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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4. 11:13 from 흘러가는대로 /NYC

뉴올리언스 공항에 앉아 개떡같은 기분을 이기지 못해 블로그를 켰다. 블로그에 새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9월부터 했는데 단 한번도 실행하지 않았다. 그만큼 기분이 개떡같단 뜻이다. 가장 개떡같은 것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기분이 개떡 같은지 도무지 모르겠단 사실이다. 후보군을 나열한다:

 

- 망할 놈의 논문. 이제 슬슬 취재 시작해야 되는데 너무 싫다.. 인터뷰 메일 넣어야 하는데 넘나 귀찮다고요.. 취재하러 다음달에 한국 가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싫다고요.

- 벌써 프로그램의 45%가 지나갔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게 야속하다. 10, 11월은 노느라 통째로 날렸고, 요즘은 수업 시간에 들어가도 집중력이 2시간 이상 안 가는게 느껴짐. 내(아빠) 돈은 어디로 가는 중일까,, 졸업하기 싫어요. 직장생활하다가 학교 오니까 마냥 꿀이다. 작업물을 아무리 개떡같이 해서 내도 내 이름으로 기사 나가는 게 아니니까 부담이 없다. 저널리즘 말고 철학 같은 거 전공할걸 그랬다. 5-7년 학생 생활 할 수 있는 전공으로^^..

- 뉴욕이 좋아질수록 스트레스도 커진다. 한국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결혼의 기대감에 부푼^^,, 한국에서 내내 붙어있을땐 "그래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길이 결혼 뿐이라면 그것도 감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혼자 있으니 알겠다. 저는 전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 와중에 마음의 빚은 늘어만 간다.

- 망할 J. 공공재랑 엮이면 안된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당했는데 이 어리석은 중생은 또 같은 실수를 번복했다. 심지어 2008년과 2014년의 실수를 버무린 새로운 차원의 실책을 저질렀다^^! 하나님 인간은 도대체 언제 배우나요 이 어리석은 중생을 구원하소서...

- 뉴올리언스 여행은 50%가 J 때문에 저지른 만행이다. 이 공항에 가장 먼저 도착해 친구들을 기다리려니 현타가 밀려온다.

 

나는 다행히 20대 초반에 sex and the city를 완주했기 때문에 서른 살에도 내 인생의 갈피가 잡히지 않을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대 중반이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서른 살의 나이에 뉴욕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 팔할은 sex and the city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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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