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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20

2025. 7. 21. 12:18 from 흘러가는대로 /NYC

일주일 전 34살이 되었다. 생일 당일 날엔 점심으로 차돌짬뽕과 탕수육을 먹었다. 지난번 한국 다녀온 이후로 처음 먹은 중식이니 6개월만이다. 그리곤 웨스트빌리지로 이동, 허드슨강가에 돗자리 펴고 낮잠을 잤다. 그 전날엔 바다에 갔다가 해가 지고 나선 자전거 타고 브루클린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맨하탄과 브루클린 풍경을 보니 새삼스럽게 믿기지 않았다. 30대 중반을 뉴욕에서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기를 30대가 되어서야 맞이할 거라곤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2019년 10월 뉴욕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해가 저물때쯤 덤보 강가에 앉아 맨하탄을 바라보면서 여기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 반짝이는 건물들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멋있을까 나는 다음 생을 노려야 하는 걸까 한탄했던 것. 민영과 브루클린다리를 건넌 그 날 밤은 바람이 유난히 쎘다.

 

매일매일의 삶은 그저 집-오피스를 왔다갔다하는 직장인일 뿐인데, 2019년의 기억 때문인지 브루클린다리에 올라올 때마다 아 나 여기 진짜 살고 있구나 새삼 감동한다. 나 정말 버텼구나. 나 여기 살고 있구나. 나라만 바뀌었을 뿐 나는 같은 사람이라, 하루하루는 소소하게 불행하지만 거시적으론 행복하다. 누구의 시선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한국에서 거의 평생 나고 자라 초중고대-직장생활 5년을 하고도 완벽히 사회에 융화되지 못해 괴로웠던 나는 전세계 미운오리새끼들이 모여사는 뉴욕에 와서야 남들과 다른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되었다. 저축은 커녕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해가며 돈을 까먹고 있는데도 이 도시를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고마움 때문이다. 나를 편안하게 해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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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2023. 3. 28. 10:16 from 흘러가는대로 /NYC

Girl you are so beautiful. You are so smart it's intimidating sometimes. I always tell people that you are one of the most solid people in the program. And everytime it's frustrating how their reactions are "Oh you know a very different version of her". One day, I told P that I fight with you a lot and she said you seem like someone who doesn't know how to argue at all. Don't simmer in discomfort. Don't make an effort to impress. Don't take bullshit. Don't worry what people think; most of them don't care. If something drives you crazy, just ask or leave. Life is too short. Choose yourself, always. I only wish you can see what we all see in you. 

 

You are witty, well traveled, and brilliant. You are one of the few people I know who can be comfortable in silence. No fake smiles, just you, your sass, smartness and your wit. Be the queen you are. Don't let anybody make you believe you are less 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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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21. 15:21 from 흘러가는대로

너의 얼굴을 본 지 1년, 연락을 끊은지 한달이 되어간다. 일상의 스트레스에 치여 아무렇지 않게 살다가도 작은 틈 사이로 네 생각이 난다. 그렇게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8년이란 시간은 그런건가봐. 네가 말한 그대로 하고 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 없어서, 후회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자존심 상해서, 우리를 망친 내가 염치 없어서 보고싶다는 말을 가슴 깊숙히 묻는다. 연애중일땐 이 사람이 맞나 확신이 안 들었는데, 헤어지고나니 내 결정이 맞았나 확신이 안 선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내 손에 들어오면 시시해보였다. 내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라 놓친 많은 것들 중에 너만큼 사랑하고 오랫동안 얽매여 있었던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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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22

2022. 8. 8. 06:30 from 흘러가는대로 /NYC

오랜만에 우기와의 통화를 마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잠이 들었다. 거실 밖에서 아툴이 틀어놓은 재즈음악이 흘러들어왔다.  잠이 쏟아질 때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잠에 취한 와중에도 문득문득 깰때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억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가량 잤나. 일어나 거실로 나가보니 그새 소나기가 왔었다고 했다. 머리와 눈이 쇳덩이 같이 무거웠던 게 노우기가 아니라 비 때문이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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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2

2022. 8. 5. 14:10 from 흘러가는대로 /NYC

Atul

 

가끔 깜짝 깜짝 놀란다. 내 친구지만 너무 잘생겨서. 특히 눈이 그렇다. 흰 자와 검은 자의 경계가 분명한 또렷한 눈. 나풀거리는 속눈썹이 너무 예뻐서 그대로 뽑아 내 눈에 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창문에 앉아 손으로 말아 만든 대마를 피운다. 짜파게티에 환장한다. 2, 3일에 한번씩 거실 책상에 앉아 한두시간씩 일기를 쓴다. 코로나 도중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2년째란다. 이제 하루라도 안 쓰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오늘 8번째 공책을 뜯었다. 내가 좋아하는 탁한 파스텔 초록색이다. 저널리즘스쿨 안에서도 손꼽히는 글 솜씨를 가진 동기였다. 학교가 시시하다고 했다. 이미 읽은 역사서들을 자꾸 과제로 내줘서.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대학생 때 꿈의 직장이었던 잡지사에 취직하면서 글쓰기가 직업이 됐기 때문에 읽기 시작했을 뿐. 그걸 들으면서 저런 게 프로구나 싶었다. 나는 생각만 많이 했지 살면서 실제로 책을 많이 읽은 건 31년 인생 중 1년 뿐이었다. 

 

고급진 취향과 안목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자연스러운 재능이다. 돈을 잔뜩 쓰지 않아도 인생의 질 좋은 것들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아툴이 그렇다. 나는 반팔 와이셔츠를 그렇게 세련되게 소화하는 남자는 처음 봤다. J는 아툴의 스타일을 두고 try too hard 한다고 했다. 동의하지 않았다. 옷 아무렇게나 대충 걸치고 다니는 미국인의 시선에선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아툴은 타고나게 세련됐다. 가구, 음악, 옷에 대한 취향이 좋다. 비싸지 않지만 확실하게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사람. 

 

가끔 아툴에게도 사랑이란 단어를 쓸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어딘가 애틋하고, 같이 숨만 쉬어도 편안한 친구.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은 친구. 봄 무렵, 같이 기숙사 방에서 스피커로 재즈음악을 틀어놓고 창문 밖의 지나가는 구름을 가만히 쳐다보곤 했었다.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남자인데 스킨십을 하고 싶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이상한 감정이다. 하지만 아툴은 특출난 인간이니까. 아툴에게 느끼는 감정이 특출난 건 당연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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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22. 1. 16. 07:41 from 흘러가는대로 /NYC

새해 다짐은 상투적이라 싫지만 1월은 새 출발을 하기에 좋은 시기다. 올해 내 삶의 일부로 만들고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일상>>

- 수영하기 (일주일에 2번) - ⭐️

- 스트레칭 (일주일에 3번)

- 아침 먹기 + 비타민 (매일)

- 신문 매일 조금씩 읽기(매일 시간 정하기. 일주일에 최소 3시간)

- Job search (2월까진 일주일에 최소 3시간. 이력서 쓰기든, 매체 읽는 거든. 그 뒤론 늘리기)

- 논문 .... (일주일에 4시간)

- 책책책 (한달에 두권. 제발)

- 일요일 저녁엔 그 다음 일주일 동안 할 것들 정리하기

 

- 핸드폰 하는 시간 줄이기

- 맥북 숏컷

 

했으면 좋겠지만 결국 실패할 걸 알고 있는:

- 예산 짜서 실행하기

- 코딩 기초

 

뉴욕에서 더 하고 싶은 것들

- 미술관

- 도서관

- 잡 찾기

- ground reporting 두려움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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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거

2021. 11. 24. 11:38 from 듣고

블로그 켠 김에 요즘 듣는 거 올린다. 찾아오는 사람 없지만 어차피 블로그의 목적은 기록이다. 음악은 여전히 중요하다. 고작 9개월 만에 필시 비워줘야하는 기숙사에 스피커를 들이고야 말았다. 소비가 아니다. 온전한 정신을 위한 투자다.

 

https://youtu.be/S5MDYTqvyvs

$$$ - Daniela Andrade

https://youtu.be/jhQ4WVJwz7w

Tú - maye

https://youtu.be/8Ez7_sQYdus 

slodown, dombfoundead - Me & Mrs. Wong

다음은 재즈 부문. 

https://youtu.be/aFuYIkYx3EY

Gene Ammons - My romance

 

https://youtu.be/XQZZUv1FQrc

Jimmy Forrest - That's all

https://youtu.be/FLwpYrMgyD8

Zoot Sims - Evening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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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3

2021. 11. 24. 11:13 from 흘러가는대로 /NYC

뉴올리언스 공항에 앉아 개떡같은 기분을 이기지 못해 블로그를 켰다. 블로그에 새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9월부터 했는데 단 한번도 실행하지 않았다. 그만큼 기분이 개떡같단 뜻이다. 가장 개떡같은 것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기분이 개떡 같은지 도무지 모르겠단 사실이다. 후보군을 나열한다:

 

- 망할 놈의 논문. 이제 슬슬 취재 시작해야 되는데 너무 싫다.. 인터뷰 메일 넣어야 하는데 넘나 귀찮다고요.. 취재하러 다음달에 한국 가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싫다고요.

- 벌써 프로그램의 45%가 지나갔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게 야속하다. 10, 11월은 노느라 통째로 날렸고, 요즘은 수업 시간에 들어가도 집중력이 2시간 이상 안 가는게 느껴짐. 내(아빠) 돈은 어디로 가는 중일까,, 졸업하기 싫어요. 직장생활하다가 학교 오니까 마냥 꿀이다. 작업물을 아무리 개떡같이 해서 내도 내 이름으로 기사 나가는 게 아니니까 부담이 없다. 저널리즘 말고 철학 같은 거 전공할걸 그랬다. 5-7년 학생 생활 할 수 있는 전공으로^^..

- 뉴욕이 좋아질수록 스트레스도 커진다. 한국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결혼의 기대감에 부푼^^,, 한국에서 내내 붙어있을땐 "그래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길이 결혼 뿐이라면 그것도 감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혼자 있으니 알겠다. 저는 전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 와중에 마음의 빚은 늘어만 간다.

- 망할 J. 공공재랑 엮이면 안된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당했는데 이 어리석은 중생은 또 같은 실수를 번복했다. 심지어 2008년과 2014년의 실수를 버무린 새로운 차원의 실책을 저질렀다^^! 하나님 인간은 도대체 언제 배우나요 이 어리석은 중생을 구원하소서...

- 뉴올리언스 여행은 50%가 J 때문에 저지른 만행이다. 이 공항에 가장 먼저 도착해 친구들을 기다리려니 현타가 밀려온다.

 

나는 다행히 20대 초반에 sex and the city를 완주했기 때문에 서른 살에도 내 인생의 갈피가 잡히지 않을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20대 중반이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서른 살의 나이에 뉴욕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 팔할은 sex and the city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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