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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들었던 음악

2018. 2. 26. 12:34 from 듣고

이미 2017년은 갔지만 어떤 종류의 기록이든 의미가 있으니 올려보기로 한다.


2017년 음악 결산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게, 나 작년에 음악 많이 안 들었다.


별로 길지도 않은 멜론 리스트에 재작년 노래들까지 있으니 뭐 할 말 다한 것...


사운드클라우드를 뒤지고 새로운 목소리를 찾는 일이 귀찮다.


이동이 많았던 학생 시절과 달리 한 곳에 앉아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는 업무 중에 새로운 목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여유를 즐길 수 없다. 사실 업무 집중도보다도 일하다보면 음악 자체에 집중을 못하니 안 들으니만 못하다.


음악을 듣는게 귀찮아서 좋은 점은 딱 하나 있었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냥 그 앨범을 통째로 들어버리게 된 것.


그렇게 작년 내내 돌려들었던 앨범들이 다음과 같다:




1. Steve Kuhn Trio - I Will Wait For You (2010)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2번 트랙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임


근데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어딜 뒤져봐도 안 나와서 마음이 아프다.. 작년에 제일 많이 들은 노래 하나 고르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거 고를텐데. 여러분 멜론에는 있다. 제발 뒤져서 Steve Kuhn Trio의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들어주시라. 


지금은 사라진 코엑스 광장의 코나커피퀸즈에서 오전 보고하다가 이 노래 듣고 너무 좋아서 나는 비지엠만으로 그 매장의 단골이 되었다. 오전에 사람 없고 아이스카라멜마끼아또 훌륭하고 무엇보다 너무 고퀄의 재즈를 틀어서 나를 당황시킨 매장. 거기 플레이리스트 담당 알바생인지 사장님인지 누군진 모르겠지만 당신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와 무드 비슷한 Autumn leaves:



※티스토리와 다음은 보라: 유튜브 공유 버튼 누르면 텀블러는 물론 카카오스토리도 있고 레딧도 있는데 티스토리가 아직 없다는 게 말이 되냐





2. offonoff - boy (2017)




오프온오프의 첫 정규앨범. 오랫만에 통으로 즐겨들은 한국 앨범. 들으면 약간 홍대 힙스터된 것 같은 느낌 들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방금 찾아보니 작업물들이 딘 눈에 띄어서 클럽에스키모에 합류했었고 지금 소속사는 혁오와 검정치마가 있는 하이그라운드라고 한다. 후후 아직 힙을 감지하는 내 레이더는 죽지 않았군. 13년경에 프라이머리 정규 앨범 이후로 씨디 통째로 맘에 든 건 이게 처음인듯. 


나무위키는 한국의 HONNE라고 써놨던데 듣고보니 일리 있다. 사운드는 몽환적인데 그래도 혼네보다는 조금 더 한국적인 뭔가가 있는 거 같다.


노래는 대체로 다 좋은데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곡은 

5번(타이틀) boy, 8번 춤, 9번 midnight










3. The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1964)




노동요로 제일 많이 들은 앨범.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1번인 Quiet Nights of Quiet Stars. 재즈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의 최고 역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듯. 


나는 이 앨범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곡들이 다 경쾌하고 간질간질하다. 꾸밈음이 많다고 해야되나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피아노를 가볍게 친다. 손가락이 건반을 날라다니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재즈앨범답게 지나치게 시끄럽지 않으면서 경쾌해서 몸이 축 쳐지지 않는 게 좋아서 계속 듣고 있다. 찾아보니까 비닐 판이 아직도 인기가 많아서 꾸준히 매매되는 듯. Steve Kuhn과 더불어 사두고 싶은 앨범.











그외:


진보 KRNB2 앨범의 "말하자면"

아이유, 오혁 "사랑이 잘"


곡 단위로는 이 두 개를 줄기차게 들었는데 나 너무 허리가 아파서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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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

180225

2018. 2. 26. 00:48 from 흘러가는대로

오늘도 무기력한 일요일 밤을 보내다가 생각없이 블로그의 링크들을 눌러보았다.


2013년에 가입해서 15년 정도까지 등록했던 사람들이다. 그중엔 아직도 기록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고, 나와 마찬가지로 2016년을 기점으로 새 글이 안 올라온 것도 있고, 아예 도메인이 사라진 블로그도 있고, 이웃 수를 꽤나 모았는지 어느 한의원에게 팔려버린(!) 블로그도 있었다. 


몇 안 되던 지인들의 블로그는 모두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13-14년 무렵 서로 매일 새 글이 올라오는지 체크하던 대학동기는 바로 어제 우리집 근처에서 웨딩촬영을 했고 나는 도우미로 동행했다. 허리가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됐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부탁은 언제나 거절하기 어려웠다.


친구의 신랑은 둘이 사귀기 이전에 둘이 가까운 친구로 지낼 때부터 몇번 본 사이라서 촬영 자체는 꽤 즐거웠다. 사실 내가 무슨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전날부터 잠을 설치고 몸 상태가 안 좋았다던 친구는 갈비뼈를 압박하는 드레스에 힘들어하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만 서면 눈꼬리가 예쁘게 올라갔다. 나와는 항상 만나서 어두운 고민을 공유하던 사이라, 귀엽게 웃는 얼굴보다 내 머릿속을 읽어버릴 것만 같은 또렷한 눈, 예쁘게 w자를 그리는 입술을 뾰루퉁하게 다문 모습이 훨씬 더 익숙한 친구였는데. 그렇게 화사한 웃음을 몇 시간 동안이나 지속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애교를 부리지도 않고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봐)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든 종류의 행동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웨딩사진 촬영 특유의 포즈들을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웬 걸, 너무 잘하더라. 


촬영장에서는 학교 다니던 시절 즐겨들었던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10cm, 프라이머리, 심규선 등등. 음악은 일부러 떠올리고 싶을때는 돌아오지 않는 과거의 감각들을 깨운다. 심규선을 들을 때 첫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방황하던 시간이 떠올랐고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가 흘러나올땐 대학교 2학년 때 쯤 합정을 걸어다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제서야 대학 입학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느낀다.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되살아난다. 희미하지만 기억이 날 듯한 봄과 여름날들이 떠오르자 내 앞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너의 모습이 어색해졌다.


학교를 다닐 땐 항상 과 후드티에 옅은 화장만 하고 다니던 친구였다. 유난히 책과 영화를 사랑하고, 어린 나이에 독립해서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고 혼자 귀가하는 빈 집을 버거워하던. 동기들이 뿔뿔히 흩어지는 3학년 이후에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1학년에 처음 봤을 땐 서로를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그 친구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같이 보낸 시험기간이 생각난다. 시험 보는 날 아침 둘이 한 열람실에 마주보고 앉아 편의점에서 파는 1+1커피를 나눠마셨었다. 그 커피 두개를 찍은 사진이 아직도 내 인스타그램에 남아있다.


학생 시절의 너는 예민하고 상처를 많이 받은 새 같았다. 바람을 맞아서 다치고 돌아오면 며칠을 힘들어하다가도 열심히 스스로 일어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는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나는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서 웃는 네가 예쁘면서도 조금 서운했다. 너에게 서운한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이 서운했다. 너는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됐을까. 너보다 한살이 많은 나 역시 어른이 된걸까. 그 작은 교정에서 공강 사이에 커피를 나눠마시고 지하에 있던 작은 칵테일바에 앉아 세상에 대한 불공평을 쏟아내던 날들이 아직 내 머릿속에 있는데 너는 더 이상 후드티를 입은 대학생이 아니다. 살도 빠지고, 예뻐지고, 너의 옆에 너를 너무 사랑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싶어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사실 그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나는 마음을 많이 놓을 수 있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네가 필요할 때마다 네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고 그동안 너를 대하는 게 죄스러웠다.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도 그걸 위해 실천하는 게 없는 내가 위선적으로 느껴졌었다.


너는 올해 결혼을 하면 이민을 간다. 간헐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겠지만 두 집안의 장녀와 며느리가 될테니 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줄 수는 없겠지. 공강에 짬을 내서 얼굴을 보고 카페를 가던 시절은 갔어. 한때 새벽을 같이 나누던 그 친구도 없지 이젠. 웨딩드레스 입은 네 모습이 잠깐 너무 서운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건 그래서인가봐.


그래도 지수야 나는 네가 아주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한국이 아닌 그곳에도 너의 똘똘함과 재능을 알아줄 사람들이 더 많이 있기를. 그곳의 공기가 한국 특유의 무례함을 싫어하던 너의 숨통을 트여주기를. 그래도 역시, 불이 꺼진 차가운 현관에 들어서는 게 너무 싫었다고 했던 네가 사람의 온기가 있는 집으로 귀가할 수 있는 게 나는 가장 기쁘다. 


사실 나는 웨딩드레스 입은 너를 보면서 학생 때 우리가 자꾸 생각나서 기분이 묘했어.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하진 못하겠다. 지나갔으니 내게 아련함으로 남아있는거지, 우리 둘에게 특히 너에게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던 걸 안다. 돌아오지 말고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쭉쭉 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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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

180223

2018. 2. 23. 04:02 from 흘러가는대로

1. 너무 오랫만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반년마다 한번씩 웹사이트 개편되던데 티스토리의 편집 박스는 너무 변한 게 없어서 당혹스럽네. 실로 오랫만에, 학부 시절 썼던 글이 하나 읽고 싶어서 들어왔다가 노스텔지어에 휩싸여 버렸다. 헤더에 걸려있던, 목선이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이 그리웠는데 내가 언젠가 바꾼답시고 지워버렸던 게 생각났다. 아쉽다. 좋은 사진이었는데.


2. 요즘 부쩍 나에게 남은 것은 내 명함과 ㅇㅇ의 여자친구라는 포지션 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도 않고 음악을 잘 듣지도 않는다. 퇴근하면 지쳐서 사지도 않을 인터넷 쇼핑몰들과 네이트 판, 네이버와 다음의 흥미성 카페글들을 전전할 뿐.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으면서도 머리를 멈추게 하는 마약에 자꾸 빠져들어서 퇴근 후 꿀같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쏟아부은지 1년 반. 하지만 무채색 인간이 되어가는 그 기분 썩 좋지 않더라. 그래서 올해 목표는 내 mojo를 되찾는 일. 더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자고 다짐한 게 1월 1일인데 이제 구정 지나서 음력 새해에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다짐도 먹히지 않을 2월 말이 왔다. 심지어 겨울 다 가고 봄 직전임. 


3. 고백하자면 텀블러로 옮기려고 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1) 티스토리 망하면 내 글들 다 날라갈까봐. 근데 용케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 2) 텀블러가 유튜브 영상 올리기 훠어어어어어어얼씬 편함. 그냥 버튼 하나면 돼. 티스토리는 글 작성-html-url복붙 등 프로세스가 많은데 말이지. 근데 지금 다시 보니 그런 수작업도 너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아님 나도 나이들어가니 점점 빨라지고 쉬워지는 것들에 지쳐가는 걸수도. 아 3) 트위터 중독됨(...) 그러는 동안 가끔 들어와서 쓰는 긴 글보다 생각날 때 짧게 쓰는 개소리 형식의 글쓰기에 더 익숙해진 듯하다. 티스토리 요즘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스마트폰 앱 너무 구렸어.. 인정하잖아...


4.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짜로부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7년은 배신과 수치심으로 얼룩진 해가 되었다.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나를 상처 준 피해자 옆에서 바로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과거"로 치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많이 왔고 정 가슴이 답답할 땐 정신적으로 채찍을 휘두르거나 실제로 싸대기를 날리고 있기 때문에 견딜만하다. 


5. 티스토리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일시적으로 드는데, 왜 그런진 모르겠다. 여기 있을땐 방문자도 그닥 안 늘고 텀블러와 달리 회원 수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 많이 했었는데, 오늘은 애초에 그런 것들이 언제 중요했나 싶다. 애초에 내 안의 목소리와 내 취향, 내 20대를 담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으니까. 없어지지만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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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