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5
재주가 많던 외할머니는 겨울에 손수 장갑을 짜서 손주들에게 선물하셨었다.
그렇게 받은 털장갑이 두 쌍은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한쪽씩 밖에 안 남았고 심지어 남은 한 짝들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나는 공산품에 둘러싸여 자란 청소년이었던지라 손맛의 애틋함을 잘 알지 못했다
요즘 끼고 다니는 공산품 장갑은 겉은 실이고 안에는 안감을 댔으면서도 따뜻하지가 않다
손목은 커서 자꾸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자꾸만 손에서 빠진다
실로 짰으면서 실오라기 바람 하나 들어오지 않았을 만큼 짱짱했던 그 장갑을
할머니가 얼마나 꾹꾹 눌러가며 짰을지 나는 장갑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느끼고 있다
2016.1.22
친구가 내 글을 좋아한다.
친구가 내게 자신과 통하는 ‘문학적 감수성이 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문학과 가까운 사람이다.
그 애에게서 저런 말들을 들으니 기쁘고 설레고 괜히 고마웠다.
요즘 자신감이 바닥을 친 게 맞는지, 블로그든 카페든 글, 아니 댓글 하나 다는 게 망설여진다.
너무 꾸미면 “바보같다 얕다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너무 심플하면 깊이가 없어 보이지 않을까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마음에 안 들어서 완성시키지 못한 문장들이 너무 많다.
친구야 고맙다
넌 힘내라고 응원의 빈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너의 칭찬 한마디는 내게 묵직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장미꽃 한 가운데 꽂은 담배는 진짜 진짜 야한데 정말 우리만 이해하는 코드인거니 …
2016.1.20
출근길 지하철에서 인도사람 두 명 옆에 앉게 되었다
칸 전체에서 빈 좌석은 그네들 옆 두 자리뿐이었다
옆에 앉은 인도사람에게서 희미하게 비누 냄새가 났다
2016.1.20
직장생활하며 얻은 기술 하나;
버스 복도 쪽 좌석에서 안정적으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2015.12.18
지각해서 탄 택시가 느리다.
신호도 팍팍 지나쳐줬음 좋겠고
한남대교 고가도로로 진입할 때 새치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가끔 버스 전용 차선도 살짝 침범해줬음 좋겠다.
다 불법이고, 재수없게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을 4만원이나 내야 하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택시비는 고작 만원 남짓.
다 알고 있으면서도 느린 택시를 타니 자꾸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
또 한 번 주황색 신호에 걸리자 나는 무의식 중에 크게 한숨을 쉰다.
순간 부끄러워진다.
나는 고작 만원을 내고 내게 허락된 권리 이상의 것을 기대한 게 아닐까
“손님은 왕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나야말로 무의식 중에 내가 원하는 ‘대접’을 받지 못해 불평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