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3

2021. 7. 13. 04:42 from 흘러가는대로 /.

1. 만 서른이 된지 4시간하고도 30분이 지났다.

 

2. 새벽을 사랑한다. 모두가 잠들고 나와 어둠만 내려앉는 시간. 같은 음악을 들어도 밤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울림이 다르다. 귀가 예민해지고 머리에 구름이 꼈듯이 몽롱해지는 이 구간은 너무 짧다. 3시를 넘기면 해는 금방 뜬다. 4시 반을 넘기면 그 다음날은 30% 실패한 하루가 된다. 잠만 제때 잘 잤어도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새벽의 유혹은 너무 크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온전히 나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 모두가 잠들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미안할 필요도 없고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없고 수행해야할 역할도 없다.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감각, 내 욕망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망가진 수면패턴 때문에 노화가 빨리 오는 한이 있어도 새벽은 포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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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