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 Zion.T

2013. 12. 20. 22:54 from 듣고

자이언트한 T오빠의 따끈따끈한 신보가 나왔음^~^ 


사실 처음 듣고 개화기가 떠올랐는데 중절모에 동그란 안경을 쓴 개화기 지식인의 이미지가 자이언티랑 은근히 잘 어울려서 뭔가 까리하다 생각했음ㅋ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든 곡은 '마담'. 놀랐다. 이런 분위기도 소화할 수 있구나. 


최근 대중적으로 각광받는 아티스트들 중에서 보컬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한 사람이 자이언티다. 그의 목소리는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 들으면 쉽게 구별해낼 수 있는 그런 목소리다. 카페에서 우연히 처음 듣게 된 노래에서라도 "아 이 목소리는 자이언티다"라고 추측할 수 있는, 그런 목소리. 사람이 이미 몇 번 들었던 노래를 기억할 수 있는건 그 노래를 이미 알기 때문이지만, 처음 듣는 노래에서 아티스트를 유추해낼 수 있다면 그건 가수가 제대로 자신의 색깔을 리스너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 가수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 그게 목소리든 창법이든 감성이든 프로듀싱이든, 그걸 인식시킬 수 있는 아티스트가 '진짜배기(일명 "찐")'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에서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미술이든 영화든 책이든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건 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함이다. 


가수들 중에는 운 좋게도 선천적으로 목소리를 타고 나서 시작점에서부터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음악에서는 이 선천적인 목소리가 백 중에 백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수는 음색이 깡패다'라는 말에 이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다. 자이언티가 지닌 목소리의 힘도 그러하다. 자이언티는 심지어 색깔도 강하면서 대중성도 있다. 그가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고 목소리와 별개로 그의 노래들이 좋은건 확실하지만, 나는 대중성 역시도 자이언티의 목소리의 공이 크다고  생각했다. 특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대도 잘 탔다. 21세기 사운드랑 너어어무 잘 어울려 주시는거다. 


자이언티가 정규 앨범을 내기 전 한국 힙한씩에서 가장 핫한 피쳐링 가수일 무렵, 그 보컬의 존재감에 매료되면서도 그에게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거품이 홀로서기 했을 때에는 여지없이 드러나지 않을까하고 내심 단정짓고 있었다. 그는 신인이었으면서도 너무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그 인기의 원인은 그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기보다 타고난 무엇 때문이었으므로, 그가 발전에 게을러지고 편하게 편하게만 인기를 누리다가 '그저 그런' 아티스트가 될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1집 Red Light는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13년의 명반에 빠지지 않는 앨범이 되었다. 그는 이제 조금 식상해지려고 하는 한국형 힙합이라는 장르 밖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뽐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장르가 바뀌어도 모든 노래에서 자이언티의 냄새가 짙게 난다. 이건 아까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니아니 손가락이 빠지도록 칭찬한 그의 축복받은 목소리 덕분. 


어제 발매된 디지털 싱글 Mirror Ball은 그런 의미에서 대중 가수를 넘어 아티스트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시도였다고 본다. 멜론의 댓글들 보면 역시나 대중성에선 전작만큼의 호응을 얻진 못했지만, 나는 이 앨범으로 자이언티가 단순히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행보를 고민하고 있다고 느꼈다.(그냥 FEEL이야 틀렸을수도 있는데 내 블로그니까 내 멋대로 쓸거야) 오늘 양손에 많은 걸 들고 있으면, 다음주나 다음달에 대한 고민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이언티는 손에 쥐고 있는 것들에 안주하지 않고 잠시 내려놓게 되더라도 내일을 볼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 몰랐다. 오늘부로 자이언티도 내 "오빠♪" 목록에 추가한다. 누구 맘대로? 내.맘.대.로♡ 자이언티 화이팅(✿◖◡​◗)❤


ps. 글씨체도 앨범 컨셉에 맞게 바꿔봤엉 ㅎㅎㅎㅎㅎㅎ





겨울 바람 마냥 쌔-하다. 찬 바람 맞으면서 듣기에 좋은 노래. 왠지 모르겠는데 이거 듣다보면 뼛속까지 추워지고 건조해진다. 








근대화 지식인 음악이든 일렉트로닉 재즈든 레게든 이 오빠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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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