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Shame

2014. 5. 29. 22:49 from 보고








*평단에서 꽤 좋은 평을 받은데다가 잘생긴 남자 배우의 **노출(!)이 있다길래 벼르고 벼르던 영화. 혼자 보내는 첫 주말의 토요일 저녁에 결국 너무 외로워져서 섹시한 베드신 보면서 대리만족하려고 받았다가 더 외로워져서 피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베드신 보면서 이렇게 감흥 안 오기도 힘든데 정말 이 영화의 베드신들은 보면 더 외로워진다. 신기해.. 


*브랜든은 관계에 대한 집착과 기대를 버린 사람이다. 그는 결혼을 믿지 않고 아무에게도 속박되지 않는 삶이 좋다고 말한다. 잘생긴 얼굴과 기술로 쉽게 여자를 꼬시고 밤을 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들의 전화를 무시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발기하면서도 정작 좋아하는 여자와의 첫 섹스에 실패하는 그는 정신적인 관계에선 고자나 다름없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 씨씨가 브랜드의 집에 들이닥친다. 


씨씨는 외롭고 불안정적이다. 그녀는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버림 받은 후엔 새벽 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우는 그런 여자다. 브랜든은 그런 씨씨가 매우 불편하다. 그의 입장에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쉽게 마음 주고 쉽게 믿어버리고 결국은 상처 받고 매번 똑같은 과정을 겪으면서도 씨씨는 관계 맺기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브랜드이 보기엔 자기가 저질러놓은 똥 치우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똥만 싸지르고 있는 꼴이다. 


사실, 브랜든은 꽤 cool하다. 잘생겼고 몸 좋고 능력있고 맨하탄 한복판에 멋진 아파트를 갖고 있고, 결정적으로 연애에 있어서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는다. 솔직하게, 관계 맺기에 지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그처럼 살아보고 싶었을거다. This relationship shit is too much for me, I wanna fuck, be friends, and live comfortably 라고 50cent가 말했듯이. 그래서 브랜든은 comfortable하다. 여자가 땡길 땐 섹스를 하면 되고 그 이외 구질구질한 감정들과는 엮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 겉으로 보기엔 cool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파보면 사실은 그저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아닌가 싶다. 상처 받는게 무서워서 관계를 포기하고, 그러면서 자기는 쿨한 인간이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자기암시하는거다. 이들은 행동으로 의도를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반면 씨씨는 겉으로 보기엔 찌질하기 짝이 없다. 그녀는 처절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붙잡는다. 하룻밤 보낸 뒤 연락 없는 남자의 사무실에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밀어내는 오빠에게 끊임없이 다가간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미 너덜너덜해질 대로 상처 받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딪힌다. 그녀는 자신이 약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계속 노력한다. 연애에서도 그렇고 일에 있어서도 그렇다. 브랜든이 빈틈을 숨기면서 완벽한 척 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씨씨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이다. 설령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더라도, 그녀는 노력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다.


둘 중 겉으로 보기에 멋있고 닮고 싶은 사람은 브랜드이다. 그러나 더 용기 있는 쪽을 고르라하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씨씨. 누군가에게 빠지면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변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씨씨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부딪치고 최선을 다해 상처 받는다. 한심보일지 언정, 그렇게 최선을 다해 완전연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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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