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무렵부터 '넌 어쩐지 아빠를 전혀 닮지 않았어'라는 말을 들어온 한 여자의 <출생의 비밀 찾기> 다큐멘터리. 영화의 중심이자 감독인 사라 폴리는 늦둥이로 태어나 11살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그 이후로 조용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의 손에 길러진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들은 그녀에게 '넌 우리의 친동생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농담을 하는데, 장성한 사라 폴리는 장난반 진심반으로 정말 자신의 친부 찾기에 나선다. 자신의 출생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그녀의 어머니 다이앤 폴리가 살았던 인생을 재구성해간다. 이걸 위해 감독이자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 친부 후보(?)들, 형제자매들(4명이나 된다), 어머니의 동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다이앤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팩트에 기반한 이 영화의 인간미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감독 사라가 어머니의 인생을 재구성하는데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다이앤의 주변인을 인터뷰함으로서 그녀의 인생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연극계 종사자인 인터뷰이 한 사람은 굉장히 맘에 안 든다고 진술한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다이앤의 인생을 구성하는 시도는 하나의 이야기로 여러 버전을 들려줄 수 있기에 흥로울 순 있겠지만, 그 방식으로는 스토리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 채 빙빙 돌기만 할 거라는 것이 그의 이유였다. 근데 나는 오히려 사라가 선택한 방식이 좋았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각자 걸어온 삶 하나하나가 '스토리'라면, 이 스토리에 하나의 메시지가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살면서 너무나 많은 관계를 맺으며 그 어느 관계도 제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사람은 아주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점이지만, 가까이 들여다 보면 여러 개의 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는, 실타래 같은 동물이다. 그런 면에서 여러 개의 인터뷰를 통한 인생 들여다보기는 훌륭한 방식이었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알 것 같기도, 그러다가도 모르겠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이다.
사라의 어머니이자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다이앤 폴리. 사라의 형제 중 하나는 어머니가 항상 집에서 업무 때문에 전화를 하고 있을때 집무실 안에 들어서려고 하면, 그녀가 항상 저 자세로 서서 입모양으로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습관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습관들로 그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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