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34살이 되었다. 생일 당일 날엔 점심으로 차돌짬뽕과 탕수육을 먹었다. 지난번 한국 다녀온 이후로 처음 먹은 중식이니 6개월만이다. 그리곤 웨스트빌리지로 이동, 허드슨강가에 돗자리 펴고 낮잠을 잤다. 그 전날엔 바다에 갔다가 해가 지고 나선 자전거 타고 브루클린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맨하탄과 브루클린 풍경을 보니 새삼스럽게 믿기지 않았다. 30대 중반을 뉴욕에서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기를 30대가 되어서야 맞이할 거라곤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2019년 10월 뉴욕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해가 저물때쯤 덤보 강가에 앉아 맨하탄을 바라보면서 여기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 반짝이는 건물들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멋있을까 나는 다음 생을 노려야 하는 걸까 한탄했던 것. 민영과 브루클린다리를 건넌 그 날 밤은 바람이 유난히 쎘다.
매일매일의 삶은 그저 집-오피스를 왔다갔다하는 직장인일 뿐인데, 2019년의 기억 때문인지 브루클린다리에 올라올 때마다 아 나 여기 진짜 살고 있구나 새삼 감동한다. 나 정말 버텼구나. 나 여기 살고 있구나. 나라만 바뀌었을 뿐 나는 같은 사람이라, 하루하루는 소소하게 불행하지만 거시적으론 행복하다. 누구의 시선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한국에서 거의 평생 나고 자라 초중고대-직장생활 5년을 하고도 완벽히 사회에 융화되지 못해 괴로웠던 나는 전세계 미운오리새끼들이 모여사는 뉴욕에 와서야 남들과 다른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되었다. 저축은 커녕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해가며 돈을 까먹고 있는데도 이 도시를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고마움 때문이다. 나를 편안하게 해준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