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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8

2018. 9. 18. 01:28 from 흘러가는대로

1. 블로그에 업로드가 줄어든 시기와 트위터를 열심히 한 된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순간의 욱하는 감정과 지나가는 생각을 기록한 단문들이 마음을 쏟아내던 장문을 대체하게 된 걸까. 요즘 하루하루의 마감을 해치우는 데 급급해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지 않게 됐다고 느끼는 것에도 그 영향이 있을까. 


짧은 실시간의 문장들은 몇 줄이 쌓여도 장문만큼의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2. 듣고 싶은 음악이 없다. 귀가 가는 음악이 없고 마음이 움직이는 곡도 없다. 음악감상이 취미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른도 안 돼서 젊은 날을 반추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정말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 의무가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얼마나 보고 듣고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프로의식이 떨어진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음.


3. 퇴근 후를 기다리게 만드는 친구가 생겼다. 우리 집에서 30분. 엎어져서 코앞이라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근 몇년간 사귄 친구 중엔 가장 가까운 거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각각 한 번, 가장 친한 친구와 이별하면서 우정에 대한 미련을 놓아버렸었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친구를 사귀기 위한 노력을 멈추었고 무리에 들기 위한 처절함도 졸업했다. 


그럼에도 인연이라는 건 정말 있는지, 타이밍과 마음이 맞아서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매년 한두명씩 생겼었다. 매일 붙어있거나 매일 연락하는 종류의 친구들. 동성인데도 혼자 마음속으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이 깃드는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 앞에선 예쁘게 꾸미고 싶고,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고, 꿈을 나누고 싶고, 어제와 오늘을 얘기하고 싶었다. 나의 가장 추한 부분까지도 고백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여전히 관계가 영원하리라고 믿지는 않았다. 대신 그 친구들과 상황이 맞고 마음의 크기가 맞는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누군가 사정이 생겨서 바빠지거나 더 이상 공통분모의 화제거리가 없어져서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붙어 있는 그 시간만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서로가 맞닿은 인연을 충실히 다 하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생겼을 땐 더 소중히 하고 서로가 좋을때 더 많이 봐야 해. 그래서 요즘 퇴근이 기다려지고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너와 즐거운 걸 하는 그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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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1

2018. 7. 21. 01:40 from 흘러가는대로

일하다가 간혹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을 거 같단 얘기를 듣는다. 의아하다. 항상 정반대라고 생각했는데. 새 학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여 무리짓는 그 시기가 항상 버거웠다.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살짝 차가운 인상 때문에 다들 선뜻 말을 걸지 않았다. 1년 동안 혼자 밥을 먹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와는 짝을 지어야 하는 그 시기가 매 순간 어려웠다. 자석처럼 아이들을 끌어모으는 친구들을 부러워했었다. 빛이 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순전히 친구들 옆에 있기 위해 무리의 바보를 자처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는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딱히 재미있지도 않아서 모두에게 무해한 존재로 무리에 붙어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혼자여도 괜찮다"는 걸 깨우치면서 어른이 되었다. 지금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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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7

2018. 7. 18. 00:04 from 흘러가는대로

1. 며칠전에 만 27살이 되었다. 이 숫자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직 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항상 너무 어른인 척하려고 하니까.  만 23살이 됐을 때,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라고 생각했다. 바보같았지 세상에서 제일 철없이 굴어도 될 나이였는데. 하지만 만 27살은 왠지 그렇지 않아. 주변에 하나둘씩 유부녀가 생기고 애엄마도 보인다. 10년 전에는 같은 교복을 입었던 친구들. 5년 전 시험기간에 징징거림을 함께했던 동기들. 그들이 수능-취업을 넘어서 결혼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다만 그 이전의 관문들과 달라진 게 있다면 결혼은 정말 선택이라고 느껴진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길을 간다. 이번주에 클럽 갈거야(철없음


2. 정확히 한달이면 입사 만2년이 된다. 이 숫자 역시 도무지 무슨 마음가짐으로 맞이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2-1. 오늘 우리팀 전 인턴이자 옆팀 신입 막내인 후배가 자기는 이 일이 너무 좋다며 여기 뼈를 묻고 싶다고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는거냐고 물어봤으면서. 사실 부러웠다. 나도 내 일이 좋지만 이곳에 뼈를 묻고 싶다고 할 정도의 애정은 없다. 그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이 일보다 내게 더 잘 맞는 일은 없을거란 확신. 


나는 내가 더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봐 무섭다. 직업의 세계에 거의 무지했던 상태로 들어온 첫 직장치곤 생각지도 못하게 적성에 잘 맞아서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엔 더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하는 기대를 놓치지 않는다. 천성적으로 만족을 모르고 스스로 잘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깎아내리는 습관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하나하면 그건 언제나와 같이 노. 천성적인 게으름 역시 어디 가지 않으니까.


3. 사실 요즘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프랑스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말은 통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너무 더워서 그런가보다. 20년을 넘게 살아도 서울의 여름은 적응이 안된다. 오면 오는대로, 피할 수 없으니 꾸역꾸역 견딜 뿐. 그래도 작년 여름은 생각보다 버티기 수월했는데 실제로 더위가 약했던건지, 다른 곳에 마음이 팔려서 더위 따위 의식할 겨를이 없었던건지는 알 수 없다. 


3-1. 프랑스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역시 버틸 수 있었을 거 같지 않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방인의 감각. 친구의 말을 100프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일상적인 스트레스. 내가 귀국하자마자 샤를리 앱도 사건이 터졌고, 지금은 서양 구석구석으로 우경화가 진행돼서 전반적으로 이민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나라도 그 안에서 버틸 수 있었을까. 


4.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요즘은 사고 싶은 것 밖에 없다. 소비의 연속. 나이나 지쳐서가 아니라 더위 때문일거라 믿고 싶다. 여름에는 가족들과 스코트랜드에 가기로 했다. 나 혼자 비행기 타고 프랑스 갔다오고 싶다. 


5. 타투 생각이 간간히 올라온다. 예전에는 옆구리 뒤, 일명 러브핸들에 하고 싶었고 그 이후엔 꼬리뼈 위에 레터링을 하고 싶어했었다. 요즘은 어깨에 하고 싶다. 내가 흐트러짐을 허락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나만의 표식. 방황기를 함께했던 죠미란 친구는 Take my soul and set me free 란 레터링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안했다. 여전히 그것보다 더 멋진 문구는 듣지 못했다. 그걸 찾는 날엔 결심할 수 있을거 같아.


6. 작년에 내 방의 책상을 없앴다. 위에 짐만 쌓이고 도무지 쓰질 않아서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블로그 글 대다수를 그 책상 위에서 작성했었다. 물론 글을 쓰고 싶을때마다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글을 썼었다. 붐박스가 잘 갖춰진 스피커에 재즈를 틀어놓곤 했다. 이사오기 전에는 베란다가 없어서 창문을 열면 바로 바깥공기가 들어왔다. 사실 그 시절이 가장 그립다. 창문 옆 책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공부하고 글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퇴근하면 침대 위에서 인터넷 쇼핑몰, 트위터랑 웹툰만 보는 으-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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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8

2018. 4. 18. 23:21 from 흘러가는대로

1. 수습 뗀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포기한 케이스가 생길 것 같다. 너무 늦어서. 내가 너무 게으름 부려서. 매일 신문을 읽지 않아서. 패배감이다. 늦은만큼 더 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했지만 역시 늦은 거 같다. 부장은 체념하고 sos를 치는 내게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재미있지만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고. 그러면서 내일 오전까지 문자 3통, 전화 2번 해보고 안 받으면 놓으라고 했다. 


1-2. 내가 일을 많이 잘하고 싶은가보다. 너무 한꺼번에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는 걸 알면서도. 조바심 내고 서두르고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미루지만 내 직업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과연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걸까. 욕심과 불안을 이겨내면서 하루하루 넘기는데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가 없으니 면목이 없다. 그냥 지친걸까. 학생 때는 지칠 때쯤 되면 4개월의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와서 개강 때 각오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직장인에겐 주말 뿐이니 어떻게 리셋해야할지 모르겠다. 몸이 편안해질때쯤 월요일이 와버려.


2. 첫 샤넬을 샀다. 새빨간 벨벳 립스틱. 사고 싶은 마음 1/4, 충동 1/4, 미숙함 1/2으로 샀다. 


3. 예쁘고 당찬 여자들을 항상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의 무리에 끼는 걸 무서워하고 또 그런 나 자신을 하찮게 여겼다. 학창시절은 내가 특별하게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아이란 걸 뼈저리게 확인하고 또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그릇이 큰 아이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었던 것처럼 빛이 났다. 


4. 엄마와 아빠가 자랑스러운만큼 나는 그 둘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단 생각도 깊어진다. 나는 왜 엄마처럼 학구적이고 책을 사랑하지 않을까. 왜 아빠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받지 않았을까. 내 허영심은 어디에서 오나. 나는 엄마처럼 현명하지도, 아빠처럼 성공하지도 못할거야. 


5. 올해 벚꽃은 허무하게 지나갔다. 춥고 비 내린 주말이 많았다. 잘된 일이다. 작년에 있었던 일 이후로 벚꽃을 맞이하는 게 무서웠어. 아름답지만 반갑지 않은 꽃. 그래서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었던 주말이 많은 건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너랑은 벚꽃을 보고싶지 않았어. 아름다운 걸 보면서 추악한 걸 떠올릴 거 같았거든.


6. 절친한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해방을 느꼈다고 한다. 요즘 자꾸 이별한 사람들이 부럽다. 해방이라니. 나도 그 기분 안다 너무 잠깐 만끽했어서 그렇지. 그런 기분이 들거면 왜 지금 연애를 붙들고 있냐 하고 스스로에게도 반문해보지만, 여전히 만나면 즐거우니까. 난 격렬한 설레임보다 편안한 애정을, 뜨거움보다 미지근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지금 이 상태도 괜찮아. 그리고 다음 질문은 이 나이에 "괜찮은" 정도의 상대를 만나는 게 시간낭비일까? 이건 아직 답 못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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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7

2018. 3. 27. 01:28 from 흘러가는대로

학창시절 살던 동네의 스타벅스에 갔다가 1년 반 동안 같이 등하교 버스를 타고 다닌 고등학교 동창을 보았다마른 몸, 수더분한 머리와 까무잡잡한 얼굴이 여전했다. 장난끼가 가득했던 눈빛에서 살짝 피곤이 보였지만 교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있으니 오히려 그 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키가 큰데도 고등학생이 되도록 변성기가 오지 않은 것 같은 앳된 목소리가 묘한 친구였다. 


하필 그 동네에서 그 아이를 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어렴풋이 떠올랐는데 막상 기억을 뒤져보니 그 어떤 추억도 선명하지 않아 놀랐다. 그 순간, 확연해졌다. 나와 너는 더 이상 18살이 아니구나. 우리가 같은 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웃었던 해 이후로 10년이 흘렀구나. 하긴, 오늘 갔던 그 스타벅스도 내가 이사간 이후에 생긴 곳이었지. 


그 친구와 1년 반 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다녔다. 12호 버스를 타는 아이들 중에서도 나를 비롯해 학교에서 멀리 산 열댓명은 꽤 친했다. 집에 오는 길이 40분이 넘게 걸리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만난 친구는 장난끼가 넘치는데도 어딘가 페미닌해서 여자친구들과 사이가 좋았다. 그러다 2학년 7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여전했다. 나랑만 대화를 안 하기 시작했다. 나를 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무시한 건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서로 말을 안 하게 됐다.


아직까지도 계기가 뭐였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내가 그 애에게 생일 선물을 주지 않아서 삐진거라고 잠시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그때도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섬세한 사람이 아니었다. 7월 18일, 아직도 걔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 친구가 5일 전이었던 나의 생일 선물을 줬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침묵이 생각보다 너무 오래 가자 나는 당황했다. 


정말 화가 난 걸까. 너의 생일을 잊은 것 말고 내가 더 크게 잘못한 게 있을까. 내가 사과해야할까. 하지만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 이제와서 생일선물을 주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나한테 화가 났냐고 물어볼까. 아니야 정말 나한테 화가 났다고 하면 나는 어쩌지? 


그렇게 버스를 탈 때마다 한달을 고민하다가 나는 그 애와 단둘이 얘기할 두어번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다른 아이들과 웃고 떠들 때 그 애를 잡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냥 캐쥬얼하게 옆에 앉아서 너 나한테 화난 거 있냐 라고 물어보면 그만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거절의 두려움과 약간의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두어달이 지나고 나서는 그 애도 그냥 내게 다시 말을 걸 타이밍을 놓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심한 구석이 있는 친구였으니까. 


그리고 정확히 5개월 뒤, 나는 이사를 갔다. 12호 버스의 친구들과 제대로 작별인사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이가 서먹하던 동안엔 그 친구와 마주치느니 그 친구가 떠들고 있는 무리에는 아예 끼질 않았던 거 같기도 하고.. 그 버스를 탔던 아이들과는 결국 평생 친구가 되진 못했다. 학교에서 만나도 예전같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락했던 건 결국 생애 첫 썸남이 됐던 다른 남자친구 뿐이었다. (참고로 그 새끼랑은 정말로 끝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엔 그 친구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었다. 특별히 그 친구를 잊었다기보다 재수를 하면서 고등학교와 연관된 모든 것들은 상자에 담아 자물쇠를 걸듯 잊으려고 했다. 그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부였다. 


최근에 와서야 갑자기 근황이 궁금해져서 페이스북에 찾아봤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 역시 그 친구다웠다. 활발했지만 튀거나 나서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사실 오늘도 결국 말을 걸지 못했다.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어서 스스로 놀랐다. "나를 반가워하지 않으면 어쩌지." 나는 걔가 반가웠다. 그러면서도 막상 인사를 하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마지막에 우리는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했는데 오랜만에 만났다고 반갑다고 해도 되는걸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병신 같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10년을 건너뛰어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스타벅스 한 가운데 앉은 그 친구의 얼굴을 찰나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준 건 분명 반가움이었다. 내가 찰나에 너의 얼굴을 알아봤듯 너도 나를 알아봤을까. 네가 나를 알아봐주길 바라면서 자처해서 커피를 가지러 갈 때 그냥 말을 걸어볼걸 그랬어. 모르는 사람에겐 잘도 말을 거는데 왜 너에겐 어려웠을까. 뭐하고 지냈냐고, 궁금했다고 말을 했으면 됐을걸 그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네가 그렇게 빨리 나가버릴 줄 몰랐지. 나 마음 준비하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지. 


지나가버린 시간이 이렇게나 씁쓸하다. 나는 10년 전의 서툴렀던 나와 아직도 화해를 못한 기분으로 스타벅스를 나왔다. 너는 아직도 그대로구나. 먼저 용기를 냐고 손을 내미는 것에 서투른 그 모습 그대로야. 


공교롭게도 그 순간 내 옆에 앉아있었던 중,고등학교 내내 내게 수학을 가르쳐주신 옛 과외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한 거 같아요. 요즘도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는 악몽을 꿔요. 중간고사 첫 날인데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한, 기분 나쁘면서도 익숙한 감각이 되살아나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점점 더 무뎌진다고 했다. 점점 더 그 시절이 아무렇지 않아진다고. 그리고 그때 옛 친구를 만나면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건 나의 자격지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조금만 더 지나서 널 지나친다면, 그땐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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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5

2018. 2. 26. 00:48 from 흘러가는대로

오늘도 무기력한 일요일 밤을 보내다가 생각없이 블로그의 링크들을 눌러보았다.


2013년에 가입해서 15년 정도까지 등록했던 사람들이다. 그중엔 아직도 기록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고, 나와 마찬가지로 2016년을 기점으로 새 글이 안 올라온 것도 있고, 아예 도메인이 사라진 블로그도 있고, 이웃 수를 꽤나 모았는지 어느 한의원에게 팔려버린(!) 블로그도 있었다. 


몇 안 되던 지인들의 블로그는 모두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13-14년 무렵 서로 매일 새 글이 올라오는지 체크하던 대학동기는 바로 어제 우리집 근처에서 웨딩촬영을 했고 나는 도우미로 동행했다. 허리가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됐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부탁은 언제나 거절하기 어려웠다.


친구의 신랑은 둘이 사귀기 이전에 둘이 가까운 친구로 지낼 때부터 몇번 본 사이라서 촬영 자체는 꽤 즐거웠다. 사실 내가 무슨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전날부터 잠을 설치고 몸 상태가 안 좋았다던 친구는 갈비뼈를 압박하는 드레스에 힘들어하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만 서면 눈꼬리가 예쁘게 올라갔다. 나와는 항상 만나서 어두운 고민을 공유하던 사이라, 귀엽게 웃는 얼굴보다 내 머릿속을 읽어버릴 것만 같은 또렷한 눈, 예쁘게 w자를 그리는 입술을 뾰루퉁하게 다문 모습이 훨씬 더 익숙한 친구였는데. 그렇게 화사한 웃음을 몇 시간 동안이나 지속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정말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애교를 부리지도 않고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봐)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든 종류의 행동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웨딩사진 촬영 특유의 포즈들을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는데 웬 걸, 너무 잘하더라. 


촬영장에서는 학교 다니던 시절 즐겨들었던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10cm, 프라이머리, 심규선 등등. 음악은 일부러 떠올리고 싶을때는 돌아오지 않는 과거의 감각들을 깨운다. 심규선을 들을 때 첫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방황하던 시간이 떠올랐고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가 흘러나올땐 대학교 2학년 때 쯤 합정을 걸어다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제서야 대학 입학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느낀다.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되살아난다. 희미하지만 기억이 날 듯한 봄과 여름날들이 떠오르자 내 앞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너의 모습이 어색해졌다.


학교를 다닐 땐 항상 과 후드티에 옅은 화장만 하고 다니던 친구였다. 유난히 책과 영화를 사랑하고, 어린 나이에 독립해서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고 혼자 귀가하는 빈 집을 버거워하던. 동기들이 뿔뿔히 흩어지는 3학년 이후에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1학년에 처음 봤을 땐 서로를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그 친구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같이 보낸 시험기간이 생각난다. 시험 보는 날 아침 둘이 한 열람실에 마주보고 앉아 편의점에서 파는 1+1커피를 나눠마셨었다. 그 커피 두개를 찍은 사진이 아직도 내 인스타그램에 남아있다.


학생 시절의 너는 예민하고 상처를 많이 받은 새 같았다. 바람을 맞아서 다치고 돌아오면 며칠을 힘들어하다가도 열심히 스스로 일어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는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나는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서 웃는 네가 예쁘면서도 조금 서운했다. 너에게 서운한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이 서운했다. 너는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됐을까. 너보다 한살이 많은 나 역시 어른이 된걸까. 그 작은 교정에서 공강 사이에 커피를 나눠마시고 지하에 있던 작은 칵테일바에 앉아 세상에 대한 불공평을 쏟아내던 날들이 아직 내 머릿속에 있는데 너는 더 이상 후드티를 입은 대학생이 아니다. 살도 빠지고, 예뻐지고, 너의 옆에 너를 너무 사랑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싶어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사실 그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나는 마음을 많이 놓을 수 있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네가 필요할 때마다 네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고 그동안 너를 대하는 게 죄스러웠다.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도 그걸 위해 실천하는 게 없는 내가 위선적으로 느껴졌었다.


너는 올해 결혼을 하면 이민을 간다. 간헐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겠지만 두 집안의 장녀와 며느리가 될테니 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줄 수는 없겠지. 공강에 짬을 내서 얼굴을 보고 카페를 가던 시절은 갔어. 한때 새벽을 같이 나누던 그 친구도 없지 이젠. 웨딩드레스 입은 네 모습이 잠깐 너무 서운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건 그래서인가봐.


그래도 지수야 나는 네가 아주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한국이 아닌 그곳에도 너의 똘똘함과 재능을 알아줄 사람들이 더 많이 있기를. 그곳의 공기가 한국 특유의 무례함을 싫어하던 너의 숨통을 트여주기를. 그래도 역시, 불이 꺼진 차가운 현관에 들어서는 게 너무 싫었다고 했던 네가 사람의 온기가 있는 집으로 귀가할 수 있는 게 나는 가장 기쁘다. 


사실 나는 웨딩드레스 입은 너를 보면서 학생 때 우리가 자꾸 생각나서 기분이 묘했어.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하진 못하겠다. 지나갔으니 내게 아련함으로 남아있는거지, 우리 둘에게 특히 너에게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던 걸 안다. 돌아오지 말고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쭉쭉 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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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

180223

2018. 2. 23. 04:02 from 흘러가는대로

1. 너무 오랫만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반년마다 한번씩 웹사이트 개편되던데 티스토리의 편집 박스는 너무 변한 게 없어서 당혹스럽네. 실로 오랫만에, 학부 시절 썼던 글이 하나 읽고 싶어서 들어왔다가 노스텔지어에 휩싸여 버렸다. 헤더에 걸려있던, 목선이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이 그리웠는데 내가 언젠가 바꾼답시고 지워버렸던 게 생각났다. 아쉽다. 좋은 사진이었는데.


2. 요즘 부쩍 나에게 남은 것은 내 명함과 ㅇㅇ의 여자친구라는 포지션 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도 않고 음악을 잘 듣지도 않는다. 퇴근하면 지쳐서 사지도 않을 인터넷 쇼핑몰들과 네이트 판, 네이버와 다음의 흥미성 카페글들을 전전할 뿐.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으면서도 머리를 멈추게 하는 마약에 자꾸 빠져들어서 퇴근 후 꿀같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쏟아부은지 1년 반. 하지만 무채색 인간이 되어가는 그 기분 썩 좋지 않더라. 그래서 올해 목표는 내 mojo를 되찾는 일. 더 많은 걸 보고 듣고 느끼자고 다짐한 게 1월 1일인데 이제 구정 지나서 음력 새해에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다짐도 먹히지 않을 2월 말이 왔다. 심지어 겨울 다 가고 봄 직전임. 


3. 고백하자면 텀블러로 옮기려고 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1) 티스토리 망하면 내 글들 다 날라갈까봐. 근데 용케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 2) 텀블러가 유튜브 영상 올리기 훠어어어어어어얼씬 편함. 그냥 버튼 하나면 돼. 티스토리는 글 작성-html-url복붙 등 프로세스가 많은데 말이지. 근데 지금 다시 보니 그런 수작업도 너의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아님 나도 나이들어가니 점점 빨라지고 쉬워지는 것들에 지쳐가는 걸수도. 아 3) 트위터 중독됨(...) 그러는 동안 가끔 들어와서 쓰는 긴 글보다 생각날 때 짧게 쓰는 개소리 형식의 글쓰기에 더 익숙해진 듯하다. 티스토리 요즘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스마트폰 앱 너무 구렸어.. 인정하잖아...


4.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짜로부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7년은 배신과 수치심으로 얼룩진 해가 되었다.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나를 상처 준 피해자 옆에서 바로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과거"로 치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많이 왔고 정 가슴이 답답할 땐 정신적으로 채찍을 휘두르거나 실제로 싸대기를 날리고 있기 때문에 견딜만하다. 


5. 티스토리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일시적으로 드는데, 왜 그런진 모르겠다. 여기 있을땐 방문자도 그닥 안 늘고 텀블러와 달리 회원 수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 많이 했었는데, 오늘은 애초에 그런 것들이 언제 중요했나 싶다. 애초에 내 안의 목소리와 내 취향, 내 20대를 담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으니까. 없어지지만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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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

170102

2017. 1. 2. 01:03 from 흘러가는대로

1. 입사 4개월 차인데 벌써 매너리즘을 걱정한다. 노력하는만큼 성장하고 인정받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누가 붙어서 일을 가르쳐 주진 않지만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선배들이 있고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는다. 동시에 게으름 피우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나태해지고 묻어갈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개인의 성장이 노력의 정도와 투자하는 시간에 철저히 비례하는 곳. 그래서 더더욱 내 세이프티존을 벗어나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은 콜드콜을 해야 하는데, 천성이 게으르고 도전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쉽지 않다. 내 성격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일이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포기할 마음은 없다. 더 성실하고 더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있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날 뿐. 그래서 올해 목표도 "공부"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부를 하는 것. 중학교 때부터 연례목표였고 재수 1년 빼고 현재 10년 째 실패하는 중(...) 독서와 공부가 더 이상 "잘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직업의 일부가 됐으니 진짜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내 게으름 이걸 대체 어떡하면 좋을까. 


2. 오늘 세배하려고 친가가 모두 모였었다. 기억나는 것 몇가지:

할아버지: 일은 재미있니? (내가 어떻게 일이 재미있겠냐고 하자 인상을 찌뿌리며) 그래도 일은 재미있게 해야돼. 재미가 없다면 재미가 있게 만들어야지.

--> 왜 나는 내 일이 자신있게 재미있다고 말하지 못할까? 어떤 부분이 재미있지 못한거지. 내가 최선을 다 하고 있지 않아서인가. 내 일은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뭘 해야하지

작은 숙모: 너희가 모두 멋진 커리어우먼이 됐으면 좋겠어. 지금도 각자 자기 영역대로 잘 해나가는 것 같지만. 가족, 아이들- 여자는 자기 일을 하면서도 힘들면 도망칠 구멍이 많아. 위기가 오더라도 그 구멍에 빠지지 않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과 원하는 바를 이루어나갔으면 좋겠어.

--> 손녀들이 절대다수인데다 며느리 넷 중 셋이 자기 일을 하는 우리 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해덕담이다. 이거와 비슷한 맥락으로 기억나는 조언은 얼마 전 만났던 헤드헌팅 회사 대표님. 내가 구상하는 커리어패스를 들으시더니 젊을 때 꼭 공부하러 나가라고. 그리고 의외로 여자애들이 애인과 남편에게 발목이 잡히는데 절대 그렇게 되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 돈과 커리어를 쌓아서 꼭 나가서 공부하리라는 계획을 갖고 있는 내겐 새삼스럽게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마음 속으로 떠날 생각을 놓지 못했으면서 20대 후반의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일까. 취직 전에 2-3년 뒤에 유학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그 이후로 어려워졌다. 내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그 계획에서 유학이든 일이 됐든 외국으로 나가는 일은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끼어있는 목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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