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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2014. 3. 27. 00:03 from 흘러가는대로

1. 페이스북 비활성화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조금도 외롭지 않냐고 하면 거짓말ㅋ..... (사실 요 며칠 아주 잠깐 아주아주 잠깐씩만 열었었다. 그러곤 다시 비활성화함^*^) 비활성화하고 첫 주인가 블로그 포스팅을 세개나 해서 엄청 뿌듯했는데 마지막 글 쓴지 어언 2주가 지나갔다. 으으으 무서워 으으으 3월에 개강하고 친구들 다 학교 다닐때 휴학생 기분 만끽했었는데 어느덧 4월이 코앞이고 내 출국도 코앞이고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겐 중간고사 코앞... 이러다 어느 날 일어나보면 입술 옆에 곱게 새겨진 주름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무서울 뿐.

 

2. 내일 모레 꿈에 그리던 땅..!은 사실 오바고 일년 동안 목표로 했던 곳으로 떠난다. 이제 약간 무섭다. 출국 준비? ㅋ 짐도 아직 안 쌌음. 9개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실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이미 밟지도 않은 땅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벌써부터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고 싶지는 않은데, 나 간다니 슬퍼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특히)애인씨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내가 진짜 가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싱숭생숭이하다. 그러나 슬퍼하다가도, 이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 내 특기를 극대화하지 않으면 졸업 후에 먹고 사는게 힘겨워질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쩍들고 슬픔보단 의욕이 앞서는걸 보면 나도 순백의 천사는 아닌가보다. 내 밥그릇 내가 챙겨야지 어쩌겠음ㅠㅠ

 

3. 요 며칠 바람에서 봄 기운이 느껴졌다. 겨울 다 끝나가는 마당에 코감기가 걸려서 봄내음은 못 맡는단건 함정^,~* 휘날릴락 말락 하는 벚꽃들마냥 마음이 들쑥날쑥하려다가 만다. '극복'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쓸 필욘 없을 듯하다. 그냥 '시간이 지나간다'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구나 싶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내심 기억하고 싶은 계절이다. 공허함이 마음을 채우다 못해 가득 넘쳐나 몸을 바짝바짝 갉아먹었던 그 시간들을 나는 정말 힘겹고 치열하게 넘겼었다. 어린아이가 알약을 삼키듯 시간을 그렇게 꾸역꾸역 치워냈었다. 마음이 결핍을 느낄수록 사람은 더 밖으로 쏟아내게 되어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옷과 화장이 화려해지고 매일매일 일기장이 채워지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게 너무 안정되어 있지만 먼지가 쌓여가는 빨간 일기장과 책들, 뉴가 뜨지 않는 내 블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창작엔 고통과 외로움만한 자극제가 없는데 약간 아주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배부른 소리겠지만.) 아마 그래서 예술인들 중엔 스스로를 감정의 극한에 몰아넣는데 매우 능숙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그런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거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4. 그래서 나도 나를 극한의 상황에 넣어보고자 한다. 떠날거야. 아무도 없는 곳으로. 그리하여! 철저히 혼자가 돼보고 싶어!라고 외치며 어학연수를 구상했건만 애인씨가 한국에 있으므로 이미 반은 FAIL.. 아 요즘 느끼는 건데, 나는 '무난평범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거 같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데, 내가 생각해도 난 고생을 한 적이 없는거다. 고작 해봐야 재수..? 그러다 어제 한 기사를 읽다가 처음으로 이거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젊을때 고생하면 대체 뭐가 좋은걸까? ... 나는 무엇을 근거로 젊을 때 고생은 꼭 겪어봐야 한다 라고 생각한거지? 근데 이제 와서 이런 합리적인 회의를 해봤자 소용음슴. 나 내일모레 출국이거든ㅋ(...)

 

5. 가슴 살짝 밑까지 오던 치렁치렁한 머리를 잘라버렸다. 내 꿈의 나라는 인건비가 비싸서 미용실 가격이 금값이다. 거기 남자 유학생들이 모두 머리를 기르는 것은 패션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며칠 전에 잘라버림ㅎㅋ 내가 찾아가는 미용실 언니는 아담하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말투와 행동에서 묘하게 호랑이 기운이 느껴지는 호녀다. 의자에 앉자마자 언니는 내 머리를 포니테일로 잡아서 호녀답게 '이거 다 필요없어 ㅋ' 이러면서 한 큐에 잘라버렸다. 진짜 싹둑싹둑 소리가 났다. 중간 과정까진 걱정됐지만 드라이를 하니 좀 맘에 들었는데, 그 다음날 집 와서 머리감고 보니 중간에 걱정했던 그 머리가 드라이빨 안 받은 진짜 내 머리였던 것ㅋ 길이는 어깨 정도까지 오는데, 언니가 관리하기 힘들다고 숱도 별로 안 쳐줘서 마치 90년대 하이틴 스타를 따라한거 같은 머리가 되었다. 어제 오늘 구제 옷 가게에서 산 대왕남방을 입고 나갔는데, 그 머리에 그 옷차림하니 진짜 하이틴 스타삘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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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ㅃㅃ...

2014. 1. 3. 02:35 from 흘러가는대로



똥같던 2013년이 지나갔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매년 느끼는건데, 겨우 당해년의 숫자가 익숙해질때쯤 다음 숫자로 넘어간다. 

2013년이란 숫자가 이제 겨우 익숙해질 무렵 2014년이 들이닥치는 그런 시츄에이션. 

올해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정신 차려보니 벌써 추워지고 있었다. 추위가 익숙했다. 

지난 겨울과 이번 겨울 사이의 따뜻함은 오지도 않았다는 듯이-

봄, 여름, 가을 모두 고통스럽게 넘겼는데 지나가보니 그 시간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밤이 되어 취침 전에 침대에 누워있는 그 짧은 시간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몸과 머리가 바쁘지 않을 때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끊임없이 밀려 들어왔으면서도 몸과 마음을 열심히 굴리기에 나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2년 동안 쌓았온 신념과 자신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 토네이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라서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래서 "흘러가는대로 냅두자"라고 쿨하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두려웠다. 나는 봄 이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그었던 모든 기준선들이 단 한 번의 태풍으로 흔들렸다. 기준선 한 개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다른 것들도 손 쓸 도리 없이 무너져갔다. 

그래도 그 시간들도, 하루하루 버티는게 버거웠을 정도의 고통과 방황도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보니 그저 수많은 과거의 일부일 뿐이었다. 이젠 날 듣는 것만으로도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게 했던 음악들을 우울해지지 않고 들을 수 있다. 방황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듯 하지만, 이젠 방황하기 위해 방황하지 않으니까. 


2014년엔, 도망친다. 혼자 버텨보려고 했는데 난 그냥 아직 그 정도로 성숙한 어른은 못 되나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한살 두살 더 먹어가면 괜찮아질거야> <! 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이 먹긴 싫음 ㅋ/


2014년이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12년. 나 고등학교 입학한지 7년. 재수한지 4년. 대학교 입학한지 3년.


가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무섭다. 내가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다는 신호려나


힘든 한 해였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안 2013년.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똥같은 2013년을 보냈는데, 힘들어한만큼 2014년은 모두에게 좋은 일들만 있었음 좋겠다. 

앞으로 다가올 5년 어치의 액땜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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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2

2013. 11. 30. 04:05 from 흘러가는대로



잊고 싶은것이 있을때, 홀가분해지고 싶을때, 다시 시작하고 싶을때. 우리는 물건을 버리고 방을 정리한다. 머릿속을 정리할 수 없어 책장을 정리해본다. 마음을 닦아낼 수 없어 방바닥을 닦아본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얼룩, 더 이상 읽지 않지만 버릴 수 없는 책들. 이미 내 방과 하나가 되어버린 물건들. 나와 한 몸이 되어버린 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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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1

2013. 11. 30. 04:04 from 흘러가는대로

 
외할머니는 방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고 하시며 내 방이 더러움을 걱정하시곤 하셨었다. 내 방은 23년 동안 더러웠다. 


어렸을땐 "더러운 방이 뭐 어때서. 쓰는 나만 편하면 되는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깔끔한 엄마의 딸로 귀에 못 박히게 들은 이십여년어치의 잔소리들 덕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지저분한 방이 조금씩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뿐. 여전히, 내 방은 더러웠다. 

오늘 아침, 세탁기에 넣지 못한 수건, 바닥에 반으로만 접힌채 널부러진 청바지들, 부엌에 반환하지 못한 물컵들을 보면서 내 방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눈에 띠는 물건은 바지런히 제자리에 갖다 놓으려고 하는데 어째서 그렇게 더러운걸까. 

방이 정말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면, 날 그렇게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뭘까. 내 방은 흡사 아침부터 빚쟁이로부터 도망치느라 황급히 비운 집마냥 더럽다. 무엇에 쫓기고 있는걸까, 내가 진 빚은 무엇인가 

내가 돌보지 못한 모든 것들이 물건이 되어 내 방에 가라앉은것 같다. 
책상 위엔 반납하지 않은 도서관 책이, 
복습하지 못한 프린트들이,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은 일기장이, 
매일 마셔야하는 비타민 드링크가. 

바닥엔 어젯밤에도 하지 못한 마사지 기계가, 
세탁기에 넣지 않은 신었던 양말들과 개지 않은 청바지들, 
이리저리 얽힌 콘센트줄이.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더러운 방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씩
이 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단 생각을 한다. 
버릴 것들을 고를 바에야, 차라리 모두 버리고 가는 것이 낫다.
사방이 흰 벽으로 둘러싸인, 아무것도 없는 방으로.

그 방엔 버릴 것은 없고 채워야할 것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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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4. 07:48 from 흘러가는대로




*
어려웠던 날들이 조금씩 멀어져가고
사라지는 것들에 조금씩 익숙해져


당신을 기다리던 밤
없어진 날의 숫자만큼
작아지던 저 달이 
당신 맘 내가 아니길
기도했던 밤 
울었었던 밤 
흘러가는 모든 슬픔이
너가 되어가던 그 밤


어려웠던 날들이 조금씩 멀어져가고
사라지는 것들에 조금씩 익숙해져
이젠 기다리지 않아


없어진 날의 숫자만큼
숨을 쉴 때마다 
당신을 잊어가는걸
함께 있던 밤
혼자이던 밤
이제 모두 지나가 버린
너라고 부르는 밤


* 가을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적당한 서늘함은 지난 봄의 지옥같던 아침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끔은 그 시간들을 조심조심 펼쳐보고 싶어진다. 오늘같은 빛의 아침을 맞이할때면 그렇다. 그럴때면 그때 들었던 음악과 한자씩 눌러썼던 글들을 꺼내보곤한다. 몸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비명을 삼켜야 할때면, 음악을 들으며 침대의 바닥으로 가라앉았었다. 생각나서 슬퍼지는 음악들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쏟아부어 슬퍼하곤 했었다. 점이 되어가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상처받았던 감각을 떠올리고 싶을 때가 있다. 두 팔로 온몸을 부여잡고 이악물어 버티던 그때, 철저히 혼자라고 느꼈던 시간들을. 나 자신의 감정과 상처에 집중하기 여념이 없던 그 시간이. 공부는 커녕 머리를 비웃는 것조차 벅차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 두 달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겐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으로 남았다. 지나가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암흑도 시간이 지나니 추억이 되고 점이 되는구나. 시름시름 앓았던 23살의 봄. 산산히 조각났지만 파편들조차 나라서 주섬주섬 받아들이고자 했다. 사랑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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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 15:56 from 흘러가는대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

책을 읽다가 우연히 지하철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음질이 좋아서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약간은 어색한 듯한 목소리가 차분하게 멘트를 읊어주고 있었다.

 

"찬 바람에 옷깃을 더욱 단단하게 여미게 되는 11월입니다 ...... 남은 한 해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더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메시지의 도달하지 못함이 왠지 더 감동적이었다.

 

간혹 당연한 일상을 움직이는 힘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사람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사명감이란 그토록 멋진 것이다.

 

작은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전차를 굴리고 문을 여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을 할 수도 있다.

하루종일 빛이 들지 않는 그 좁은 곳에서 매일 똑같은 길을 달리고, 매일 똑같은 버튼을 누르는 일을, 원망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한 일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에서 자신을 찾고, 의미를 찾고 남들에게도 무엇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고 사명감을 지닌 사람만이 그 일로 남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조용히 빛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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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0의 꿈

2013. 10. 10. 07:08 from 흘러가는대로

 

"두 사람이 좋아해서 하나가 되었고, 뜨거움이 식어버리자 둘은 다시 찢어져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단순한 논리가 너무나 와닿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랑 받고 있기 때문에 사랑 받았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동시에 사랑 받지 못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나의 썅놈이고 나는 누군가의 썅년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썅년이고 썅놈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상처로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거미줄 마냥 애정과 상처(둘은 공존하니까)로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거대한 순환고리에서 죄인은 없다.

먹이사슬처럼, 자연이고 순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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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8. 22:55 from 흘러가는대로

흔한 대학교 3학년의 휴학 넋두리.txt

 

- 모든 일에는 제각기 가치가 있고 무게가 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릴때 이 모든 가치들을 안고 가려고 하면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놓치게 된다. 그걸 가려내지 않고 모두 들고 간다면 모든 가치들을 안고 가겠지만 무거움에 그 가치들의 진정함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진짜 원하는게 아닌데 단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들고 가는건 없는지, 내려놓을 수 있는건 무엇인지 알아야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고 달콤함만을 취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싫어하는게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다.

 

- 배려가 너무 많다는 것 = 너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려는 것 =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것 =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 = 생각이 많은 것. 남들이 부과하는 역할을 모두 감당하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역할이 뭐였는지 너무나도 쉽사리 잊게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하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협조를 기대하는 것인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기대'는 '기대'일 뿐이고, 엄연히 말하자면 친밀도, 피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인생과 나의 인생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연결되었을순 있다. 하지만 사방에서 당겨오는 연결고리에 자신을 묶으면 결국 처참한 꼴을 당하는 것도 나 아닌가. 엄마 아빠의 착한 딸, 할머니 할아버지의 착한 손녀, 친구들의 좋은 친구 등등. 중요도와 무관하게 결국 내 인생 내거다. 인생은 철저하게 혼자임을 알고 철저히 이기적으로 구는게 정은 없지만 오히려 똑똑하다고 볼 수도 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나'와 '내 인생'.

 

- 과거와 비교해 정보력과 직업의 폭은 넓어졌으면서도 윗세대는 그들의 자식들이 사회속에서 뿌리를 뻗어나갈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주는데 실패했다. 윗세대 대학생들은 앞서 언급한 현 세대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장점들은 없었어도 그보다 조금은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고 급격한 사회 팽창이라는 배경과 맞물려 어떻게서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세대, 그들의 삶의 모델과 지금 대학생들의 삶의 모델을 분명 다를 것이고 그게 정상인데, 그 형태를 쉽사리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들은 과거 모델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자식들의 삶을 '안전하게' 설계해주고자 한다. 

 

- 엄마와 딸의 관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도움이 되주는 얘기를 해줄 뿐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나의 몫. 엄마 아빠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언젠가 내 살길을 찾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나를 이미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해주고 있었다.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나의 지나친 '배려' 때문이었다. 여기서 '지나치다'함은 상대방은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것을 주려고 했음에서 나온 표현.

 

- 나는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결정이 타인의 삶에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남의 인생에 영향 좀 미쳐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자 하는게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이다. 어떤 경우에서건 자신이 살아야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남의 인생에 영향도 주지 않는 결정. 지극히 나만의, 내 인생의 결정이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거 아닌가.

 

- 독립적인 인간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경제적인 독립만을 생각했다. 더 이상 십대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 얘기를 듣다가 돈보다도, 내가 크고 작은 선택들을 혼자 할 수 있는 것. 그런 독립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랬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면, '빌려주겠다'고 했다. 내 말대로, 더 이상 십대가 아니니 무상원조를 해주지는 않겠다. 하지만 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학생 신분임을 감안하여 돈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못하는걸 보고있지만은 않을 것인데, 고로 액수를 얘기하면 이자 없이 빌려줄 수 있으며 내가 갚을 능력이 되었을때 갚으라고 제안했다. 성인ver.딸과 엄마의 관계가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부모와 자식 관계가 다른 관계보다 특별한게 있다면, 그건 부모가 인생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가 아니라, 다른 관계에서는 선뜻 요구할 수 없는, 이런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얘기해준 것은, 엄마는 살아오면서 외할머니의 인생을 기준으로 많은 결정을 내렸고 그런 판단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서는 세대가 다른 외할머니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짊어진 '짐'들이 있었음을 인정했고, 또 후회했다는 것이다. 굳이 어깨에 이고 가지 않아도 됐을 전세대의 유산들. 20년간 그런 짐들을 다 짊어지고 오면서, 절대 그걸 딸들에게 물려주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했단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마 왈, 니가 살인을 하는게 아니면 그냥 너 하고 싶은대로 제발 살라고, 솔직히 네 인생 좀 잘못되도 엄마랑 아빠는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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