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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7. 22:54 from 흘러가는대로

1. 어제부터 뜨거운 물에 레몬을 한 조각씩 넣어 한 컵씩 마시고 있다. 고작 어제 시작한거라 현재진행형 '~(하)고 있다'라고 쓰기 약간 민망하지만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으ㅣ지의 의미로 써주었다. 물을 더 많이 마시면 피부 미인이 될 수 있겠지. 거기다가 레몬까지 넣었으니 비타민C까지 먹는거다. 심지어 맹물보다 맛있어! 헤헤. 이!너!뷰!티!


2. 요새 취미는 뷰티 유튜브 구경하기. 틈만 나면 침대에 누워서 남들 화장하는거 구경한다. 묘한 대리만족이 있다. 근데 생산적인 취미 같진 않은게,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 되는지 내 얼굴에는 그렇게 안 해주게 된다. 재료가 없는건 아니다. 영상 보다가 뽐뿌 오는 건 야금야금 사들여서 웬만한 제품은 다 있다. 인턴할 땐 8시 출근이라 엄두를 못 냈고(화장은 무슨 그 시간엔 일어나서 세수하는 것도 내겐 하루하루가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었다), 요즘은 출근이 한참 늦어졌는데도 기상시간까지 덩달아 늦어지면서 여전히 준비시간이 빠듯하긴 마찬가지ㅎ 약속 있는 날엔 메이크업 영감을 받겠다는 핑계로 유튜브 틀었다가 남 화장하는 것만 잔뜩 구경하고 정작 내 얼굴에 분칠한 시간이 부족해진다ㅎ 한심..


3. 요즘 나는 무향무취의 인간 같다. 옷을 예쁘게 입지도 않고, 화장을 예쁘게 하지도 않고, 음악을 듣지도 않고, 책을 읽지도 않고, 신문을 읽지도 않고, 그냥 그날그날의 스케쥴만 따라가고 있다. 어제 김작가에게도 얘기했지만, 인생이 너무 심심하다. 뭐.. 내 인생이 언제 재미있던 적이 있었나. 나는 막상 누가 놀자 그러면 귀찮다. 근데 금요일밤 새벽까지 인터넷이나 뒤적거리는 내가 제 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봐질 때가 있다. 나는 왜 내 20대를 이렇게 흘려보내고 있다. 사실 가끔은 아무 스파크 없이 안정적인 연애만 하다가 흘려보낸 내 20대 초반이 아쉬워질 때가 있다. 3월이라 방방곳곳에 신입생 냄새 폴폴 나는 어린애들 보면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기 보다는 나는 저 나이때 왜 더 불꽃 같이 보내지 못했나 하는 후회가 벌.써. 든다. 동시에 드는 생각은 5년 뒤에도 지금의 날 보며 그 때 한번이라도 더 움직이지 그랬어 이 멍청아 라고 후회할 거 같다는 점ㅎ 그래. 그래야 나지. 고등학교 때 중학생 시절 나를 질책하고, 대학교 때 고등학생 나를 질책하고, 9학기에 신입생이었던 나를 질책하는 일. 심지어 매번 같은 내용이다 "그때는 전혀 늦지 않았어. 너의 장애물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너 자신이었을 뿐" 


가끔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나는 개방적인 집에서 자랐고,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나를 엄연한 인격체로 대해준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나는 누구의 시선이 무서워 나의 자유로운 기질을 억누르면서 사는걸까. 


4. 그제 학교를 빼먹고 산부인과를 갔다. 산부인과를 가는 건 언제나 불편한 일이다. 김작가는 산부인과가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미혼여성이 산부인과를 갔을 때 받는 그 부정적인 시선을 오히려 즐긴다고 했다.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 나는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산부인과와 친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산부인과가 싫다. 병원 자체를 누가 좋아하겠냐마는, 난 어린 시절 주사도 잘 맞았고 모두가 한번쯤은 공포심을 느낀다는 치과도 굳이 싫어한다고 느낀 적이 없다. 산부인과가 왜 그토록 싫은지 곰곰히 생각해서 얻은 답은 두가지 

1) 생식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픈지 어떤지 내 눈으로 확인할 길이 전혀 없다. 그렇게 치면 모든 내과 계통이 그렇지만, 산부인과는 처음으로 내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신체 기관에도 질병이 있을 수 있음을 직접 깨닫게 해준 곳이다.

2) 미혼 여성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서 가는 느낌이다. <- 내 안에 숨은 보수성에 흠칫 놀란 부분


5. 역시나 오늘 밤도 너무 심심하다. 텀블러에 물이나 채워야지. 레몬워터나 한 잔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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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9. 00:52 from 흘러가는대로

다음주 월요일에 내 후임이 들어온다. 근무는 엄연히 다음주 금요일까지지만 이 회사에서의 나의 '일상'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은 내일이 마지막이다. 월요일이 되면 내 책상을 나눠써야 할테고, 뇌를 굴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던 일상 업무를 할 때마다 하나하나 설명해야 할테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오늘이 여기서의 마지막 월요일, 화요일 ... "임을 마음속으로 세게 될테니까. 


그제 면접자들의 필기 시험지를 채점했다. 나만큼 잘 쓰는 애가 있어서 괜히 심술이 났다. 오후에 게스트 리포트를 번역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내 후임자에게 뒤지고 싶지 않아 괜히 문장에 멋을 부렸다. 후임자를 뽑고, 나도 다음 직장이 정해지고 나니 정말 내가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드디어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며, 지나치게 오래 이 곳에서 시간을 쓴 것 같다고 말하고 다녔다. 근데 막상 떠나려니 정말 너무 아쉽다. 유난히 더러운 (내) 책상, 텁텁하지만 익숙한 사무실 공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텅 빈 사무실에서 신문을 정리하는 일.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사람들이다. 이제야 온전히 편해지고 손발이 맞기 시작한 팀원들, 지나갈 때마다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을만큼 익숙해진 옆팀과 옆옆팀 사람들, 떠나기 전에 밥이나 한 번 먹자고 해주는 다른 팀 팀장님들. 처음 들어왔을 땐 모두 어렵고 까마득했던 사람들이다. 입사하고 나서 첫 두세달은 사무실 공기가 차고 너무나 외롭다고 느꼈었다. '그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느낌. 내가 헤르미온느가 아닌 이상 이들이 함께 지내온 물리적 시간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론 알면서도 마음으론 그렇게 몇 달을 외로워했었다. 이제야 겨우 편해져서 "아 나도 이제 이 조직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기 시작한 지 두달이 안 됐는데 나는 이제 떠나야한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 1월 말에 ㅇㅁ가 구정이 있으니 2월 금방 갈거라고 했을 때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구정 뒤에도 2주나 있는데 왜? 하며 태연히 넘겨버렸었다. 1월 말부터는 허리가 아팠다. 나는 업무 시간 중에 한의원을 다니고 또 일찍 퇴근했다. 이제 이 곳에서의 '일상'을 떠나 보내려니 한의원을 가는 것으로 훼손되었던 지난 3주가 괜히 아쉬워진다.  


나는 내 전임자만큼 ㅇㄱ, ㅈㄱ언니와 죽이 잘 맞지 않았다. 그게 오랫동안 괴로웠다.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을 뿐더러 하나의 적응 과정이었고 받아들이면 편한 일이었지만, 나는 당시 칼같은 일처리와 원만한 성격으로 모두의 갈채를 받고 떠난 전임자에게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언니들 사이에서 적응을 못 하고 있는 사이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니들과 단톡방에서 나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바심이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모두 다르게 생겼고 전임자가 맺고 있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같이 있는 시간이 쌓이면 로 그 관계도 나름의 모습을 갖춰가는 법인데, 나는 "왜 전임자 같은 사람이 아닐까"라며 아주 오랫동안 언니들을 어색해했다. 나도 내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려고 하니 어색할 수 밖에.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바람에 온전한 관계 쌓기도 지연되었다. 이제 겨우 언니들과 관계다운 관계를 쌓은지 한 달 반. 좀 더 빨리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제는 디자인팀 유 차장님이 점심을 사주셨다. 여름에 맨 처음 같이 점심을 먹었던 밀양돼지국밥집에서 먹었다.10월 달에 한 번 큰 고생을 함께했고 그 뒤론 뜸하게 일 한 두 번 해 본 게 다인데도 내가 떠나는 걸 아쉬워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같이 작업하면서 "그래 이렇게 손발이 맞아야지" "(내 번역물을 보시며)그래 이 정도는 해야지" "니 건이니까 이 기사는 크게 잡아줄게" 농담 같이 말씀하시지만 차장님은 이런 방식으로 아쉬워하는 분이다. 초기엔 너무 무뚝뚝하셔서 작은 부탁 하나도 드리는 게 너무 어려웠었다. 


내일은 인수인계 자료를 뽑아서 폴더에 끼워 넣어야겠다. 책상에 두었던 짐들도 조금씩 빼야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어지럽게 깔린 파일들도 정리해야지. 이제부터라도 사무실 사진을 조금 찍어볼까. 요즘은 3년 전의 일도 희미해진다. 나는 카메라 렌즈보다 내 눈으로 순간을 기억하려고 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지만, 기억도 매개체가 있어야 떠오르더라. 아, 떠나기 전에 팀원들이랑 십전대보탕도 마시고 싶다. 여전히 그걸 무슨 맛으로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 선물은 뭘로 하지. 한 명 한 명 짧게 메모라도 써주고 싶은데, 게으른 내가 과연 그게 가능할까.. 입사했을 때는 퇴사할 때 쯤 전설의 인턴으로 남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흠 잡을 데 없는 일처리로. 근데 지금은 그냥.. 약간 덜렁거리고 더러웠지만 애는 참 좋았어 라는 말로 남았으면 좋겠다. 


내일 마지막 '일상'을 가장 일상적으로 보내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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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 속해있던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졌다. 플롯은 두 연인이 동성이란 것 외엔 너무나 뻔한 사랑의 과정을 보여줘서 오히려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서로의 비슷함에 끌려 시작하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점차 실망하고, 질투와 실수가 뒤섞여 헤어진다. 세시간 동안 둘을 보고 있자니 동성애와 이성애의 구분이 사라졌다. 사랑의 사회적인 기능인 재생산을 빼놓고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은 키가 크다 라거나 쌍커플이 없다 같이 그 사람의 특징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힙스터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영화라 있어보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데, 메시지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없다. 의외로 너무 '흔한' 사랑 이야기라서 그렇다. 이게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사람들은 있겠지만.. 



ㅈㅅ는 이 영화의 색깔상징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각잡고 찾아봤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아델의 첫 등장. 자켓, 티셔츠, 바지까지 온통 파랑이다.



"걸음을 멈췄다. 아쉬웠다. 가슴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그 구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사실은 알았는지도 모른다. 떠나면서 그를 보느라 뒤돌아 봤으니까" 

이 장면 바로 전 아델의 불문학 수업이 다룬 작품의 주제는 la pre-destination du rencontre, 직역하자면 '시선의 예정설'이다. 

둘이 심하게 사랑에 빠질 것을 친절하게 예고해줌



아델의 두 번째 등장. 어두운 바에서 엠마의 파란색 머리만 빛을 받아 번뜩인다. 이 장면에서 심쿵함.. 머리카락에 심쿵하긴 또 처음...



둘의 첫 데이트. 엠마는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랑 일색인데, 둘이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이 장면에서는 엠마의 하늘색 눈동자가 특히 인상적이다. 



엠마가 그린 아델의 초상화. 파란색을 배경이 칠해져 있다.




엠마와 헤어지고 나서도 아델은 그녀의 그늘(파란색)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재회한 엠마와 아델. 엠마는 파란색이 섞인 남방을 입고 나오지만, 그녀는 더 이상 파랗지 않다.

아델과 헤어진 뒤에 그녀에겐 화가로서의 성공과 새로운 '가족'(배우자, 아이)이 생겼다. 엠마는 더 이상 꿈과 예술만을 꿈꾸던 미대생이 아니다.

온전히 자유로운 '파랑'으로 남기엔 그녀에게도 잃을 것이 너무 많이 생긴 것이다.

  


자신을 붙잡는 아델에게 애틋함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둘의 관계는 끝났음을 못 박은 뒤 엠마는 파란색 문과 파란색 통로를 지나쳐 카페를 빠져나간다. 

파란색으로 시작한 둘의 관계가 파랑으로 마무리되었다.



얼마 뒤, 엠마의 전시회에 초대된 아델은 역시나 새파란 원피스를 입고 갤러리로 향한다.



반대로 엠마는 붉은색 계열 옷을 입고 있다.

 


엠마의 그림을 본 평론가는 파랑과 빨강이 각각 엠마의 과거와 현재이고, 그림으로 봤을 때 그녀의 삶이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면서도 갈등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림에서도 이번엔 파랑과 빨강이 같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둘이 아직 함께였을 때 그린 아델의 초상화는 파란색이었다. 엠마에게도 아델은 '블루'였고, 더 이상 아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여전히 엠마도 아델을 완전히 마음속에서 밀어내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Posted by 극세사 스극 :

더인터넷 내한 후기: 게스트들도 다 좋았다. 조금 늦게 들어가서 많이 듣진 못했지만 Quandol이란 dj도 좋았고 그 다음 타자였던 진보의 라이브가 생각보다 너어무 괜찮아서 놀랐음. 음원으로 들을 때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는 아닌지라 사운드 뽑아내는 만큼 보컬을 내진 못 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가수는 가수인가보다. 몰라봐서 미안해요 진보형.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아서 좋았다. 편곡 하나 없이 그냥 공연장에 씨디 틀어놓은 것 같은 라이브만큼 허무한 게 없는데, 대표곡 몇 개 진짜 잘 뽑아서 들려줬다. 으으 진보 라이브는 따로 표 사도 되겠다고 생각할 만큼 좋았음. 형 다음 앨범 기다릴게요<3

더 인터넷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좋았는데, 음향이 너무 똥 같아서 시드 목소리가 자꾸 악기에 묻힌 게 불만이라면 진짜 졸라 큰 불만이었다. 홍대 브이홀은 콘서트 잘 안 가는 나도 몇 번 들어본 공연장인데 그 정도면 꽤 인지도 있는 거 아닌가.. 저번에 나희경 콘서트 했던 홍대 웨스트브릿지는 속삭이는 듯한 나희경 보컬도 악기랑 적절히 섞어서 잘 전달해줬었는데 이번 브이홀은 넘나 별로였다.


난 더인터넷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가사까지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불러서 놀랐다. 두 번째 곡 끝나고였나 시드가 뒤돌아서서 This might be the best audience we ever had 라고 했다. 괜히 뿌듯ㅎㅋㅎ 네이버에 더인터넷 이라고 검색하면 게시물 얼마 올라오지도 않는데 대체 이 사람들이 다 어디 숨어있었나 싶었음.


진짜 제일 아쉬운 건 내가 하필 그 때 허리가 안 좋았던 것.. 원래도 좋지 않았지만 스탠딩 공연이었던 데다가 더인터넷은 마지막 순서라 그 때쯤부턴 슬슬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못 견디고 하필이면.. !!!!!!!!!!!!!!!!!!!!!!! Penthouse Cloud 직전에 벽에 기대러 공연장 밖으로 나갔다 옴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너무 아쉽다. 앞에서 여섯번째 줄 쯤까지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쭉 듣다가 힘들어서 나왔는데 그때가 하필뒤늦게 기어 들어가서 무대랑 멀리서 듣는데도 소름이 돋았다. 그 한가운데서 들었음 진짜 eargasm 왔을거다. 아쉬운 대로 노래 올리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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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낙서모음

2016. 1. 27. 15:59 from 흘러가는대로

2016.1.25

재주가 많던 외할머니는 겨울에 손수 장갑을 짜서 손주들에게 선물하셨었다.

그렇게 받은 털장갑이 두 쌍은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한쪽씩 밖에 안 남았고 심지어 남은 한 짝들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

나는 공산품에 둘러싸여 자란 청소년이었던지라 손맛의 애틋함을 잘 알지 못했다

요즘 끼고 다니는 공산품 장갑은 겉은 실이고 안에는 안감을 댔으면서도 따뜻하지가 않다

손목은 커서 자꾸 찬 바람이 새어 들어오고 자꾸만 손에서 빠진다

실로 짰으면서 실오라기 바람 하나 들어오지 않았을 만큼 짱짱했던 그 장갑을

할머니가 얼마나 꾹꾹 눌러가며 짰을지 나는 장갑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느끼고 있다

 

2016.1.22

친구가 내 글을 좋아한다.

친구가 내게 자신과 통하는 문학적 감수성이 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문학과 가까운 사람이다.

그 애에게서 저런 말들을 들으니 기쁘고 설레고 괜히 고마웠다.

요즘 자신감이 바닥을 친 게 맞는지, 블로그든 카페든 글, 아니 댓글 하나 다는 게 망설여진다.

너무 꾸미면 바보같다 얕다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

너무 심플하면 깊이가 없어 보이지 않을까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마음에 안 들어서 완성시키지 못한 문장들이 너무 많다.

친구야 고맙다

넌 힘내라고 응원의 빈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너의 칭찬 한마디는 내게 묵직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장미꽃 한 가운데 꽂은 담배는 진짜 진짜 야한데 정말 우리만 이해하는 코드인거니


2016.1.20

출근길 지하철에서 인도사람 두 명 옆에 앉게 되었다

칸 전체에서 빈 좌석은 그네들 옆 두 자리뿐이었다

옆에 앉은 인도사람에게서 희미하게 비누 냄새가 났다

 

2016.1.20

직장생활하며 얻은 기술 하나;

버스 복도 쪽 좌석에서 안정적으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2015.12.18

지각해서 탄 택시가 느리다.

신호도 팍팍 지나쳐줬음 좋겠고

한남대교 고가도로로 진입할 때 새치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가끔 버스 전용 차선도 살짝 침범해줬음 좋겠다.

다 불법이고, 재수없게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을 4만원이나 내야 하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택시비는 고작 만원 남짓.

다 알고 있으면서도 느린 택시를 타니 자꾸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

또 한 번 주황색 신호에 걸리자 나는 무의식 중에 크게 한숨을 쉰다.

순간 부끄러워진다.

나는 고작 만원을 내고 내게 허락된 권리 이상의 것을 기대한 게 아닐까

손님은 왕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나야말로 무의식 중에 내가 원하는 대접을 받지 못해 불평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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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7. 14:10 from 흘러가는대로

1. 블로그 스킨을 바꿨다. ‘반응형스킨이라는데, 그게 무슨 뜻인진 몰라도 깔끔해서 바꿔버렸다. 요즘 블로그에 글이 뜸하다. 쓰기 창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각 잡고 써야 될 것 같아서 주눅이 든다. 글씨체도 꾸준히 바꿔줘서 통일감을 줘야 할 거 같고, 제목도 일관성 있는 형식으로 써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음악 메뉴에 노래 올릴 때 내가 원래 쓰는 제목 형식이 노래제목-가수인지 가수-노래제목인지 항상 헷갈려서 새 창에 열어봐야 한다. 순전히 기록을 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든건, 무의식 중에 남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를 너무 의식하고 있던 건 아닐까 반성한다. 글꼴이니, 형식이니 하는 것은 결국은 글의 부차적인 요인일 뿐인데.


2. 지난 15년 간 내 행적을 봤을 때 나는


(1)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2) 완벽을 위해 구상한 계획을 실행할 성실함은 없다


(3) (2)를 깨닫고 내 게으름에 좌절한다


(4) 계획을 좀 더 느슨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할까 생각하지만, 이 단계에서 타협하고 싶진 않다. 이왕 할거면 완벽하게!


(5) (2), (3)의 반복


(6) 아예 손을 놔버린다 <= "완벽하게 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안 하는 게 나아!!!!"


그렇게 15년 동안 놓친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 2016년 목표는 생각을 덜하고 무모해지는 것.

어차피 무모해지려고 해 봤자 나는 쪼다대마왕이라 많이 무모해지지도 못한다.

중간이라도 찾자.


3. 문득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재미있는 생각들이, 그 순간에 기록하지 못하면 금방 사라져버리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요즘은 공상을 하다가도 의식적으로 메모장 어플에 적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적은 낙서들을 가끔 모아서 단편선 같이 올려보려고 한다. 기록을 조금 더 일상화하려는 노력 중에 깨달은 것은 의외로 머릿속에서는 명쾌한 아이디어나 생각이 막상 글과 단어로 풀어내려고 하면 잘 치환되지 않는단 것이다. 일대일 대응이 잘 안 되는 느낌. 얼마 전에 읽다 만 언어학 책에서는 이를 말할 때 쓰는 모국어와 다른, 생각할 때 쓰는 머릿속의 언어라며 생각어라고 했다.


ㅈㅅ가 글을 쓸 때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이 넘쳐서 자기 손가락이 너무 느리게 느껴질 정도라고 한 적이 있는데,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노심초사하며 고르는 나는 그게 굉장히 부럽다. 어휘력이 풍부해서 여러 선택지 가운데서 고르는 게 아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개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내 손가락의 근육 움직임들이 잘 표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그렇게 보면 글도 그림도 기술이 아닐까 싶다. 글에 필요한 근육들을 키워봐야겠다. 헬스를 시작할 때 근력이 없는 사람은 짧고 단순하지만 정확하게, 반복적인 운동을 하며 기초를 다져줘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면, 짧은 글도 긴 글 못지않게 중요함을, 스스로에게 깨우침을 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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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net - Shadow Dance

2016. 1. 15. 01:20 from 듣고


ㅇㅈ 진짜 진심으로 고맙다.




+추가) 계속 듣다보니까 화가 난다. 진짜 왜 이제야 안거지ㅡㅡ 유튜브로 연속재생해서 계속 듣고 있는데 틀어주는 노래가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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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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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5. 01:04 from 흘러가는대로

1. 온갖 것에 열등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왜 이렇게 맘에 드는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서울 중상위권 4년제 대학의 문과생은 기술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어서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불만인 건 많고 부족한 것도 많으면서 의욕이 생기질 않아 그냥 주저 앉아서 불평만 하고 있다. 사회의 공기만 축내고 있을 바에야 혼자만의 세상으로 사라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이미 지나간 삶에 대해 왜 그렇게 아쉽고 후회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뒤돌아 앉아서 이미 손 쓸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화만 내고 있다. 작년 여름엔 지난 이십 동안 좋은 기억보단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기억이 더 많을지라도 그 모든 걸 거쳐 만들어진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다면 그 때의 고생과 아픔도 다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했었다. 반년 동안 무엇이 변한걸까. 그때는 잘되리란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래가 기대되지 않는다. 인턴이라는 임시사원증으로 경험한 '사회'는 장미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앞으로 이런 세상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니. 


엄마는 직장과 사회에 대한 나의 실망, 그리고 자괴감에 대한 얘기들을 듣더니 나는 너무 원론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내 얘기를 듣더니 "그래 네 말도 틀린건 아니야. 세상이 참 옳지 않지. 그래서? 좋든 싫든 우린 여기 속해 있어. 투쟁을 할 게 아니라면 적응하는 수 밖에. 문제의식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굶을 순 없잖아?" 그래 니 말이 맞다. 너무 맞아서 반박할 수가 없다. 그래서 2016뇬 목표는 [생각 줄이기]다. 요즘 깊이 생각해봤자 느는 건 자기비하와 현실부정 뿐이다.


2. 그럼에도 음악은 좋은 것이다



내 사랑 ㅇㅈ가 추천해줬다.(고마웡<3) 미친듯이 좋음. 왜 이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흠흠 주류를 너무 피해가다가 놓친 모양이다. 나도 커뮤니티 기웃기웃해볼까0ㅅ0 사실 너무 귀찮음. 사운드클라우드 타임라인에 뜨는 곡들 하나하나 들어주는 것도 벅찬 지경.

요즘 음악 듣는게 쉽지 않다. 심리적으로 힘든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쉽.지.않.다. 핸드폰이 맛이 갔는지 멜론이든 사운드 클라우드든 뮤직플레이어든 자꾸 지 멋대로 멈춰버리거나 재생 5초 만에 담 곡으로 넘어가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포함, 기계 전반에 욕심도 관심도 없는 편이다. 지금은 지인이 썼던 거라고 던져준 중고 갤럭시4를 쓰고 있다. 중고라 핸드폰이 느리고 배터리가 빨리 닳는 거엔 큰 불만이 없었다. 근데 음악이 재생이 안 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거 못 고친다고 하면 진지하게 새 폰 사는거 고려해볼거다. 하 여러모로 짜증나는 일상임.

3. 민음사 롤리타를 구입한지 5년 만에 끝냈다. 책을 이해하고 소화하기보다 정말 '끝내기 위해' 읽었다. 서점에 가서 책이 사고 싶어질 때마다 롤리타를 못 끝낸 것이 마음이 쓰였었다.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이 책이 계속 걸렸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끝내버렸다. 민음사판 롤리타는 가독성이 최악이다. 재수할 때 사서 읽었는데, 그때도 문장이 난해한 것이 꼭 책이 내 언어 영역 성적이 만년 2등급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서 결국 포기했었다. 심지어 그 뒤로 한 번은 한국어판이 어려운 게 번역투 문체 때문인가 싶어 아예 영문판을 빌렸는데 어휘가 너무 어려워서 역시나 포기. 내 언어 실력에 다방면으로 굴욕을 준 작품이었다. 이번엔 대학 들어와서 글도 많이 읽었겠다 내 한국어 실력도 조금은 늘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폈건만, 도무지 집중이 안 되는 산만한 문체는 여전했다. 책을 끝내고 문학동네 롤리타와 민음사판을 비교해본 글들을 읽어본 결과, 가독성은 문학동네 것이 훨씬 낫다고 한다. 심지어 민음사 번역에서 오류가 많음을 지적한 글도 있었다. 다만 민음사판은 난해한 만큼 시적인 느낌이 강해서 원작의 느낌을 더 잘 살렸다는 평이 많더라. 나같이 평소에 책 안 읽는 쪼렙 독자는 문학동네로 시작하길 권한다. 다만 문학동네가 판권을 구매한 후 민음사는 절판돼서 더 이상 안 나온다니 참고하시길. 어쩐지 중고나라에서 정가 8000원짜리가 2, 3 만원 대로 팔리고 있더라. 나도 문학동네 꺼 다시 읽어보고 싶긴 한데 내용도 다 알고 책이 너무 두꺼워서 당분간은 보류할란다.

4. 스마트폰을 없애버리고 싶다. 페이스북, 네이트판, 웹툰하면서 하루에 두세시간씩 쓰다보면 스스로 그렇게 벌레같이 느껴질 수가 없다. 


5. 세상에 오늘 글 왜 이렇게 다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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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극세사 스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