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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 02:57 from 흘러가는대로

1. 한 달 같았던 일주일이 지나간다. 자기혐오와 자기연민, 후회, 두려움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잠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지 못해 나답지 않게 하루종일 카카오톡을 붙잡고 있었다. 그 덕에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좋은 친구들이 내게 정말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해결된건 아니지만 예상보다 큰 일은 없이 지나가고 있다. 그 기간 동안 했던 반성과 다짐들도 희미해져가는 걸 느끼다가도 '이 참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또 큰 코 다친다' 싶어서 나태해지지 말아야지 하고 자기최면을 걸고 있다.


2. 그래서 방학이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하려고 했던 구직활동은 오히려 뒷전이었다. 하루하루 우울을 벗어나는게 더 급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좀 해결되니 이제야 내가 놓쳤던 인턴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ㅎ아몰랑


3. 블로그 항목들 중 가장 자주 업데이트 되는게 음악 란인데, 정작 나는 현실에서 지인들에게 음악 추천하는걸 좀 불편해한다. 왠지 내가 추천한 노래를 상대방도 좋아할거라는 자신이 없달까. 근데 또 많이 보지도 않는 책이나 영화 추천하는건 좋아한다. 왜 정작 소비량이 가장 많은 음악은 추천하는걸 꺼릴까 싶었는데, 얼마 전 그 이유를 찾아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던 동갑내기 남자아이 둘을 우리 차에 태울 일이 생겼었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음악은 사잔올스타즈라는 일본 밴드였는데 '나는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듣는다'라고 걔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운전석에 있던 아빠한테 사잔올스타즈 테이프를 틀어달라고 했다(애초에 사잔올스타즈는 고등학교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아빠의 페이보릿이었다). 하지만 나의 안목에 감탄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친구들은 '이 사람들 발음이 이상하다. 외계어로 노래를 한다'며 노래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몹시 부끄럽고 속상했다. 내가 괜히 틀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그 밴드를 좋아하던 아빠의 취향까지 비웃음을 샀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노래를 꺼달라고 하면 왠지 걔네한테 굴복하는 거 같아서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그 아이들은 잔인하게도 노래가 바뀔 때마다 더 크게 웃어댔다. 겨우 두세곡 들을 수 있는 짧은 이동거리였지만 그 날 일은 내게 꽤나 큰 충격이었던거 같다.



치 나는 지금 들어도 좋은데. 지금도 아빠랑 둘이 차 타는 날엔 사잔올스타즈 틀어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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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