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분 전, 나는 만 스물 두 살이 되었다.

 

생일이라는 날에 무덤덤해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 의식하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생일이라는 날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올 상반기에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평상시에 인지하지 못 하지만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의 존재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 당연한 깨달음을 얻은 23살의 첫 하루는 지난 생일들과는 달랐으면 좋겠다. 22살을 힘겹게 넘기고 나는 한 차례 성장했을테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나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에서 기인한다는 걸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 생각이 행동을 규정할 수는 있어도 행동이 항상 생각을 증거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지난 5년간, 매년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생각을 줄이는 대신 행동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생각의 패턴이 고등학생 때 스스로를 견뎌하지 못했던 시절보다 훨씬 발전한 것을 느낄 때 틈틈히 스스로를 토닥여 준다.

놀랄 때도 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옛날의 내가 낯설어질만큼 변해 있었다.

 

그럴 때는 내가 접하는 모든 사람, 내가 들은 음악, 내가 읽은 텍스트, 보고 느꼈던 영화 등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미래의 나를 주조한다는 나의 생각에 꼭 들어맞게 사는거 같아 기분이 묘하다. 가끔 나이를 먹는 것이 풍화 작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매일 바람이 불며 돌의 모양을 깎아내리듯이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자극들이 내 모습을 만들어나간다. 강력한 태풍도 있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부드러운 미풍일 때도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사람의 진정한 매력은 미풍이 만들어내는 디테일에 있다고 믿는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일을 이루는 것. 그래서 매일매일 좋은 것을 보고 듣는 게 중요하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끼는 이 모든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시선과 귀를 끄는 것들에 의식하고자 노력한다. 매일매일 나를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그 힘들이 어떤 모습인지 기억해두고 싶다.

 

23살의 첫 날엔 눈과 귀를 더욱 활짝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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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