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02

2017. 1. 2. 01:03 from 흘러가는대로

1. 입사 4개월 차인데 벌써 매너리즘을 걱정한다. 노력하는만큼 성장하고 인정받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누가 붙어서 일을 가르쳐 주진 않지만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선배들이 있고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는다. 동시에 게으름 피우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나태해지고 묻어갈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개인의 성장이 노력의 정도와 투자하는 시간에 철저히 비례하는 곳. 그래서 더더욱 내 세이프티존을 벗어나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은 콜드콜을 해야 하는데, 천성이 게으르고 도전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쉽지 않다. 내 성격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일이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포기할 마음은 없다. 더 성실하고 더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있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날 뿐. 그래서 올해 목표도 "공부"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부를 하는 것. 중학교 때부터 연례목표였고 재수 1년 빼고 현재 10년 째 실패하는 중(...) 독서와 공부가 더 이상 "잘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직업의 일부가 됐으니 진짜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내 게으름 이걸 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2. 오늘 세배하려고 친가가 모두 모였었다. 기억나는 것 몇가지:

할아버지: 일은 재미있니? (내가 어떻게 일이 재미있겠냐고 하자 인상을 찌뿌리며) 그래도 일은 재미있게 해야돼. 재미가 없다면 재미가 있게 만들어야지.

--> 왜 나는 내 일이 자신있게 재미있다고 말하지 못할까? 어떤 부분이 재미있지 못한거지. 내가 최선을 다 하고 있지 않아서인가. 내 일은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뭘 해야하지

작은 숙모: 너희가 모두 멋진 커리어우먼이 됐으면 좋겠어. 지금도 각자 자기 영역대로 잘 해나가는 것 같지만. 가족, 아이들- 여자는 자기 일을 하면서도 힘들면 도망칠 구멍이 많아. 위기가 오더라도 그 구멍에 빠지지 않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과 원하는 바를 이루어나갔으면 좋겠어.

--> 손녀들이 절대다수인데다 며느리 넷 중 셋이 자기 일을 하는 우리 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해덕담이다. 이거와 비슷한 맥락으로 기억나는 조언은 얼마 전 만났던 헤드헌팅 회사 대표님. 내가 구상하는 커리어패스를 들으시더니 젊을 때 꼭 공부하러 나가라고. 그리고 의외로 여자애들이 애인과 남편에게 발목이 잡히는데 절대 그렇게 되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 돈과 커리어를 쌓아서 꼭 나가서 공부하리라는 계획을 갖고 있는 내겐 새삼스럽게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마음 속으로 떠날 생각을 놓지 못했으면서 20대 후반의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일까. 취직 전에 2-3년 뒤에 유학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그 이후로 어려워졌다. 내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그 계획에서 유학이든 일이 됐든 외국으로 나가는 일은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끼어있는 목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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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