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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8. 01:28 from 흘러가는대로

1. 블로그에 업로드가 줄어든 시기와 트위터를 열심히 한 된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순간의 욱하는 감정과 지나가는 생각을 기록한 단문들이 마음을 쏟아내던 장문을 대체하게 된 걸까. 요즘 하루하루의 마감을 해치우는 데 급급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지 않게 됐다고 느끼는 것에도 그 영향이 있을까. 


짧은 실시간의 문장들은 몇 줄이 쌓여도 장문만큼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2. 듣고 싶은 음악이 없다. 귀가 가는 음악이 없고 마음이 움직이는 곡도 없다. 음악감상이 취미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른도 안 돼서 젊은 날을 반추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정말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 의무가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얼마나 보고 듣고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프로의식이 떨어진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음.


3. 퇴근 후를 기다리게 만드는 친구가 생겼다. 우리 집에서 30분. 엎어져서 코앞이라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근 몇년간 사귄 친구 중엔 가장 가까운 거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각각 한 번, 가장 친한 친구와 이별하면서 우정에 대한 미련을 놓아버렸었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친구를 사귀기 위한 노력을 멈추었고 무리에 들기 위한 처절함도 졸업했다. 


그럼에도 인연이라는 건 정말 있는지, 타이밍과 마음이 맞아서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매년 한두명씩 생겼었다. 매일 붙어있거나 매일 연락하는 종류의 친구들. 동성인데도 혼자 마음속으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이 깃드는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 앞에선 예쁘게 꾸미고 싶고,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고, 꿈을 나누고 싶고, 어제와 오늘을 얘기하고 싶었다. 나의 가장 추한 부분까지도 고백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여전히 관계가 영원하리라고 믿지는 않았다. 대신 그 친구들과 상황이 맞고 마음의 크기가 맞는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 사정이 생겨서 바빠지거나 더 이상 공통분모의 화제거리가 없어져서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붙어 있는 그 시간만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서로가 맞닿은 인연을 충실히 다 하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생겼을 땐 더 소중히 하고 서로가 좋을때 더 많이 봐야 해. 그래서 요즘 퇴근이 기다려지고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너와 즐거운 걸 하는 그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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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