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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7. 14:10 from 흘러가는대로

1. 블로그 스킨을 바꿨다. ‘반응형스킨이라는데, 그게 무슨 뜻인진 몰라도 깔끔해서 바꿔버렸다. 요즘 블로그에 글이 뜸하다. 쓰기 창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각 잡고 써야 될 것 같아서 주눅이 든다. 글씨체도 꾸준히 바꿔줘서 통일감을 줘야 할 거 같고, 제목도 일관성 있는 형식으로 써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음악 메뉴에 노래 올릴 때 내가 원래 쓰는 제목 형식이 노래제목-가수인지 가수-노래제목인지 항상 헷갈려서 새 창에 열어봐야 한다. 순전히 기록을 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든건, 무의식 중에 남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너무 의식하고 있던 건 아닐까 반성한다. 글꼴이니, 형식이니 하는 것은 결국은 글의 부차적인 요인일 뿐인데.


2. 지난 15년 간 내 행적을 봤을 때 나는


(1)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2) 완벽을 위해 구상한 계획을 실행할 성실함은 없다


(3) (2)를 깨닫고 내 게으름에 좌절한다


(4) 계획을 좀 더 느슨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할까 생각하지만, 이 단계에서 타협하고 싶진 않다. 이왕 할거면 완벽하게!


(5) (2), (3)의 반복


(6) 아예 손을 놔버린다 <= "완벽하게 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안 하는 게 나아!!!!"


그렇게 15년 동안 놓친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 2016년 목표는 생각을 덜하고 무모해지는 것.

어차피 무모해지려고 해 봤자 나는 쪼다대마왕이라 많이 무모해지지도 못한다.

중간이라도 찾자.


3. 문득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재미있는 생각들이, 그 순간에 기록하지 못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요즘은 공상을 하다가도 의식적으로 메모장 어플에 적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적은 낙서들을 가끔 모아서 단편선 같이 올려보려고 한다. 기록을 조금 더 일상화하려는 노력 중에 깨달은 것은 의외로 머릿속에서는 명쾌한 아이디어나 생각이 막상 글과 단어로 풀어내려고 하면 잘 치환되지 않는단 것이다. 일대일 대응이 잘 안 되는 느낌. 얼마 전에 읽다 만 언어학 책에서는 이를 말할 때 쓰는 모국어와 다른, 생각할 때 쓰는 머릿속의 언어라며 생각어라고 했다.


ㅈㅅ가 글을 쓸 때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이 넘쳐서 자기 손가락이 너무 느리게 느껴질 정도라고 한 적이 있는데,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노심초사하며 고르는 나는 그게 굉장히 부럽다. 어휘력이 풍부해서 여러 선택지 가운데서 고르는 게 아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개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내 손가락의 근육 움직임들이 잘 표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그렇게 보면 글도 그림도 기술이 아닐까 싶다. 글에 필요한 근육들을 키워봐야겠다. 헬스를 시작할 때 근력이 없는 사람은 짧고 단순하지만 정확하게, 반복적인 운동을 하며 기초를 다져줘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면, 짧은 글도 긴 글 못지않게 중요함을, 스스로에게 깨우침을 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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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