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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2019. 11. 24. 16:32 from 흘러가는대로 /.

 

뭣 모르고 블로그 스킨 바꿨는데 마음에 안 든다. 전 버전으로 복구하는 방법도 모름. 나는 분명 밀레니얼 세대인데 인터넷이 점점 어려워진다. 하긴 티스토리는 옛날에도 그다지 진입장벽이 낮은 플랫폼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들어와서 지난 글들을 살펴보니 그래도 작년엔 3개월에 한 번씩은 글을 올렸더라.

 

연차가 쌓이니 일상에서 오는 자극도 없고 영감도 사라진다. 블로그에 뭔가를 올리고 싶어서 일상적으로 영감을 찾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감각이 예민했던 시절인 거 같다. 비록 남자한테 호되게 차여서 그렇게 됐다지만 계기야 무엇이든 생산적으로 극복했으니 됐다.

 

똑똑하게 연애하진 못했지만 푹 빠져서 좋아했던 남자들에게 무언가는 얻어갔던 거 같다. 첫 남자친구였던 조에게서 열등감으로 점철되어 있던 십대를 보상받았고 오랜 연애로 인생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와중 진에게 차이면서 온몸의 감각을 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짧은 방황이 내 20대의 취향을 결정했다. 대학교 고학년, 취준, 사회초년생의 격변기 동안 노가 있었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처음으로 "평생을 같이한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사람. 그리곤 짧게 홍이 왔다 갔다. 인생에 미련 없다고 말하는 텅 빈 눈이 가끔 진짜 미친놈 같아서 무서웠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홍이 던져준 메시지는 하나였다. 직장인 4년 차- 내 인생에 낙이 너무 없다는 것. 지루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4년차 직장인 삶의 불량식품. 

 

그래서 인생의 재미를 좀 찾아보려고 한다. 맘 같아선 직장을 때려치고라도 스스로 절벽 끝으로 밀어보고 싶은데 그 정도 용기는 없고. 여러가지 옵션이 있지만 제대로 고려해보진 않았다. 게을러서 그렇다. 비가 오니 몸이 축축 쳐진다. 가을에 언제부터 이렇게 비 오고 흐린 날이 많았을까.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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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9

2018. 12. 9. 02:48 from 흘러가는대로

제주도에 와 있다. 쉬고 싶었지만 생각만큼의 힐링 여행은 되지 못했다. 2019년을 앞두고 싱숭생숭한 일들 뿐이다. 28살 끝무렵의 시끄러운 속내를 기록한다. 


1. 대학 동기 김작가가 몇 주 전 드디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나도 바쁘고 집이 가깝지 않아서 졸업하고 자주 보지 못했지만 이문동에 후문 쪽 그 어딘가에 항상 그녀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원래도 몇개월에 한번씩 보던터라 아직까지 김작가의 부재가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 그녀가 학부생으로서 마지막 시험을 치루던 어느 서늘한 아침, 학교 앞 CU에서 1+1으로 산 커피 하나를 건네준 일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도 같이 치루는 마지막 시험이 될거라는 사실을 머리론 알았지만 실감하지 못 했었다. 


둘 다 원체 욕심이 많아서 항상 각자의 일로 바쁜데다 나 역시 사람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매일 꾸준히 연락을 하던 사이는 아니었다. 우리는 둘 다 예민하고 호들갑스럽지 않은 인간들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 못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을 하는 친구. 그녀는 나에게, 그녀에게도 나는 그런 친구였다(라고 나는 믿고 있다). 전선은 다르지만 하루하루 일상의 전투를 치뤄나가는 동지. 


이번에 나가면 5년 안엔 못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을 했을 땐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었다. 그런 말들은 너무 무게를 두어 온 몸으로 들으면 속상해지기만 한다. 헤어지면서 손을 흔들때도 다음 만남은 몇년 후가 될 수 있단 사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언제나 그렇듯 담담하게. 우리의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다음을 기다린다.



2. 가장 친한 고등학교 동창은 결혼을 한다. 며칠 전 혼인신고를 했다는 보고를 들었고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수많은 전남자친구들을 탐탁치 못하게 생각했지만 "결혼만 안하면 돼"라며 크게 말리지 않았었다. 내 기분과는 별개로 누구를 만나든지 결국은 그녀의 선택이란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 말고도 쓴소리하는 사람은 많았으니 나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예비 신랑은 얼굴이 선하고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다. 내 마음에 완전히 다 찬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녀의 신랑을 선택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사랑한다한들, 친구의 인생은 본인의 몫이고 선택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뿐. 단편적으로 듣는 일화들만으로 누군가의 현실을 완벽하게 머리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 행복한 지점들이 있겠지. 


그럼에도 아쉬운 소리를 하자면 조금만 더 지켜보고 할 수는 없었던 거니 정도,, 근데 그마저도 혼인신고를 한 이 시점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말리지 않길 잘했어"라고 후회할 정도로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



3. 재수학원 동기는 아무도 보지 않는 이곳에 쓰지도 못할만큼 큰 일을 겪었고 꿋꿋하게 후유증을 견뎌내고 있다. 동정하진 않는다. 친구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 운이 좋지 않았지만 자존심 강한 그녀 앞에선 안타까움의 ㅇ조차도 티내고 싶지 않았다. 다만 내 담담함과는 별개로 친구가 너무 몸을 돌보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됐다. 몸을 잘 챙기고 있는지 계속 물어보니 오히려 조금 불편해하는 기색을 내비췄다. 나름대로 힘이 되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너무 담백하려고 애쓴 나머지 의사선생님처럼 굴었나보다. 


사실 그녀에게 가장 크게 드는 감정은 경이로움이다. 어쩜 그렇게 침착하고 꿋꿋하게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걸까. 재수학원에서 매일 간식을 나눠주던 너는 언제 어른이 됐을까. 서울 돌아가면서 천해향이라도 사줘야겠다. 말로 하는 위로가 젬병이면 선물이라도 잘해야한다.



4. 드디어 내 이야기를 하자면 직장 생활 2년 4개월 만에 최대의 crisis를 맞이했다. 4명의 팀원 중 한명의 다음주부터 휴직에 들어가고 한명이 갑작스레 퇴사했다. 퇴사한 경력 15년의 ㅅ선배는 팀장이었고 내게도 기둥 같은 분이었다. 지난주에 처음으로 퇴사할거라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동기에 제일 가까웠던 내 바로 위 ㅊ선배가 이직할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예스맨인 그 선배에게 너무 많은 일이 돌아가고 있었고 회사는 업무량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ㅅ선배는 달랐다. 대부분이 5년차 이하인 이 부서에서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두명 중 한명이었고 내가 입사하기 전에 7-8년차 중간급들이 우수수 나갔을 때도 그 선배는 남았었다. 선배가 나가면서 이 회사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의문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왜 이 회사는 5-10년차 인원이 희귀한가? 정말 그 선배들이 의리가 없어서 일을 배우자마자 더 좋은 곳으로 떠난거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사실 그 전엔 대부분의 팀원들이 선배라 해도 나보다 고작 3살 많은 팀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 좋았는데 정말 철없는 사고방식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미래에 회사의 핵심인력이 될 허리급 사원들을 묶어두지 못하는 회사인거다.


사람들이 자꾸 나가니 내가 심란해지는 이유는 (1) 적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이 직장이 매력적이었던 아주 큰 이유가 동료들이 너무 좋아서였음 (2) 나 홀로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는 기분 (3) 나는 과연 이직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나? 라는 질문에 대한 자신없음


그리고 이 회사에 대한 의문보다 당장 내 앞에 놓인 숙제는 ㅅ선배의 업무를 내가 메인으로 맡게 된 것이다. 업계 누구나 들어도 웃을 일이다. 이 정도 연차에선 서브로 그 일을 맡는 것도 흔치 않은 케이스다. 당장 금요일에 내가 원래 맡던 업무와 ㅅ선배에게 받은 업무가 한꺼번에 터져서 울면서 보고서를 써냈다. 너무 들여다보고 있는 영역이 많다보니 무언가 터지면 수습하기 급할뿐 이슈에 선재적으로 대응한단 게 아예 불가능하다.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나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누그러진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ㅅ선배의 통보를 받은 날보다는 많이 진정된 상태다. 심지어 긍정적인 생각도 든다. 사실 지금까지 막내라는 이유로 일을 설렁설렁하지 않았나 싶다. 내 첫 사수이자 나보다 입사 2년이 앞섰던 ㅈ선배는 2년전부터 팀의 2위로 업무를 해왔는데, 이 팀에 합류한 시기로는 나와 고작 두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 선배가 팀에서 일을 시작했을때만큼 내 연차가 쌓였을때도 나는 막내라는 이유로 비가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나는 못하겠어요 라고 땡깡 부릴 수 있었고 어리광 부릴 수도 있었지만 내 위의 선배 둘은 그렇게도 못했다. 스스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단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위 (3) 질문이 내 마음을 콕콕 찌르는 것이리라. 


지구가 이렇게 온 힘을 모아 내 승진(?)을 앞당긴 이상, 떠날때 떠나더라도 나도 한번은 온몸을 던져서 일 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면에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게 내게도 다행일수도 있다. 기회는 요령 부리지 않고 열심히 몸을 굴린 사람들에게만 오더라. 2019년은 힘들지만 새로운 도전이 넘치는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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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8

2018. 9. 18. 01:28 from 흘러가는대로

1. 블로그에 업로드가 줄어든 시기와 트위터를 열심히 한 된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순간의 욱하는 감정과 지나가는 생각을 기록한 단문들이 마음을 쏟아내던 장문을 대체하게 된 걸까. 요즘 하루하루의 마감을 해치우는 데 급급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지 않게 됐다고 느끼는 것에도 그 영향이 있을까. 


짧은 실시간의 문장들은 몇 줄이 쌓여도 장문만큼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2. 듣고 싶은 음악이 없다. 귀가 가는 음악이 없고 마음이 움직이는 곡도 없다. 음악감상이 취미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른도 안 돼서 젊은 날을 반추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정말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 의무가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얼마나 보고 듣고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프로의식이 떨어진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음.


3. 퇴근 후를 기다리게 만드는 친구가 생겼다. 우리 집에서 30분. 엎어져서 코앞이라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근 몇년간 사귄 친구 중엔 가장 가까운 거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각각 한 번, 가장 친한 친구와 이별하면서 우정에 대한 미련을 놓아버렸었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친구를 사귀기 위한 노력을 멈추었고 무리에 들기 위한 처절함도 졸업했다. 


그럼에도 인연이라는 건 정말 있는지, 타이밍과 마음이 맞아서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매년 한두명씩 생겼었다. 매일 붙어있거나 매일 연락하는 종류의 친구들. 동성인데도 혼자 마음속으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이 깃드는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 앞에선 예쁘게 꾸미고 싶고,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고, 꿈을 나누고 싶고, 어제와 오늘을 얘기하고 싶었다. 나의 가장 추한 부분까지도 고백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여전히 관계가 영원하리라고 믿지는 않았다. 대신 그 친구들과 상황이 맞고 마음의 크기가 맞는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 사정이 생겨서 바빠지거나 더 이상 공통분모의 화제거리가 없어져서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붙어 있는 그 시간만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서로가 맞닿은 인연을 충실히 다 하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생겼을 땐 더 소중히 하고 서로가 좋을때 더 많이 봐야 해. 그래서 요즘 퇴근이 기다려지고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너와 즐거운 걸 하는 그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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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1

2018. 7. 21. 01:40 from 흘러가는대로

일하다가 간혹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을 거 같단 얘기를 듣는다. 의아하다. 항상 정반대라고 생각했는데. 새 학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여 무리짓는 그 시기가 항상 버거웠다.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살짝 차가운 인상 때문에 다들 선뜻 말을 걸지 않았다. 1년 동안 혼자 밥을 먹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와는 짝을 지어야 하는 그 시기가 매 순간 어려웠다. 자석처럼 아이들을 끌어모으는 친구들을 부러워했었다. 빛이 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순전히 친구들 옆에 있기 위해 무리의 바보를 자처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는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딱히 재미있지도 않아서 모두에게 무해한 존재로 무리에 붙어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혼자여도 괜찮다"는 걸 깨우치면서 어른이 되었다. 지금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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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18. 00:04 from 흘러가는대로

1. 며칠전에 만 27살이 되었다. 이 숫자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직 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항상 너무 어른인 척하려고 하니까.  만 23살이 됐을 때,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았지 세상에서 제일 철없이 굴어도 될 나이였는데. 하지만 만 27살은 왠지 그렇지 않아. 주변에 하나둘씩 유부녀가 생기고 애엄마도 보인다. 10년 전에는 같은 교복을 입었던 친구들. 5년 전 시험기간에 징징거림을 함께했던 동기들. 그들이 수능-취업을 넘어서 결혼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다만 그 이전의 관문들과 달라진 게 있다면 결혼은 정말 선택이라고 느껴진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길을 간다. 이번주에 클럽 갈거야(철없음


2. 정확히 한달이면 입사 만2년이 된다. 이 숫자 역시 도무지 무슨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2-1. 오늘 우리팀 전 인턴이자 옆팀 신입 막내인 후배가 자기는 이 일이 너무 좋다며 여기 뼈를 묻고 싶다고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는거냐고 물어봤으면서. 사실 부러웠다. 나도 내 일이 좋지만 이곳에 뼈를 묻고 싶다고 할 정도의 애정은 없다. 그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이 일보다 내게 더 잘 맞는 일은 없을거란 확신. 


나는 내가 더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봐 무섭다. 직업의 세계에 거의 무지했던 상태로 들어온 첫 직장치곤 생각지도 못하게 적성에 잘 맞아서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엔 더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하는 기대를 놓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만족을 모르고 스스로 잘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깎아내리는 습관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하나하면 그건 언제나와 같이 노. 천성적인 게으름 역시 어디 가지 않으니까.


3. 사실 요즘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프랑스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말은 통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너무 더워서 그런가보다. 20년을 넘게 살아도 서울의 여름은 적응이 안된다. 오면 오는대로, 피할 수 없으니 꾸역꾸역 견딜 뿐. 그래도 작년 여름은 생각보다 버티기 수월했는데 실제로 더위가 약했던건지, 다른 곳에 마음이 팔려서 더위 따위 의식할 겨를이 없었던건지는 알 수 없다. 


3-1. 프랑스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역시 버틸 수 있었을 거 같지 않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방인의 감각. 친구의 말을 100프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일상적인 스트레스. 내가 귀국하자마자 샤를리 앱도 사건이 터졌고, 지금은 서양 구석구석으로 우경화가 진행돼서 전반적으로 이민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나라도 그 안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 


4.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요즘은 사고 싶은 것 밖에 없다. 소비의 연속. 나이나 지쳐서가 아니라 더위 때문일거라 믿고 싶다. 여름에는 가족들과 스코트랜드에 가기로 했다. 나 혼자 비행기 타고 프랑스 갔다오고 싶다. 


5. 타투 생각이 간간히 올라온다. 예전에는 옆구리 뒤, 일명 러브핸들에 하고 싶었고 그 이후엔 꼬리뼈 위에 레터링을 하고 싶어했었다. 요즘은 어깨에 하고 싶다. 내가 흐트러짐을 허락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나만의 표식. 방황기를 함께했던 죠미란 친구는 Take my soul and set me free 란 레터링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안했다. 여전히 그것보다 더 멋진 문구는 듣지 못했다. 그걸 찾는 날엔 결심할 수 있을거 같아.


6. 작년에 내 방의 책상을 없앴다. 위에 짐만 쌓이고 도무지 쓰질 않아서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블로그 글 대다수를 그 책상 위에서 작성했었다. 물론 글을 쓰고 싶을때마다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글을 썼었다. 붐박스가 잘 갖춰진 스피커에 재즈를 틀어놓곤 했다. 이사오기 전에는 베란다가 없어서 창문을 열면 바로 바깥공기가 들어왔다. 사실 그 시절이 가장 그립다. 창문 옆 책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공부하고 글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퇴근하면 침대 위에서 인터넷 쇼핑몰, 트위터랑 웹툰만 보는 으-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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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8

2018. 4. 18. 23:21 from 흘러가는대로

1. 수습 뗀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포기한 케이스가 생길 것 같다. 너무 늦어서. 내가 너무 게으름 부려서. 매일 신문을 읽지 않아서. 패배감이다. 늦은만큼 더 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했지만 역시 늦은 거 같다. 부장은 체념하고 sos를 치는 내게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재미있지만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고. 그러면서 내일 오전까지 문자 3통, 전화 2번 해보고 안 받으면 놓으라고 했다. 


1-2. 내가 일을 많이 잘하고 싶은가보다. 너무 한꺼번에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는 걸 알면서도. 조바심 내고 서두르고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미루지만 내 직업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과연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걸까. 욕심과 불안을 이겨내면서 하루하루 넘기는데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가 없으니 면목이 없다. 그냥 지친걸까. 학생 때는 지칠 때쯤 되면 4개월의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와서 개강 때 각오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직장인에겐 주말 뿐이니 어떻게 리셋해야할지 모르겠다. 몸이 편안해질때쯤 월요일이 와버려.


2. 첫 샤넬을 샀다. 새빨간 벨벳 립스틱. 사고 싶은 마음 1/4, 충동 1/4, 미숙함 1/2으로 샀다. 


3. 예쁘고 당찬 여자들을 항상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의 무리에 끼는 걸 무서워하고 또 그런 나 자신을 하찮게 여겼다. 학창시절은 내가 특별하게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아이란 걸 뼈저리게 확인하고 또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그릇이 큰 아이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었던 것처럼 빛이 났다. 


4. 엄마와 아빠가 자랑스러운만큼 나는 그 둘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단 생각도 깊어진다. 나는 왜 엄마처럼 학구적이고 책을 사랑하지 않을까. 왜 아빠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받지 않았을까. 내 허영심은 어디에서 오나. 나는 엄마처럼 현명하지도, 아빠처럼 성공하지도 못할거야. 


5. 올해 벚꽃은 허무하게 지나갔다. 춥고 비 내린 주말이 많았다. 잘된 일이다. 작년에 있었던 일 이후로 벚꽃을 맞이하는 게 무서웠어. 아름답지만 반갑지 않은 꽃. 그래서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었던 주말이 많은 건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너랑은 벚꽃을 보고싶지 않았어. 아름다운 걸 보면서 추악한 걸 떠올릴 거 같았거든.


6. 절친한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해방을 느꼈다고 한다. 요즘 자꾸 이별한 사람들이 부럽다. 해방이라니. 나도 그 기분 안다 너무 잠깐 만끽했어서 그렇지. 그런 기분이 들거면 왜 지금 연애를 붙들고 있냐 하고 스스로에게도 반문해보지만, 여전히 만나면 즐거우니까. 난 격렬한 설레임보다 편안한 애정을, 뜨거움보다 미지근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지금 이 상태도 괜찮아. 그리고 다음 질문은 이 나이에 "괜찮은" 정도의 상대를 만나는 게 시간낭비일까? 이건 아직 답 못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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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7

2018. 3. 27. 01:28 from 흘러가는대로

학창시절 살던 동네의 스타벅스에 갔다가 1년 반 동안 같이 등하교 버스를 타고 다닌 고등학교 동창을 보았다마른 몸, 수더분한 머리와 까무잡잡한 얼굴이 여전했다. 장난끼가 가득했던 눈빛에서 살짝 피곤이 보였지만 교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있으니 오히려 그 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키가 큰데도 고등학생이 되도록 변성기가 오지 않은 것 같은 앳된 목소리가 묘한 친구였다. 


하필 그 동네에서 그 아이를 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는데 막상 기억을 뒤져보니 그 어떤 추억도 선명하지 않아 놀랐다. 그 순간, 확연해졌다. 나와 너는 더 이상 18살이 아니구나. 우리가 같은 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웃었던 해 이후로 10년이 흘렀구나. 하긴, 오늘 갔던 그 스타벅스도 내가 이사간 이후에 생긴 곳이었지. 


그 친구와 1년 반 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다녔다. 12호 버스를 타는 아이들 중에서도 나를 비롯해 학교에서 멀리 산 열댓명은 꽤 친했다. 집에 오는 길이 40분이 넘게 걸리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만난 친구는 장난끼가 넘치는데도 어딘가 페미닌해서 여자친구들과 사이가 좋았다. 그러다 2학년 7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여전했다. 나랑만 대화를 안 하기 시작했다. 나를 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무시한 건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서로 말을 안 하게 됐다.


아직까지도 계기가 뭐였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내가 그 애에게 생일 선물을 주지 않아서 삐진거라고 잠시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그때도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섬세한 사람이 아니었다. 7월 18일, 아직도 걔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 친구가 5일 전이었던 나의 생일 선물을 줬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침묵이 생각보다 너무 오래 가자 나는 당황했다. 


정말 화가 난 걸까. 너의 생일을 잊은 것 말고 내가 더 크게 잘못한 게 있을까. 내가 사과해야할까. 하지만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 이제와서 생일선물을 주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나한테 화가 났냐고 물어볼까. 아니야 정말 나한테 화가 났다고 하면 나는 어쩌지? 


그렇게 버스를 탈 때마다 한달을 고민하다가 나는 그 애와 단둘이 얘기할 두어번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다른 아이들과 웃고 떠들 때 그 애를 잡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냥 캐쥬얼하게 옆에 앉아서 너 나한테 화난 거 있냐 라고 물어보면 그만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거절의 두려움과 약간의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두어달이 지나고 나서는 그 애도 그냥 내게 다시 말을 걸 타이밍을 놓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심한 구석이 있는 친구였으니까. 


그리고 정확히 5개월 뒤, 나는 이사를 갔다. 12호 버스의 친구들과 제대로 작별인사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이가 서먹하던 동안엔 그 친구와 마주치느니 그 친구가 떠들고 있는 무리에는 아예 끼질 않았던 거 같기도 하고.. 그 버스를 탔던 아이들과는 결국 평생 친구가 되진 못했다. 학교에서 만나도 예전같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락했던 건 결국 생애 첫 썸남이 됐던 다른 남자친구 뿐이었다. (참고로 그 새끼랑은 정말로 끝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엔 그 친구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었다. 특별히 그 친구를 잊었다기보다 재수를 하면서 고등학교와 연관된 모든 것들은 상자에 담아 자물쇠를 걸듯 잊으려고 했다. 그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부였다. 


최근에 와서야 갑자기 근황이 궁금해져서 페이스북에 찾아봤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 역시 그 친구다웠다. 활발했지만 튀거나 나서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사실 오늘도 결국 말을 걸지 못했다.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어서 스스로 놀랐다. "나를 반가워하지 않으면 어쩌지." 나는 걔가 반가웠다. 그러면서도 막상 인사를 하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마지막에 우리는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했는데 오랜만에 만났다고 반갑다고 해도 되는걸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병신 같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10년을 건너뛰어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스타벅스 한 가운데 앉은 그 친구의 얼굴을 찰나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준 건 분명 반가움이었다. 내가 찰나에 너의 얼굴을 알아봤듯 너도 나를 알아봤을까. 네가 나를 알아봐주길 바라면서 자처해서 커피를 가지러 갈 때 그냥 말을 걸어볼걸 그랬어. 모르는 사람에겐 잘도 말을 거는데 왜 너에겐 어려웠을까. 뭐하고 지냈냐고, 궁금했다고 말을 했으면 됐을걸 그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네가 그렇게 빨리 나가버릴 줄 몰랐지. 나 마음 준비하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지. 


지나가버린 시간이 이렇게나 씁쓸하다. 나는 10년 전의 서툴렀던 나와 아직도 화해를 못한 기분으로 스타벅스를 나왔다. 너는 아직도 그대로구나. 먼저 용기를 냐고 손을 내미는 것에 서투른 그 모습 그대로야. 


공교롭게도 그 순간 내 옆에 앉아있었던 중,고등학교 내내 내게 수학을 가르쳐주신 옛 과외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한 거 같아요. 요즘도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는 악몽을 꿔요. 중간고사 첫 날인데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한, 기분 나쁘면서도 익숙한 감각이 되살아나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점점 더 무뎌진다고 했다. 점점 더 그 시절이 아무렇지 않아진다고. 그리고 그때 옛 친구를 만나면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건 나의 자격지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조금만 더 지나서 널 지나친다면, 그땐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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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

2017년 들었던 음악

2018. 2. 26. 12:34 from 듣고

이미 2017년은 갔지만 어떤 종류의 기록이든 의미가 있으니 올려보기로 한다.


2017년 음악 결산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게, 나 작년에 음악 많이 안 들었다.


별로 길지도 않은 멜론 리스트에 재작년 노래들까지 있으니 뭐 할 말 다한 것...


사운드클라우드를 뒤지고 새로운 목소리를 찾는 일이 귀찮다.


이동이 많았던 학생 시절과 달리 한 곳에 앉아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는 업무 중에 새로운 목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여유를 즐길 수 없다. 사실 업무 집중도보다도 일하다보면 음악 자체에 집중을 못하니 안 들으니만 못하다.


음악을 듣는게 귀찮아서 좋은 점은 딱 하나 있었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냥 그 앨범을 통째로 들어버리게 된 것.


그렇게 작년 내내 돌려들었던 앨범들이 다음과 같다:




1. Steve Kuhn Trio - I Will Wait For You (2010)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2번 트랙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임


근데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어딜 뒤져봐도 안 나와서 마음이 아프다.. 작년에 제일 많이 들은 노래 하나 고르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거 고를텐데. 여러분 멜론에는 있다. 제발 뒤져서 Steve Kuhn Trio의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들어주시라. 


지금은 사라진 코엑스 광장의 코나커피퀸즈에서 오전 보고하다가 이 노래 듣고 너무 좋아서 나는 비지엠만으로 그 매장의 단골이 되었다. 오전에 사람 없고 아이스카라멜마끼아또 훌륭하고 무엇보다 너무 고퀄의 재즈를 틀어서 나를 당황시킨 매장. 거기 플레이리스트 담당 알바생인지 사장님인지 누군진 모르겠지만 당신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와 무드 비슷한 Autumn leaves:



※티스토리와 다음은 보라: 유튜브 공유 버튼 누르면 텀블러는 물론 카카오스토리도 있고 레딧도 있는데 티스토리가 아직 없다는 게 말이 되냐





2. offonoff - boy (2017)




오프온오프의 첫 정규앨범. 오랫만에 통으로 즐겨들은 한국 앨범. 들으면 약간 홍대 힙스터된 것 같은 느낌 들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방금 찾아보니 작업물들이 딘 눈에 띄어서 클럽에스키모에 합류했었고 지금 소속사는 혁오와 검정치마가 있는 하이그라운드라고 한다. 후후 아직 힙을 감지하는 내 레이더는 죽지 않았군. 13년경에 프라이머리 정규 앨범 이후로 씨디 통째로 맘에 든 건 이게 처음인듯. 


나무위키는 한국의 HONNE라고 써놨던데 듣고보니 일리 있다. 사운드는 몽환적인데 그래도 혼네보다는 조금 더 한국적인 뭔가가 있는 거 같다.


노래는 대체로 다 좋은데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곡은 

5번(타이틀) boy, 8번 춤, 9번 midnight










3. The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1964)




노동요로 제일 많이 들은 앨범.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1번인 Quiet Nights of Quiet Stars. 재즈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최고 역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듯. 


나는 이 앨범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곡들이 다 경쾌하고 간질간질하다. 꾸밈음이 많다고 해야되나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피아노를 가볍게 친다. 손가락이 건반을 날라다니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재즈앨범답게 지나치게 시끄럽지 않으면서 경쾌해서 몸이 축 쳐지지 않는 게 좋아서 계속 듣고 있다. 찾아보니까 비닐 판이 아직도 인기가 많아서 꾸준히 매매되는 듯. Steve Kuhn과 더불어 사두고 싶은 앨범.











그외:


진보 KRNB2 앨범의 "말하자면"

아이유, 오혁 "사랑이 잘"


곡 단위로는 이 두 개를 줄기차게 들었는데 나 너무 허리가 아파서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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