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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집이 햇살이 비칠 때 빛이 나는 집이었다면 이번 새 집은 비가 올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올해는 끈적끈적한 장마가 싫지만은 않다.
독서를 하기에도 음악을 듣기에도 쨍쨍한 날보다 비오는 날이 훨씬 좋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비 오는 날에는 온갖 음악을 다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눈 앞의 풍경이 어둡고 희미할수록 귀의 감각에 집중하는게 더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나는 밤에 산책을 나갈 땐 꼭 안경을 벗은 채로 음악을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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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날엔 햇빛이 막을 틈도 없이 밀고 들어온다.
이런 날에 왜 집에 있냐며 날 재촉하는 느낌
하지만 강렬한 만큼 몇 시간 머물지 않고 한바탕 강렬한 빨강을 쏟은 뒤 순식간에 물러나 버린다.
비오는 날의 빛은 은은하다.
아무도 모르는 새에 우중충한 빛으로 하늘을 물들여 하루를 열고 은근히 은근히 빛을 뿜다가
하루가 끝나간다는 신호도 없이 까만 밤에게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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