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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2. 23:00 from 흘러가는대로


1. 고민이다. 블로그에 좋은 것들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요즘 글빨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글은 못 올리겠고, 글을 못 쓰겠다면 좋은 컨텐츠를 추천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생활에 치이다보니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일기도, 추천도 아닌 .들만 잔뜩 올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투데이가 10을 넘나드는 걸 보며 매일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은 뭘 기대하고 방문하시는걸까 싶다. 우연이든 의도든 간에, 방문하시는 분들 모두 고마워요!


2. 요즘 학교 도서관 앞에서 비평과 창작이 매대를 세워놓고 책들을 싸게 팔고 있다. 책을 사도 다 읽을 확률은 50%도 안 되는 주제에 이상하게 책 욕심은 많아서 어제 오늘 내내 침을 흘리다 결국 세 권이나 샀다. 그 외에도 내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많았으나 너무 두껍고 비싸서 아쉬운 척(!)하면서 포기. 비싼데다 사봤자 다 읽지도 못하고 결국 표지만 훑은 다음 끝내지도 못한 책을 추천하고 다니는 한심한 짓을 할게 뻔했다. 몇 년 전,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던 친한 군인 친구에게 한때 읽다가 포기했던, 하지만 '좋은 책'임은 분명한 철학 입문서를 추천해줬었다. 그 친구는 그 책을 다 읽고 어마어마하게 좋은 책이라며 나를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1/3도 못 읽은 책을 추천해서 칭찬을 받다니. 뿌듯하기보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요즘 여러모로 느끼지만 배움에 대한 내 열의는 호기심이라기보단 지적 허영심에 더 가까운거 같다. 지적 호기심을 지녔다고 하기에 나는 너무 게으르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책은 커녕 신문 기사 하나도 한 호흡으로 읽어내리질 못하니 가히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내 친구들 중에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오해를 풀고 싶다. 사실 너한테 추천한 책을 내가 읽었을 확률은 50퍼 밖에 안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도망)


3. IZE 매거진의 여성 혐오 엔터테인먼트 특집 기사 '이것이 왜 정치가 아니란 말인가'. 이 기사를 쓴 최지은 기자의 글로 아이즈에 입문했었다. 오피니언 글을 논리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요즘 실감하고 있는데 최지은 기자는 이 진지함과 가벼움의 줄타기를 잘하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이란 주제와도 관련 있어서 엄청 재미있게 읽음.


기사의 요지는 텔레비전이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관련된 소구들을 끊임없이 차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와 예능, 개그 프로그램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뤄지는 여성 비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에 우리는 너무 무감각해져있고 또 너무 익숙해있다. 누군가 기분 나쁜 농담을 했는데 여기에 '기분이 나쁘다'라고 피력하면, '농담일 뿐인데 왜 그렇게 진지하냐. 찔리는 것 있냐'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격. 현대 텔레비전의 여성 비하는 딱 이 수준이다. '기분 나쁜 농담' 축에도 못 낀다. 뭔가 기분 나쁜데 딱히 뭐가 기분 나쁜지 찝어서 설명 못할거 같은 그런 농담이랄까.  


텔리비전 폭력물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뮤니케이션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그 중에서도 Aggressive cue와 Priming effect 은 텔레비전이 지닌 '학습'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그 과정은 이러하다 : 


1. 시청자가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의 맥락적인 디테일을 관찰한다.

2. 반복적으로 1의 화면에 노출되면 시청자는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 속의 디테일(특히 폭력의 대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

3. 시청자가 현실에서 폭력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평소 텔레비전에서 봐왔던 폭력물과 관련있는 생각 혹은 행동을 하게 된다. 텔레비전 속에서 펼쳐줬던 가상 현실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 상황에서 할 사고/행동 방식에 영향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폭력물에서 악당 흑인을 백인 경찰이 잡아서 무찔렀다면 이런 화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흑인은 때려도 된다'라는 고정 관념을 형성하고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 흑인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이 이론을 설명하시면서 개그 프로그램들이 여자개그맨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와 연결지어 설명하셨다. 뚱뚱하고 못생긴 개그우먼이 구박을 당하는걸 보며 시청자가 웃을때, 아이들은(어른도 예외인거 같진 않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는 천대받아도 된다'라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그래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사소해보일지언정 절대 '가벼운 농담'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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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