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 속해있던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졌다. 플롯은 두 연인이 동성이란 것 외엔 너무나 뻔한 사랑의 과정을 보여줘서 오히려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서로의 비슷함에 끌려 시작하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점차 실망하고, 질투와 실수가 뒤섞여 헤어진다. 세시간 동안 둘을 보고 있자니 동성애와 이성애의 구분이 사라졌다. 사랑의 사회적인 기능인 재생산을 빼놓고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은 키가 크다 라거나 쌍커플이 없다 같이 그 사람의 특징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힙스터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영화라 있어보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데, 메시지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없다. 의외로 너무 '흔한' 사랑 이야기라서 그렇다. 이게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사람들은 있겠지만.. 



ㅈㅅ는 이 영화의 색깔상징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각잡고 찾아봤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아델의 첫 등장. 자켓, 티셔츠, 바지까지 온통 파랑이다.



"걸음을 멈췄다. 아쉬웠다.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그 구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사실은 알았는지도 모른다. 떠나면서 그를 보느라 뒤돌아 봤으니까" 

이 장면 바로 전 아델의 불문학 수업이 다룬 작품의 주제는 la pre-destination du rencontre, 직역하자면 '시선의 예정설'이다. 

둘이 심하게 사랑에 빠질 것을 친절하게 예고해줌



아델의 두 번째 등장. 어두운 바에서 엠마의 파란색 머리만 빛을 받아 번뜩인다. 이 장면에서 심쿵함.. 머리카락에 심쿵하긴 또 처음...



둘의 첫 데이트. 엠마는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랑 일색인데, 둘이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이 장면에서는 엠마의 하늘색 눈동자가 특히 인상적이다. 



엠마가 그린 아델의 초상화. 파란색을 배경이 칠해져 있다.




엠마와 헤어지고 나서도 아델은 그녀의 그늘(파란색)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재회한 엠마와 아델. 엠마는 파란색이 섞인 남방을 입고 나오지만, 그녀는 더 이상 파랗지 않다.

아델과 헤어진 뒤에 그녀에겐 화가로서의 성공과 새로운 '가족'(배우자, 아이)이 생겼다. 엠마는 더 이상 꿈과 예술만을 꿈꾸던 미대생이 아니다.

온전히 자유로운 '파랑'으로 남기엔 그녀에게도 잃을 것이 너무 많이 생긴 것이다.

  


자신을 붙잡는 아델에게 애틋함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둘의 관계는 끝났음을 못 박은 뒤 엠마는 파란색 문과 파란색 통로를 지나쳐 카페를 빠져나간다. 

파란색으로 시작한 둘의 관계가 파랑으로 마무리되었다.



얼마 뒤, 엠마의 전시회에 초대된 아델은 역시나 새파란 원피스를 입고 갤러리로 향한다.



반대로 엠마는 붉은색 계열 옷을 입고 있다.

 


엠마의 그림을 본 평론가는 파랑과 빨강이 각각 엠마의 과거와 현재이고, 그림으로 봤을 때 그녀의 삶이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면서도 갈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림에서도 이번엔 파랑과 빨강이 같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둘이 아직 함께였을 때 그린 아델의 초상화는 파란색이었다. 엠마에게도 아델은 '블루'였고, 더 이상 아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여전히 엠마도 아델을 완전히 마음속에서 밀어내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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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자체도 좋지만 MV를 보고 노래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 그래서 '듣고'가 아닌 '보고' 폴더에 넣었다. 몇 주 전에 우연한 기회로 (고맙다 ㅇㅈ 사랑한다 ㅇㅈ) 나희경 콘서트에 가게 되어 예정에도 없던 귀호강을 했다. 나희경 매력터진다.. 수줍음도 타고 조용조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입담이 좋아서 늘어지는 풍의 노래를 연달아 부르면서도 중간중간 톡이 재미있어서 공연 자체는 전혀 늘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노래하는 목소리와 말하는 목소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목소리가 말을 할 때는 묘하게 섹시하다. 언니 날 가져요 엉엉ㅠㅡㅠㅡㅠㅡㅠ 


콘서트 시작전에 무대 쪽 엄청 큰 화면에 이 뮤비를 반복재생해줬다. 대여섯번 돌려주는걸 질리지도 않고 한컷 한컷 놓칠새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작은 화면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큰 화면으로 보면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피아노 선생님한테 나희경이라는 가수의 콘서트에 갔다왔다며 이 뮤비를 보여주니 영상이 너무 좋아서 노래가 귀에 잘 안 들어온다고 했다. 음.. 희경언니 뮤비에 지나치게 힘을 주신 걸 수도... (크흡). 어쨌든, 내가 최근 본 아트워크 중에선 제일 아름답다. 한동안 나의 "아름다움" 결핍을 채워줄 예정ㅎㅎ 뮤직비디오는 21세기의 '종합예술'이 된 거 같다. 좋은 뮤직비디오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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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bella Rossellini

2015. 10. 11. 21:48 from 보고








이 목덜미가 시려운 여자는 그 유명한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이자벨라 로셀리니다. 여자의 라인은 가슴, 허리, 골반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의 가장 여성스러운 라인은 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적당히 그늘진 투박한 턱선과 어우러진 갸냘픈 목이 정말 섹시하게 느껴진다. 동양여자 중엔 양만옥이 최고. 여자의 각진 턱은 나이를 들면서 진면모를 드러내는 거 같다. 이러는 나도 예전엔 살짝 각진 내 턱이 싫어서 양악수술의 문턱까지 갔었지만..ㅎ 그때 가격 듣고 깔끔하게 돌아서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옛날엔 나도 v라인이 갖고 싶어서 양 손으로 턱을 가리고 거울을 보면서 한숨 쉬곤 했는데, 좀 나이가 들고 나선 자라다 만 거 같은 브이라인들은 어딘가 너무 없어 보인다. 


다시 목 얘기로 돌아가자면. 재수학원 다닐 때 우리 반 인기녀 투톱 중 하나는 언니가 무용수였다. 그 애는 얼굴이 작고 목이 사슴같이 길었는데, 하나같이 등이 앞으로 재수생들 사이에서 혼자 고고하게 꼿꼿해 금방 눈에 띄었다. 얼굴은 나머지 한 명이었던 애가 더 이뻤는데(이목구비가 소녀시대 윤아와 비슷했다), 그 애는 유난히 등이 많이 굽어서 예쁜 얼굴이 자세에 묻혔다. 나는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이 둘을 떠올리면서 체형교정을 시작했다. 타고나게 목이 긴 애들도 있지만 자세교정으로 길어 보이도록 할 순 있다. 등이 굽으면 목도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나도 처음 체형교정하는 데 가서 이거 다 끝나면 이삼센치는 커질거라고 했을까. 한국 여자들은 대체로 운동량이 부족해서 자세들이 좋지 않다. 타고나게 긴 목이 아니더라도 자세만 고쳐도 길어 보이는 목을 가질 수 있다. 칼을 대지 않고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데 이 좋은 걸 왜 다들 안하나 몰라. 이러니까 무슨 체형교정원 홍보대사 같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에게 목선은 생명이란 거임. 끗.


* 참고로 이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어머니 잉그리드 버그만은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진주를 박은 것 마냥 눈이 그렁그렁하던 그 여배우다. 생긴 것과 다르게 엄청 정열적인 여자였다고 하는데, 그녀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를 보고 그에게 러브레터를 썼을 때 둘은 각자 아이들까지 둔 유부남, 유부녀였다고 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 편지에 '자기가 아는 이탈리아 말은 Ti amo[사랑해] 밖에 없다'고 썼다. 세상에..) 둘의 관계는 버그만이 로셀리니와 영화를 찍으러 이탈리아로 날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급기야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직 이혼도 안 한 상태에서 로셀리니의 아들을 낳으면서 완전히 공식화되었다. 때는 1950년 전후로 이탈리아는 당시 파시스트 국가라 연합국인 미국에겐 주적이었다. 그 시점에 할리우드에서 정점을 찍은 여배우가, 이탈리아 영화 감독과(게다가 머리 다 까지고 배까지 나온 아저씨;), 이혼도 안 한 상태에서 불장난을 벌인 것이다. 그 이후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혼 도장을 찍음과 동시에 바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한다. 로셀리니와 버그만은 결국 결혼해 7년을 함께 했고, 로셀리니와 이혼 후에야 버그만은 할리우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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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봉되는 날 보러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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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1 빌보드



2. 2013 슈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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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타고난 기질이 사회적으로 용납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Joe)는 그것을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지극히 충실히 충족시킨다. 하지만 평생을 홀로 맞서 싸웠던 그녀조차도 남들보다 배로 넘쳐나게 타고난 그 욕망을 받아들였을지언정 긍정하진 못한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영화 중후분에서 조는 체념적이고 자기 부정적이다. 그녀는 위선이 싫어서 더럽게 솔직했지만, 그렇게 드러난 자신의 추함을 감당해내진 못했던 것 같기도..? 성에 대한 여성의 죄의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까. 반대로 조에게 ㅈ이 있었다면 내용이 너무 뻔해서 야동으로도 안 만들어 졌을거다.(너무 페미니스트적 발언인가)


* 섀임 이후 야한 것 좀 보겠다고 다운 받은 영화가 하필 이거라니.. 앞으로 섹스 중독자에 대한 영화는 절대 다운 받아보지 않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영화 다 보고 평 찾아보는데 누군가 섀임이 남자의 허무함이라면 님포매니악은 여자의 허무함이라고 써놨네. 작년에 영화가 나왔을 때 생각보다 야하지 않고 재미있지도 않다는 평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럴 수 밖에... 이런 영화를 섹스를 앞세워서 마케팅하다니.. 이 영화는 절.대. 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참고로 나는 최근에 본 영화 '아멜리에'에서 니노가 아멜리에의 뒷덜미에 입맞추는 장면이 훨씬 야했다.(이래서 내가 남들이 야하다고 하는 영화는 매번 보고 실망하나보다. 이제보니 내 취향의 문제인 듯)


* 보면서 섀임이 생각났던 이유는 정말 섹스신이 야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는 보여줄 수 있는거 다 보여주는데, 전혀 섹시하지 않다. 허무함과 외로움이라는 키워드로는 섀임과 굉장히 맞닿아 있기도 한데, 브랜든의 중독은 현대인 특유의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에 비해 조의 경우엔 애초에 그렇게 '밝히는 기질'을 타고난 것이었으므로 이 두 영화가 다루는 허무함은 그 성격이 아예 다르다. 브랜든은 외로워서 섹스를 했다면 조는 자신의 섹스 기질 때문에 외로웠다.   


* 섹스라는 주제의 영화는 남자들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밖에 없다. 동시에 이 영화는 '여성의 성 해방'이라는 전통적인 페미니스트적 테마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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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카모메 식당과 더불어 내 첫 아이팟 터치(2007-2010)에 항상 저장해 두었던 영화 중 하나. 그 땐 한마디도 알아들을줄 몰랐으면서 하도 많이 돌려본 탓에 어느 장면에서 어떤 발음의 대사가 나오는지 대충 꾀고 있었다. 이번에 다시 돌려보면서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모르게 키운 판타지들이 많아 새삼 놀랐다. 다시 보니 조연들 중에도 이젠 알고 있는 배우들이 나와서 반가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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