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et him in a youth movement when I was 15. In the old days things we moved very slow. We took a long time to fall in love mentally. Then one night we decided to go see a movie, and there was a blackout in the theater. And because nobody could see... we held hands. Oh man, that was a very big deal back then! Then a few weeks later, he brought me an orange. Oranges were very rare! There were no oranges anywhere. That's when he got his kiss." (출처: Humans of New York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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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선희 (2013)

2014. 9. 26. 08:33 from 보고



"우리 왜 헤어졌던거야?"


"형, 나 오늘 선희 만났어. 걔 하나도 안 변했어. 여전히 너어무 예뻐."


"니가 좋으니까, 니 옆에 있고 싶으니까. 나 니 옆에 있어도 되겠니?"


"누군지 밝히긴 싫고. 많이 어려. 근데 걔도 여자라고 오늘 아침 걜 생각하는데 막 여기가 뛰더라니까?"


"선배 제가 만수 만나서 화났어요? 안 났어요? 제가 만수 만나도 아무렇지 않아요?"

"...아니 안 괜찮아. 근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잖아"


"넌 여기 웬일이냐?"

"저 선희 만나러 왔어요."


"선희 걔가 착하지. 조금 소심하지만 안목도 있고. 용감하기도 하고."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나봐."

"그나저나 걔 잠수타면 안될텐데. 걔 잠수타면 이년이고 삼년이고 해요."


* 개인적으로 나는 히어로물이나 환타지물보다도 평범한 사람들이 만나 만들어 내는, "관계"의 특별함를에 대한 영화를 더 좋아한다. 행복에 섞인 슬픔, 사랑에 섞인 증오, 우정에 섞인 질투. 모든 관계는 여러가지의 감정적 요소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 요소들은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모든 사건들로부터 그 비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느 관계도 똑같이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흔히 우정, 사랑, 동료 등으로 관계를 규정하지만, 관계란 애초에 각 영역 안에서 생겨나는게 아니라, 이미 형성된 관계에 이름표를 거치는 과정을 거친다. 한국말을 못하는데 이런 얘기하려니 말이 잘 안 나온다. 쉽게 얘기하자면, 내가 어떤 남자를 만났을 때 처음부터 "저 사람과 나의 관계는 사랑이다/우정이다"라고 규정해서 그 사람과 연인 혹은 친구가 되는게 아니라, 그 사람과 겪은 일련의 사건들로 우리 사이엔 어떤 관계가 생기고, 그 특징들을 통해 그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분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이 사랑이라는 분류 안에 있다고 해서 나와 그 사람의 관계가 다른 커플의 '사랑'과 같은 형태인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다르게 생겼고, 우리는 그나마 겹치는 속성들로 그것들을 같은 카테고리 안에 넣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사랑이나 우정이란 단어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너무 단순화해서 규정짓게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에 생각이 갇히는 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은 이만큼이나 복잡해서, 나는 주인공들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서 인물들간에 형성된 그 특수한 '관계'를 관객들이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진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처음 본다. 나는 배우 따라 영화 보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영화에 대해 아는게 없으므로 감독 찾아서 보는 스타일도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선 문외한인 나도 홍상수는 들어봤다. 지루할 정도로 일상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말에 굉장히 궁금했었다. '지루할 정도의 일상'이야말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 2년의 잠수 끝에 돌아온 불안정한 선희가 있고, 선희를 좋아하는 동기 만수가 있고, 선희에게 여자로 흔들리는 선생님이 있고, 선희를 귀여운 후배로 생각하지만 역시나 선희에게 이성적으로 흔들리는 재혁이 있다. 선희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는 영화인게 확실하지만, 판에 뛰어들 자신은 없는지 유학을 가고자 한다. 이에 그녀는 추천서를 받으러 학교에 가는 것으로 2년 간의 원인 모를 잠수에 종지부를 찍는데, 다시 나타난 선희는 세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버리고, 만족스러운 추천서를 손에 넣자마자 다시 제 갈 길 가버린다.


여자 입장에서 선희는 그냥 완전 짜증나는 캐릭터ㅇㅇ 딱 여자들이 '성격은 개떡 같은게 반반한 얼굴 믿고 남자 꼬시고 다닌다' 라는 말 들을만한 스타일. 근데 더 열받는 건 이런 애들은 자기 욕먹는거 신경도 안 쓴다. 여자애들이 놀아주지 않아도 남자애들이 알아서 멍석 깔아주거든. 인터뷰 찾아보니 선희를 연기한 정유미 역시 '캐릭터를 이해하냐'라는 인터뷰 기자의 질문에 '아뇨.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얘 왜 이래;; 나쁜년"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답변했다본인에 대한 확신은 없는데 남들이 자신을 낮게 보는건 못 참는. 자존감이 좀 없다 해야되나. 그와중에 그걸 들키긴 싫어서 조금만 손해 받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금방 날카롭게 행동하는. 지 할말은 다 해야되는데 남 지적 듣는건 싫어하는. 그 와중에 얼굴은 뽀얗고 눈이 새까만게 약간 뾰루퉁한 표정이 새침하게 어울리는 앙칼진 여자다. 


선희가 자신을 아낀 세 남자들을 만나러 갔던 이유는 자신을 긍정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서 얻지 못하는 애정은 남에게서라도 받아 채워야 한다. 특히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나의 어떤 점을 내가 사랑할지 알 턱이 있나. 그러나 선희는 남이 주는 애정에 보답할 마음도 없다. 그래서 술 취한 만수의 '보고 싶었어' '많이 좋아했어' '나 태어나서 너만큼 예뻐한 여자 없어' 따위의 주정은 실컷 들어주다가 '우리 왜 헤어졌어?'라는 질문에 황급히 자리를 떠나버린다. 선생님과 재혁과 술을 마시고 스킨쉽까지 하지만, 애초에 돌아온 목표였던 추천서가 손에 들어오자 황급히 세 남자를 떠나 버린다.

 

나는 이 영화의 남자들이 왜 자꾸 선희를 착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들이 호구가 되고 있는 줄은 모르고. 남자들 말론 착한 여자 좋다고 하지만, 대체로 남자는 이런 '성난 다람쥐' 스타일의 여자들에겐 사족을 못 쓰는거 같다. 물론 얼굴이 졸라 예뻐야햠. 나 역시 속으론 욕하지만, 솔직히 이런 성격의 여자애들이 부럽다. 주변 사람들 피 말리지만 본인은 너무 속편하게 잘 사니까. 그래서 선희는 맘에 안 든다. 얼굴 이뻐서 더 싫어. 선희같은 고민을 하는 여자들은 많다. 그 나이때 그런 고민 안 하는 사람 있나. 근데 예쁘니까 남자들이 발 벗고 도와주려고 하는 거 봐. 이상 열폭은 여기까지. 


* 홍상수 감독의 바로 전작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이란 영화와 비교하면서 기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리뷰들을 봤는데, 나는 그런 거 모르므로 자존감 낮은 재수 없는 기집애가 나와서 세 남자 홀려놓고 목표를 이루고 나선 셋 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영화라 요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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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ish Line 1

2014. 5. 29. 23:59 from 보고

Redish Line 1

Maryam Sasha

https://www.facebook.com/maryam.sasha




빨강은 분노의 색이며, 동시에 사랑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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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Shame

2014. 5. 29. 22:49 from 보고








*평단에서 꽤 좋은 평을 받은데다가 잘생긴 남자 배우의 **노출(!)이 있다길래 벼르고 벼르던 영화. 혼자 보내는 첫 주말의 토요일 저녁에 결국 너무 외로워져서 섹시한 베드신 보면서 대리만족하려고 받았다가 더 외로워져서 피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베드신 보면서 이렇게 감흥 안 오기도 힘든데 정말 이 영화의 베드신들은 보면 더 외로워진다. 신기해.. 


*브랜든은 관계에 대한 집착과 기대를 버린 사람이다. 그는 결혼을 믿지 않고 아무에게도 속박되지 않는 삶이 좋다고 말한다. 잘생긴 얼굴과 기술로 쉽게 여자를 꼬시고 밤을 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들의 전화를 무시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발기하면서도 정작 좋아하는 여자와의 첫 섹스에 실패하는 그는 정신적인 관계에선 고자나 다름없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 씨씨가 브랜드의 집에 들이닥친다. 


씨씨는 외롭고 불안정적이다. 그녀는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버림 받은 후엔 새벽 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우는 그런 여자다. 브랜든은 그런 씨씨가 매우 불편하다. 그의 입장에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쉽게 마음 주고 쉽게 믿어버리고 결국은 상처 받고 매번 똑같은 과정을 겪으면서도 씨씨는 관계 맺기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브랜드이 보기엔 자기가 저질러놓은 똥 치우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똥만 싸지르고 있는 꼴이다. 


사실, 브랜든은 꽤 cool하다. 잘생겼고 몸 좋고 능력있고 맨하탄 한복판에 멋진 아파트를 갖고 있고, 결정적으로 연애에 있어서 구질구질하게 굴지 않는다. 솔직하게, 관계 맺기에 지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그처럼 살아보고 싶었을거다. This relationship shit is too much for me, I wanna fuck, be friends, and live comfortably 라고 50cent가 말했듯이. 그래서 브랜든은 comfortable하다. 여자가 땡길 땐 섹스를 하면 되고 그 이외 구질구질한 감정들과는 엮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 겉으로 보기엔 cool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파보면 사실은 그저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아닌가 싶다. 상처 받는게 무서워서 관계를 포기하고, 그러면서 자기는 쿨한 인간이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자기암시하는거다. 이들은 행동으로 의도를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반면 씨씨는 겉으로 보기엔 찌질하기 짝이 없다. 그녀는 처절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붙잡는다. 하룻밤 보낸 뒤 연락 없는 남자의 사무실에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밀어내는 오빠에게 끊임없이 다가간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미 너덜너덜해질 대로 상처 받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딪힌다. 그녀는 자신이 약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계속 노력한다. 연애에서도 그렇고 일에 있어서도 그렇다. 브랜든이 빈틈을 숨기면서 완벽한 척 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씨씨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이다. 설령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더라도, 그녀는 노력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다.


둘 중 겉으로 보기에 멋있고 닮고 싶은 사람은 브랜드이다. 그러나 더 용기 있는 쪽을 고르라하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씨씨. 누군가에게 빠지면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변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씨씨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부딪치고 최선을 다해 상처 받는다. 한심보일지 언정, 그렇게 최선을 다해 완전연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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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Bed Sheets

2014. 5. 13. 05:01 from 보고


Valentina Vortice 

www.flickr.com/photos/v_ortice_/

*Of Bed Sheets










담배가 너무 피고 싶은데, 담배를 필 순 없어서 담배 사진이나 찾아보고 있다. 언젠가 흡연하는 친구한테 담배 피는 이유를 물어본 적 있었는데, '내 한숨이 눈으로 보이는게 좋아'라는 허세똥 가득한 답변을 주었었다. 에라이 머리에 똥만 찬 놈아 라고 해줬었는데, 이상하게 담배가 펴보고 싶을 때 마다 이 말이 생각이 났었다. 나도 온갖 생각 있는 척은 다하지만 사실은 머리에 허세똥만 가득찬 어린이란 증거일수도.. 그래도 몇 십년을 텔레비전과 의학계에서 백해무익하다는 말을 쏟아내도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 담배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각적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연기를 내는 담배를 개발하고 이를 모든 담배 제조 회사에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면 흡연율은 알아서 떨어질거다.  연기가 안 나는 담배는 멋이 없거든. 한마디로 간 지 가 안 난 다 고. 뭔가 속에 덩어리진게 쿵 하고 내려앉은 거 같은 느낌이 들 때,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신 후 내 안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는게 보인다면 조금 더 마음이 시원해지지 않을까 상상한다. 응어리가 검은 연기가 돼서 나갔으니 이제 나는 괜찮아질거야 이제 다시 가벼워질거야 라고 자기최면 걸 수 있을거 같다. 하지만 내 한숨을 보고 싶은 호기심보다도 난 두려움이 더 큰 사람이라 맨날 입에만 대보다가 불을 붙여보진 못했다. 담배가 몸에 안 좋아서 무서운 건 아니다. 사실 담배가 피부에 해로운 건 무섭다. 여자의 피부는 생명이다. 게다가 담배 피면 맨날 샤워해야할 거 같다. 맨날 샤워하기는 죽어도 싫다. 이틀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 딴 건 다 상관없고, 중독되는게 무섭다. 내 무의식이 무언갈 갈구하는게 무섭다. 나에게 백해무익한 걸 알면서도 그걸 바라는게 무섭다. 내 자신이 컨트롤이 되지 않는게 무섭다. 모든 나쁜 것이 그렇듯이 담배는 시작만이 있을 뿐 돌아가기는 없다. 술 마실 때만 피던 사람도 결국 멀쩡할 때도 한 대 두 대 피다가 진짜 흡연자가 된다.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냐의 문제일 뿐 사실 한 번 입에 대기 시작하면 결말을 정해진거다. 신은 왜 인간을 이렇게도 나약하게 만들었나. 아니 나만 그런가. 하 나도 지수처럼 글로 스트레스 풀고 싶다. 지수처럼 간지나게 글로 스트레스 풀고 그 글을 읽은 사람이 오 시발 이거 존나 씁쓸해 라고 탄식하는 그런 글 쓰고 싶다. 지수글이 소주잔에 담긴 소주라면, 내 글은 초딩이 어른 흉내내고 싶어서 소주잔에 사이다 따라놓은거 같다. 나는 글도 못 쓰고 담배도 못 피니 손이나 뜯어야겠다. 나는 굳은 담배값으로 반창고를 사들이고, 흡연으로 나빠진 피부 대신 피가 군데군데 굳은 손가락들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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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무렵부터 '넌 어쩐지 아빠를 전혀 닮지 않았어'라는 말을 들어온 한 여자의 <출생의 비밀 찾기> 다큐멘터리. 영화의 중심이자 감독인 사라 폴리는 늦둥이로 태어나 11살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그 이후로 조용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의 손에 길러진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들은 그녀에게 '넌 우리의 친동생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농담을 하는데, 장성한 사라 폴리는 장난반 진심반으로 정말 자신의 친부 찾기에 나선다. 자신의 출생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그녀의 어머니 다이앤 폴리가 살았던 인생을 재구성해간다. 이걸 위해 감독이자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 친부 후보(?)들, 형제자매들(4명이나 된다), 어머니의 동료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다이앤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팩트에 기반한 이 영화의 인간미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감독 사라가 어머니의 인생을 재구성하는데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다이앤의 주변인을 인터뷰함으로서 그녀의 인생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연극계 종사자인 인터뷰이 한 사람은 굉장히 맘에 안 든다고 진술한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다이앤의 인생을 구성하는 시도는 하나의 이야기로 여러 버전을 들려줄 수 있기에 흥로울 순 있겠지만, 그 방식으로는 스토리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 채 빙빙 돌기만 할 거라는 것이 그의 이유였다. 근데 나는 오히려 사라가 선택한 방식이 좋았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각자 걸어온 삶 하나하나가 '스토리'라면, 이 스토리에 하나의 메시지가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살면서 너무나 많은 관계를 맺으며 그 어느 관계도 제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사람은 아주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점이지만, 가까이 들여다 보면 여러 개의 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없는, 실타래 같은 동물이다. 그런 면에서 여러 개의 인터뷰를 통한 인생 들여다보기훌륭한 방식이었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알 것 같기도, 그러다가도 모르겠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이다. 




사라의 어머니이자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다이앤 폴리. 사라의 형제 중 하나는 어머니가 항상 집에서 업무 때문에 전화를 하고 있을때 집무실 안에 들어서려고 하면, 그녀가 항상 저 자세로 서서 입모양으로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습관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습관들로 그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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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나한텐 누가 뭐래도 제시카 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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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어패럴의 화보들은 야하다. '섹시하다'와 '야하다'의 차이를 아는가? 둘은 절대 동의어가 아니다. 레이스 달린 란제리와 슬립이 섹시하다면, 민무늬의 검은색 속옷과 박시한 흰 티는 야하다. 장미꽃과 촛불로 셋팅된 호텔방이 섹시하다면, 침대 시트가 어지러진 아침의 자취방은 야하다. 힘주어서 연출하는 것보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기억을 건드리는게 더 자극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AA는 평범해서 발칙한 야함의 포인트를 매우 잘 알고 있다. 누구나 공유하는 평범함이 오히려 상상력의 공간을 더욱 크게 확장시켜줄 수 있다. '섹시'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을 보자. 형형색색의 레이스 리본, 누가 보기에도 예쁜 속옷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몸매의 언니들이 입고 있다. 분명 섹시하다. 근데 사실 그 속옷을 입었을 때, 혹은 그걸 여자친구에게 입혔을 때 그 여자가 미란다 커로 변실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진짜 섹시해, 진짜 섹시한데, 딱 거기까지. 보기에는 좋지. 근데 그럼 뭐해 내 껀 아닌데. 
 
AA의 화보는 그 반대다. 얼굴이 특출나게 뛰어난 모델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쁜 사람이 드물다. 물론 몸매는 다들 탄탄하지만 빅시 언니들처럼 젓가락 만한 다리에 수박만한 가슴을 갖고 있진 않다. 타 브랜드들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타협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비쥬얼들이다. 사람들이 강남 지하상가에서도 찾을 수 있을거 같은 심플totheMAX한 옷들이 굳.이. AA에서 사는 이유가 여기있다. 저기 있는 저 평범한 옷을 입으면 나도 광고 속의 "잘만 연출하면 나름 비슷하게 따라갈 수 있는" 언니들처럼 될 수 있을거 같다는, 그런 묘한 최면에 빠지는거다. 미란다 커는 무리여도 저 정도면 가능하겠다 싶은. 사람들은 그 자기최면에 돈을 낸다.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력을 돈을 주고 현실화 하는거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AA 비싸다. 지하상가에서 오천원 주면 살 수 있을거 같은 옷들은 몇 만원에 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A가 그렇게 잘 나가는 이유는 평범함으로 소비자들의 상상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각설하고 AA의 화보가 왜 야한지 보도록 합시다.(두근)(두근) 


 







 

음... 사진 올리고보니까 내가 잘 못 생각한거 같다.ㅋ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개쩌네 ㅋ 음... 그럼 난 이제 뭘 입어야 하지 음... 그냥 다시 태어날까 음.... 게다가 왜 내가 선택한 사진들은 다들 바지가 없거나 속옷이 없을까 ㅋ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ㅠㅠ 난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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