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bella Rossellini

2015. 10. 11. 21:48 from 보고








이 목덜미가 시려운 여자는 그 유명한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이자벨라 로셀리니다. 여자의 라인은 가슴, 허리, 골반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의 가장 여성스러운 라인은 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적당히 그늘진 투박한 턱선과 어우러진 갸냘픈 목이 정말 섹시하게 느껴진다. 동양여자 중엔 양만옥이 최고. 여자의 각진 턱은 나이를 들면서 진면모를 드러내는 거 같다. 이러는 나도 예전엔 살짝 각진 내 턱이 싫어서 양악수술의 문턱까지 갔었지만..ㅎ 그때 가격 듣고 깔끔하게 돌아서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옛날엔 나도 v라인이 갖고 싶어서 양 손으로 턱을 가리고 거울을 보면서 한숨 쉬곤 했는데, 좀 나이가 들고 나선 자라다 만 거 같은 브이라인들은 어딘가 너무 없어 보인다. 


다시 목 얘기로 돌아가자면. 재수학원 다닐 때 우리 반 인기녀 투톱 중 하나는 언니가 무용수였다. 그 애는 얼굴이 작고 목이 사슴같이 길었는데, 하나같이 등이 앞으로 재수생들 사이에서 혼자 고고하게 꼿꼿해 금방 눈에 띄었다. 얼굴은 나머지 한 명이었던 애가 더 이뻤는데(이목구비가 소녀시대 윤아와 비슷했다), 그 애는 유난히 등이 많이 굽어서 예쁜 얼굴이 자세에 묻혔다. 나는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이 둘을 떠올리면서 체형교정을 시작했다. 타고나게 목이 긴 애들도 있지만 자세교정으로 길어 보이도록 할 순 있다. 등이 굽으면 목도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나도 처음 체형교정하는 데 가서 이거 다 끝나면 이삼센치는 커질거라고 했을까. 한국 여자들은 대체로 운동량이 부족해서 자세들이 좋지 않다. 타고나게 긴 목이 아니더라도 자세만 고쳐도 길어 보이는 목을 가질 수 있다. 칼을 대지 않고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데 이 좋은 걸 왜 다들 안하나 몰라. 이러니까 무슨 체형교정원 홍보대사 같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자에게 목선은 생명이란 거임. 끗.


* 참고로 이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어머니 잉그리드 버그만은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진주를 박은 것 마냥 눈이 그렁그렁하던 그 여배우다. 생긴 것과 다르게 엄청 정열적인 여자였다고 하는데, 그녀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를 보고 그에게 러브레터를 썼을 때 둘은 각자 아이들까지 둔 유부남, 유부녀였다고 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 편지에 '자기가 아는 이탈리아 말은 Ti amo[사랑해] 밖에 없다'고 썼다. 세상에..) 둘의 관계는 버그만이 로셀리니와 영화를 찍으러 이탈리아로 날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급기야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직 이혼도 안 한 상태에서 로셀리니의 아들을 낳으면서 완전히 공식화되었다. 때는 1950년 전후로 이탈리아는 당시 파시스트 국가라 연합국인 미국에겐 주적이었다. 그 시점에 할리우드에서 정점을 찍은 여배우가, 이탈리아 영화 감독과(게다가 머리 다 까지고 배까지 나온 아저씨;), 이혼도 안 한 상태에서 불장난을 벌인 것이다. 그 이후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혼 도장을 찍음과 동시에 바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한다. 로셀리니와 버그만은 결국 결혼해 7년을 함께 했고, 로셀리니와 이혼 후에야 버그만은 할리우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