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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2. 00:32 from 흘러가는대로

1. 한국에 도착하고 몇 달을 카페에tj 카라멜 마끼아또만 마셔댔다. 프랑스에서는 그로노블에서 기차를 한시간 반동안이나 타고 나가야 먹을 수 있는 음료였다. 귀국한 게 12월 말이니 이제 5개월쯤 됐으려나. 세보니 질릴 때도 됐다. 요즘 나의 초이스는 연유 라떼/사이공 라떼/아시안 라떼 etc. 달긴 마찬가지지만 카라멜 시럽만큼 인공적인 맛은 아니고 부드러워서 커피 우유 같다. 역시 최종 메뉴 선택은 달라져도 어린이 입맛은 어디 안 간다. 커피 체인에서는 안 팔고 개인 가게에서도 흔히 팔지않는 메뉴가 아니라서 메뉴판에 보이기만 하면 고민 없이 연유 라떼를 고른다.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2. 시간이 흐르는게 무섭다. 대학에 입학한지 5년째. 제일 신기한 것은 고등학교를 3년 밖에 안 다녔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내게 고등학교 생활은 너무 길고 어두운 터널같이 느껴진다. 내 인생의 암흑기!!!!!!!!!! 왜 이렇게 시간이 후딱 갔나 싶더니, 내가 마지막으로 학기를 다닌 3-2땐 아직 3년차여서 크게 안 와닿었나보다. 3년과 5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고등학생의 내가, 신입생 내가 25살의 스그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멋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흐흐


3. 나도 이제 슬슬 구직활동을 해봐야겠다- 싶다가도, 공강날 평일 오후 해가 중천에 떠있을때 소파에 누워서 오디오에 재즈를 틀어놓는게 너무 좋아서, 느즈막한 오후 대로변 옆의 카페에 앉아 멍하게 하늘색 바뀌는걸 바라보는게 너무 좋아서. 이번 여름은 그냥 집에 있을까 하는 게으른 생각들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졸업하면 잉여로워도 학생 때와 같은 여유는 없을거 아닌가? 뭐? 자기합리화라고? 맞다. 흠흠


3-1. 나중에 내 집을 갖게되면 소파와 오디오만은 최상급으로 구비할 생각이다. 


4.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 나만의 음악 나만의 시간. 나의 세계에 유난히 집착하는 내가 과연 누군가의 와이프,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걱정이 오랫동안 함께 하고픈 사람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그 전에는 전혀 걱정이 안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기적이게도 내 안에 멋대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놓고는 금새 떠나버렸다. 나는 그래서 더더욱 나를 '나만의 것'들로 채우려고 했다. 타인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어도 자리가 부족해 못 내줄 정도로 꽉꽉 채우고 싶었다. 그 이후에 등장한 한 사람은 자기를 위한 공간은 없냐며 상처를 받는다. 오랜 외로움, 보답받지 못한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리는지 봐왔다. 외로움이 사람을 얼마나 삐둘어지게 만드는지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겁이 난다. 역시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여자는 그냥 평생 혼자 사는 것이 나은걸까? (고양이를 키우면서 늙고 싶기도 했는데, '더러운 집사랑 살아야 하는 고양이는 무슨 죄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


------------여기까지가 4/27일 쓴 글


1. 김작가랑 칵테일을 마셨다. 김작가는 칵테일 하나,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해선 눈을 야하게 깜빡거렸다. 너 이 년아나중에 '아무런 사심없이 알고 지내던 오빠랑 가볍게 술을 마셨는데 그 다음날부터 계속 카톡이 오니 피곤하다'는 소리 따위 하지마라 너 술마시면 눈을 요상야리꾸리하게 떠.. 나는 칵테일 두 잔을 마셨는데 마실 때 술 맛이 안 느껴진다며 커피마냥 포풍 드링킹하다가 결국 두 잔에 얄랑얄랑해졌다. 목감기 때문에 밤이 깊어질수록 목소리가 허스키해졌다. 술을 마시니 그것도 기분 좋게 들리더라. 김작가와 나는우리 너무 저렴하게 취하는거 아니냐며 좋아했다. 술 두 잔에 이런 감정적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술 약한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1-1. 우리가 갔던 칵테일바는 작고(테이블이 세 개 뿐) 적당히 깔끔해서 컷팅엗지 모던 삐까뻔쩍은 아니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거기에 카운터 하나, 드럼 세트 한 개와 재즈가 나오는 큰 오디오. 바라기 보다 남의 집에 하우스파티 간 느낌이었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거 하나 있엇음 좋겠다. 좋은 음악 들으면서 술도 같이 마신게 너무 오랫만이라 감동적이었다.

 

2. 밤공기가 너무 좋다. 이런 날씨엔 밤마실만 나가도 기분이 금방 좋아진다. 너무 오랫만에 느끼는 기분이라 왜인가 되짚어보니 프랑스로 떠난게 작년 겨울 끝자락이라 그런거였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간절기 밤마실을 만끽한게 2013년 가을,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이라는 얘기다. 와.. 남자친구를 만나기전이라니 이젠 기억도 안 난다. 내가 언제 싱글이었던 적이 있었나?(재수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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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