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
책을 읽다가 우연히 지하철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음질이 좋아서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약간은 어색한 듯한 목소리가 차분하게 멘트를 읊어주고 있었다.
"찬 바람에 옷깃을 더욱 단단하게 여미게 되는 11월입니다 ...... 남은 한 해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더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메시지의 도달하지 못함이 왠지 더 감동적이었다.
간혹 당연한 일상을 움직이는 힘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사람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사명감이란 그토록 멋진 것이다.
작은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전차를 굴리고 문을 여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을 할 수도 있다.
하루종일 빛이 들지 않는 그 좁은 곳에서 매일 똑같은 길을 달리고, 매일 똑같은 버튼을 누르는 일을, 원망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한 일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에서 자신을 찾고, 의미를 찾고 남들에게도 무엇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고 사명감을 지닌 사람만이 그 일로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조용히 빛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