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픽사로 넘어갔지만 나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 영화의 최강자는 디즈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디즈니의 모국 미국에 살 때는 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꽤 접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영화들을 접했던 경로는 케이블의 디즈니 채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디즈니 채널이 영화를 틀어주는 시간을 외우고 있다가 공 비디오에 녹화하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인생 최초의 '수집'이 아니었을까 한다. 


매번 엄청 공들였던 기억이 난다. 영화 시작 삼십분 전부터 초 긴장 상태에 돌입하는데, 공 비디오에 이미 다른 동영상이 녹화된 건 아닌지 확인하고 버튼 누르는 순서 까먹을라 다시 확인하고 영화가 재생되는 시간 동안은 다른 채널로 절대 돌아가지 않게 아빠로부터 리모콘도 사수해야 했다. 아무튼, 난 이미 디즈니 비디오는 정품으로 풀 구비했놨었기 때문에 녹화본의 대부분이 비디즈니 애니였는데, 나중엔 그렇게 손수 녹화해서 그런지 그 비디오들에 더 큰 애착을 가지게 됐었다. 지금도 생각나면 유튜브에 그 영화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15년이 넘었는데도 지금도 노래 부르는 장면들은 디테일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잊고 있던 것들을 귀와 눈이 기억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의 감각은 요상시럽다. 그 당시엔 영어도 못 알아들었으면서 지금도 얼추 발음대론 따라부를 수 있는거 보면 진짜 많이 보긴 엄청 많이 봤나보다. 


그 중에 Cats don't dance라는 Turner 사 영화가 있었다. 엄청 재미있다 라고 말하진 못하겠고 찾아보니 실제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는 아니라고 한다. 근데 처음으로 내 손으로 녹화한 영화라 그런지 굉장히 자주 봤었고 애착을 많이 가졌던 영화였다. 오늘 첨부한 동영상은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로 여자 주묘공> <의 솔로곡인데, 영화 보다가도 이 노래 들으려고 다시 뒤로 돌리곤 했었다. 어린 나이에도 목소리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데, 찾아보니 부른 가수가 Natalie Cole;;;ㅎ;;;  


성인이 된 후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주제곡들을 쭉 찾아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재즈풍의 노래들이 많아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엔 재즈를 듣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그런 분위기의 음악들을 좋아했던게 신기한거다. 나는 내 첫 재즈 경험이 고등학생 때 친구의 싸이비쥐엠이었던 Eddie Higgins Trio-Alice in Wonderland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미 10년 전부터 나는 이미 비슷한 음악을 좋아하고 있던 셈. 그렇게 보면 취향은 어느 정도의 선천성이 작용하는걸지도..? 나중에 엄마한테 태교할 때 무슨 음악 들었냐고 물어봐야겠다.



 

이건 음원만 있는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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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