.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나를 상처 준 피해자 옆에서 바로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과거"로 치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많이 왔고 정 가슴이 답답할 땐 정신적으로 채찍을 휘두르거나 실제로 싸대기를 날리고 있기 때문에 견딜만하다. 


5. 티스토리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일시적으로 드는데, 왜 그런진 모르겠다. 여기 있을땐 방문자도 그닥 안 늘고 텀블러와 달리 회원 수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 많이 했었는데, 오늘은 애초에 그런 것들이 언제 중요했나 싶다. 애초에 내 안의 목소리와 내 취향, 내 20대를 담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으니까. 없어지지만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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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