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이스북 비활성화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조금도 외롭지 않냐고 하면 거짓말ㅋ..... (사실 요 며칠 아주 잠깐 아주아주 잠깐씩만 열었었다. 그러곤 다시 비활성화함^*^) 비활성화하고 첫 주인가 블로그 포스팅을 세개나 해서 엄청 뿌듯했는데 마지막 글 쓴지 어언 2주가 지나갔다. 으으으 무서워 으으으 3월에 개강하고 친구들 다 학교 다닐때 휴학생 기분 만끽했었는데 어느덧 4월이 코앞이고 내 출국도 코앞이고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겐 중간고사 코앞... 이러다 어느 날 일어나보면 입술 옆에 곱게 새겨진 주름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무서울 뿐.
2. 내일 모레 꿈에 그리던 땅..!은 사실 오바고 일년 동안 목표로 했던 곳으로 떠난다. 이제 약간 무섭다. 출국 준비? ㅋ 짐도 아직 안 쌌음. 9개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실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이미 밟지도 않은 땅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벌써부터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고 싶지는 않은데, 나 간다니 슬퍼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특히)애인씨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내가 진짜 가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싱숭생숭이하다. 그러나 슬퍼하다가도, 이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 내 특기를 극대화하지 않으면 졸업 후에 먹고 사는게 힘겨워질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쩍들고 슬픔보단 의욕이 앞서는걸 보면 나도 순백의 천사는 아닌가보다. 내 밥그릇 내가 챙겨야지 어쩌겠음ㅠㅠ
3. 요 며칠 바람에서 봄 기운이 느껴졌다. 겨울 다 끝나가는 마당에 코감기가 걸려서 봄내음은 못 맡는단건 함정^,~* 휘날릴락 말락 하는 벚꽃들마냥 마음이 들쑥날쑥하려다가 만다. '극복'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쓸 필욘 없을 듯하다. 그냥 '시간이 지나간다'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구나 싶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내심 기억하고 싶은 계절이다. 공허함이 마음을 채우다 못해 가득 넘쳐나 몸을 바짝바짝 갉아먹었던 그 시간들을 나는 정말 힘겹고 치열하게 넘겼었다. 어린아이가 알약을 삼키듯 시간을 그렇게 꾸역꾸역 치워냈었다. 마음이 결핍을 느낄수록 사람은 더 밖으로 쏟아내게 되어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옷과 화장이 화려해지고 매일매일 일기장이 채워지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게 너무 안정되어 있지만 먼지가 쌓여가는 빨간 일기장과 책들, 뉴가 뜨지 않는 내 블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창작엔 고통과 외로움만한 자극제가 없는데 약간 아주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배부른 소리겠지만.) 아마 그래서 예술인들 중엔 스스로를 감정의 극한에 몰아넣는데 매우 능숙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그런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거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4. 그래서 나도 나를 극한의 상황에 넣어보고자 한다. 떠날거야. 아무도 없는 곳으로. 그리하여! 철저히 혼자가 돼보고 싶어!라고 외치며 어학연수를 구상했건만 애인씨가 한국에 있으므로 이미 반은 FAIL.. 아 요즘 느끼는 건데, 나는 '무난평범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거 같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데, 내가 생각해도 난 고생을 한 적이 없는거다. 고작 해봐야 재수..? 그러다 어제 한 기사를 읽다가 처음으로 이거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젊을때 고생하면 대체 뭐가 좋은걸까? ... 나는 무엇을 근거로 젊을 때 고생은 꼭 겪어봐야 한다 라고 생각한거지? 근데 이제 와서 이런 합리적인 회의를 해봤자 소용음슴. 나 내일모레 출국이거든ㅋ(...)
5. 가슴 살짝 밑까지 오던 치렁치렁한 머리를 잘라버렸다. 내 꿈의 나라는 인건비가 비싸서 미용실 가격이 금값이다. 거기 남자 유학생들이 모두 머리를 기르는 것은 패션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며칠 전에 잘라버림ㅎㅋ 내가 찾아가는 미용실 언니는 아담하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말투와 행동에서 묘하게 호랑이 기운이 느껴지는 호녀다. 의자에 앉자마자 언니는 내 머리를 포니테일로 잡아서 호녀답게 '이거 다 필요없어 ㅋ' 이러면서 한 큐에 잘라버렸다. 진짜 싹둑싹둑 소리가 났다. 중간 과정까진 걱정됐지만 드라이를 하니 좀 맘에 들었는데, 그 다음날 집 와서 머리감고 보니 중간에 걱정했던 그 머리가 드라이빨 안 받은 진짜 내 머리였던 것ㅋ 길이는 어깨 정도까지 오는데, 언니가 관리하기 힘들다고 숱도 별로 안 쳐줘서 마치 90년대 하이틴 스타를 따라한거 같은 머리가 되었다. 어제 오늘 구제 옷 가게에서 산 대왕남방을 입고 나갔는데, 그 머리에 그 옷차림하니 진짜 하이틴 스타삘 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