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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9. 16:45 from 흘러가는대로

1. 마지막 글을 쓴지 한 달이 넘게 지났다. 시간이 모래마냥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걸 보면서 이걸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있을 수 있는 방법은 기록을 하는 것 뿐이라고 느끼면서도 막상 커다란 흰 창에는 무언가 대단한 걸 적어야할 것 같아 계속 미루고만 있었다. 일상 속에서도 엇 이거 적어놓으면 좋겠는데 싶은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는데 그때 뿐 오분 지나면 까먹는다. 이렇게 흘러만 가버린 좋은 생각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 의미에서 티스토리에는 메모장 기능 같은거 없나요? 제목 쓰고 공개 설정하고 이러면 각 잡고 글써야 할 거 같아서 부담부담;; 그렇다고 또 내가 각 잡고 진득하게 앉아서 쓴 글이 다 좋은 글이냐! 하면 글쎄염;ㅅ;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아무거나 싸지르는걸 한동안 내 블로그질의 목표로 삼아야겠다. 어차피 양질의 글을 보러 블로그에 오는 사람은 없을테니! 하!

2. 4개월차 인턴이 됐다. 4학년 1학기의 끝에서 인턴을 지원하려고 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취업에 대한 환상 아닌 환상을 깨기 위해서였다. 25년 중 19년을 학생으로 살아온 내게 직장인은 너무 낯선 단어였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중삼이 고딩되고 나면 별거 없네 싶고 고삼이 대딩되면 내가 이거 때매 십년 뼈빠지게 고생했나 싶었으니, 학생->직장인 루트도 다를거 있으랴 라며 패기있게 인턴에 도전했었다. 그리고 인턴 딱지를 떼고 직장을 견학한지 4개월. 역시 취업 이후에도 인생은 있다 !!!!!! 는 개뿔 웰컴 투 헬이다. 방학도 없고 아파도 병원 간다는 한마디 하려고 오전 내내 상사 기분 살펴야 하고 별 이상하거에 눈치봐야 하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는 이곳이야말로 세미(semi) 지옥. 정직원이 아니라 인턴이라서 좋은 점 한가지는 내가 내 발로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역시 대학생 때가 좋네요" 싶다가도 속으로 "아차! 맞다! 나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지!"라고 안도할 수 있다는 거다. 데헷. 4개월이 지났다. 3개월만 참아보렵니다. 


3. 음악이 귀에 잘 안 들어온다. 장비의 문제인가 싶다. 헤드셋 하나 살까 생각 중.


4. 내 '좋은 사람' 컴플렉스는 생각보다 중증이다.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사실 없는데. 머릿속으로는 내 할일만 잘하면 되지 뭐 여기서 친구까지 사귈 필요 있나 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면서도 소외되는 기분이 조금만 들면 어깨가 움츠러드는게 느껴진다. 개썅마이웨이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나도 딱 선 긋고 내 할 일만 하면 집에 가서 편안히 발 뻗고 자는 그런 사람 하고 싶다. 


5. 언니들이 너무 어렵다. 내 나이엔 직장에 동생보다 언니가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언니들이 너어어어무 어렵다. 사실 내가 학창시절 여자 많은 집단에 완벽하게 융화돼 본 적이 없다. 모든 여초 집단이 그런 것은 아니다만, 미묘한 텃세와 신경전, 급 나누기, 그룹 나누기, 뒷담화로 친목 다지기는 십년이 돼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 남자 많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 라고 생각도 했다만, 사회 생활하는 친구들로부터 이 얘기 저 얘기 듣다보니 남초 직장은 더러운 마초 문화로부터 자유롭기 힘든거 같아 그것도 확신이 안 선다. 여초 직장에서 정치와 히스테리를 감내할 것인가 아님 남초 직장에서 기분 나쁜 눈길과 성추행을 감내할 것인가. 몇 주 전엔 회사 앞에서 어떤 중년 남자가 대낮에 내 바로 뒤를 지나가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툭 쳤다.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되려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날 째려봤다. 저번달엔 옆옆팀 대리님이 회식자리에서 ㄳ씨는 옷만 잘 입어도 진짜 예쁠텐데 라고 하길래 내가 '청바지만 입어도 엉덩이 쳐다보는 우리 팀장만 아니면 나도 얼마든지 예쁘게 입고 다닐거다'라고 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예쁜 대학생 동생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대리, 과장급 남자 선배들도 이 새끼가 유독 이상한거라고 한입모아 말함ㅎ. 그래 이 인간 밑에 있는 김에 비위나 키워놔야지. 직장 생활하는 여자는 어느 정도 필요한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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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