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같던 2013년이 지나갔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매년 느끼는건데, 겨우 당해년의 숫자가 익숙해질때쯤 다음 숫자로 넘어간다.
2013년이란 숫자가 이제 겨우 익숙해질 무렵 2014년이 들이닥치는 그런 시츄에이션.
올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정신 차려보니 벌써 추워지고 있었다. 추위가 익숙했다.
지난 겨울과 이번 겨울 사이의 따뜻함은 오지도 않았다는 듯이-
봄, 여름, 가을 모두 고통스럽게 넘겼는데 지나가보니 그 시간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밤이 되어 취침 전에 침대에 누워있는 그 짧은 시간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몸과 머리가 바쁘지 않을 때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끊임없이 밀려 들어왔으면서도 몸과 마음을 열심히 굴리기에 나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2년 동안 쌓았온 신념과 자신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 토네이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라서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래서 "흘러가는대로 냅두자"라고 쿨하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두려웠다. 나는 봄 이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그었던 모든 기준선들이 단 한 번의 태풍으로 흔들렸다. 기준선 한 개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다른 것들도 손 쓸 도리 없이 무너져갔다.
그래도 그 시간들도, 하루하루 버티는게 버거웠을 정도의 고통과 방황도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보니 그저 수많은 과거의 일부일 뿐이었다. 이젠 날 듣는 것만으로도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게 했던 음악들을 우울해지지 않고 들을 수 있다. 방황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듯 하지만, 이젠 방황하기 위해 방황하지 않으니까.
2014년엔, 도망친다. 혼자 버텨보려고 했는데 난 그냥 아직 그 정도로 성숙한 어른은 못 되나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한살 두살 더 먹어가면 괜찮아질거야> <! 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이 먹긴 싫음 ㅋ/
2014년이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12년. 나 고등학교 입학한지 7년. 재수한지 4년. 대학교 입학한지 3년.
가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무섭다. 내가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신호려나
힘든 한 해였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안 2013년.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똥같은 2013년을 보냈는데, 힘들어한만큼 2014년은 모두에게 좋은 일들만 있었음 좋겠다.
앞으로 다가올 5년 어치의 액땜이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