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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5. 01:04 from 흘러가는대로

1. 온갖 것에 열등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왜 이렇게 맘에 드는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서울 중상위권 4년제 대학의 문과생은 기술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어서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불만인 건 많고 부족한 것도 많으면서 의욕이 생기질 않아 그냥 주저 앉아서 불평만 하고 있다. 사회의 공기만 축내고 있을 바에야 혼자만의 세상으로 사라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이미 지나간 삶에 대해 왜 그렇게 아쉽고 후회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뒤돌아 앉아서 이미 손 쓸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화만 내고 있다. 작년 여름엔 지난 이십 동안 좋은 기억보단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기억이 더 많을지라도 그 모든 걸 거쳐 만들어진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다면 그 때의 고생과 아픔도 다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했었다. 반년 동안 무엇이 변한걸까. 그때는 잘되리란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래가 기대되지 않는다. 인턴이라는 임시사원증으로 경험한 '사회'는 장미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앞으로 이런 세상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니. 


엄마는 직장과 사회에 대한 나의 실망, 그리고 자괴감에 대한 얘기들을 듣더니 나는 너무 원론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내 얘기를 듣더니 "그래 네 말도 틀린건 아니야. 세상이 참 옳지 않지. 그래서? 좋든 싫든 우린 여기 속해 있어. 투쟁을 할 게 아니라면 적응하는 수 밖에. 문제의식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굶을 순 없잖아?" 그래 니 말이 맞다. 너무 맞아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래서 2016뇬 목표는 [생각 줄이기]다. 요즘 깊이 생각해봤자 느는 건 자기비하와 현실부정 뿐이다.


2. 그럼에도 음악은 좋은 것이다



내 사랑 ㅇㅈ가 추천해줬다.(고마웡<3) 미친듯이 좋음. 왜 이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흠흠 주류를 너무 피해가다가 놓친 모양이다. 나도 커뮤니티 기웃기웃해볼까0ㅅ0 사실 너무 귀찮음. 사운드클라우드 타임라인에 뜨는 곡들 하나하나 들어주는 것도 벅찬 지경.

요즘 음악 듣는게 쉽지 않다. 심리적으로 힘든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쉽.지.않.다. 핸드폰이 맛이 갔는지 멜론이든 사운드 클라우드든 뮤직플레이어든 자꾸 지 멋대로 멈춰버리거나 재생 5초 만에 담 곡으로 넘어가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포함, 기계 전반에 욕심도 관심도 없는 편이다. 지금은 지인이 썼던 거라고 던져준 중고 갤럭시4를 쓰고 있다. 중고라 핸드폰이 느리고 배터리가 빨리 닳는 거엔 큰 불만이 없었다. 근데 음악이 재생이 안 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거 못 고친다고 하면 진지하게 새 폰 사는거 고려해볼거다. 하 여러모로 짜증나는 일상임.

3. 민음사 롤리타를 구입한지 5년 만에 끝냈다. 책을 이해하고 소화하기보다 정말 '끝내기 위해' 읽었다. 서점에 가서 책이 사고 싶어질 때마다 롤리타를 못 끝낸 것이 마음이 쓰였었다.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이 책이 계속 걸렸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끝내버렸다. 민음사판 롤리타는 가독성이 최악이다. 재수할 때 사서 읽었는데, 그때도 문장이 난해한 것이 꼭 책이 내 언어 영역 성적이 만년 2등급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서 결국 포기했었다. 심지어 그 뒤로 한 번은 한국어판이 어려운 게 번역투 문체 때문인가 싶어 아예 영문판을 빌렸는데 어휘가 너무 어려워서 역시나 포기. 내 언어 실력에 다방면으로 굴욕을 준 작품이었다. 이번엔 대학 들어와서 글도 많이 읽었겠다 내 한국어 실력도 조금은 늘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폈건만,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산만한 문체는 여전했다. 책을 끝내고 문학동네 롤리타와 민음사판을 비교해본 글들을 읽어본 결과, 가독성은 문학동네 것이 훨씬 낫다고 한다. 심지어 민음사 번역에서 오류가 많음을 지적한 글도 있었다. 다만 민음사판은 난해한 만큼 시적인 느낌이 강해서 원작의 느낌을 더 잘 살렸다는 평이 많더라. 나같이 평소에 책 안 읽는 쪼렙 독자는 문학동네로 시작하길 권한다. 다만 문학동네가 판권을 구매한 후 민음사는 절판돼서 더 이상 안 나온다니 참고하시길. 어쩐지 중고나라에서 정가 8000원짜리가 2, 3 만원 대로 팔리고 있더라. 나도 문학동네 꺼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한데 내용도 다 알고 책이 너무 두꺼워서 당분간은 보류할란다.

4. 스마트폰을 없애버리고 싶다. 페이스북, 네이트판, 웹툰하면서 하루에 두세시간씩 쓰다보면 스스로 그렇게 벌레같이 느껴질 수가 없다. 


5. 세상에 오늘 글 왜 이렇게 다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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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