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극세사 스극 :

음악 공백기의 기록

2015. 5. 20. 03:12 from 듣고

알 사람은 알겠지만 블로그에 음악을 포스팅한지 좀 됐다.

음악 공백기가 왔다. 들을 음악이 필요해서 찾는 노래들은 있지만 진짜 너무 좋고 안 들으면 아쉬워서 자꾸자꾸 듣고 싶은 음악이 없단 뜻이다. 나는 장르에 꽂혀서 듣기도 하고 아티스트에 꽂혀서 들을 때도 있고 아니면 연관성도 없는 노래 몇 개에 꽂혀서 돌려 듣기만 할 때도 있는데 요즘은 음악을 선곡하는 손가락에 소울이 없음을 느낀다.(그래!! 소울이 없다고!!) 새로운 걸 파기엔 귀찮고 딱히 듣는게 엄청 맘에 안 들 땐 옛날에 듣던 노래들 돌려 듣는데, 갑자기 아 그 노래 좋아했었지하고 떠오르는 곡들 다시 찾아 듣는 재미에 이어폰은 매번 들고 다닌다. 공백기마다 매번 다시 돌아가는 장르, 아티스트, 곡들이 있는 걸 보면 그때 듣는 음악이야말로 내 취향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일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요즘 너무 음악 포스팅이 부진한데다가, 지금 지나가듯이 듣는 음악도 미래의 언젠가엔 내 과거 플레이리스트가 되겠다 싶어서 여기 적어보려고 한다.


1. 레드벨벳 - Be Natural, Automatic, Take it slow, Somethin kinda crazy

레벨 듣기 시작한 이후로 퇴폐미를 버리고 상큼함 지수 충전하는 중ㅎㅋㅎ SM이 한국 아이돌의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로서의 선구자라면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는 절망적이진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발랄깜찌기 타이틀곡과 성숙열매우아우아한 노래들을 번갈아가면서 활동해왔다. 행복-be natural-ice cream cake-automatic(추정) 순으로. 멜론 평에 누가 "sm이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이 고심한지 엿보이는 결과물"이라고 했는데 딱 그 말이 맞는거 같다. 개인적으론 행복이랑 아이스크림케잌 빼고 다 좋음. 스노브형 음악 소비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레드벨벳은 웰메이드라고 인정할 수 있을거 같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소시의 행보는 더더욱 미스테리.. 에프엑스와 샤이니는 그래도 자기색깔을 갖춰 가는거 같은데 피라미드의 탑에 앉아있는 소시의 결과물은 그럴까. 너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인가 아님 캐시카우라고 음악적으로 더 보여줄 생각이 없는건가.  


2. 여지의 어쿠스틱 선곡 - 프렐류드의 삼바(나희경), 물망초(박새별), 내게 와요(바닐라 어쿠스틱)


3, 캐스커 - Midnight Moment, 다시 내게

캐스커는 언제 날 잡고 본격적으로 파봐야겠음. 삘 꽂혀서 랜덤으로 열개씩 틀어보면 적어도 두 개는 건진다.




부끄럽지만 이건 입덕 영상...☞☜



부끄럽지 않아!!!!!!!!!!!!!!!!!!!!!!!!!!!!!! 나!!!!!!!!!!는!!!!!!!!!!!레드벨벳이!!!!!!!!!!!!!!좋다!!!!!!!!!!!!!!!!!!!!!!!!!좋아!!!!!!!!!!!!!!!!!!!!!!!!레!!!!!!!!!!!!!!드!!!!!!!!!!!!!!!벨!!!!!!!!!!!!!벳!!!!!!!!!!!!!!!!!!!!!!!!!!!!!!!!!!!!!!!!!!!ㄲ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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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


유재하와 맥도날드


아빠의 공부 때문에 온가족이 미국에 살던 시절우리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주말을 비워 옆 주에 살던 삼촌에게 놀러 가곤 했었다. 4시간 동안 이어지는 자동차 여행 내내 배경음악은 아빠의 소관이었는데그 덕에 또래 아이들이 한국에서 핑클과 신화에 눈을 뜨는 동안 나는 유재하와 김광석이문세김건모를 먼저 접했다나는 유재하를 좋아해서 종종 dj파파에게 직접 곡 신청을 했었다하지만 제아무리 유재하라도 주구장창 들으면 질릴 수 밖에 없는데음악도 질리고 잠도 너무 자서 하품조차 안 나올 때쯤 고속도로 허허벌판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하던 것이 바로 맥도날드였다.

 

미국에 가기 전아빠는 주말을 반납하는 직장인이었고 엄마는 대학원생으로 심지어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서 네 가족끼리 외식은 커녕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미국에서 엄마는 전업주부가 됐지만 서툰 영어로 대학원 수업을 따라가야 했던 아빠는 여전히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네 명이 4시간 동안이나 좁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게다가 함께 식사하는(심지어 밥을 먹으면 장난감을 주는 식당에서!) 이 여정이 나에게 가족애를 상징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사실 그 시절 맥도날드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는 일화들이 있는 건 아니다엄마 아빠랑 맥도날드에서 해피밀을 먹는 것 그 자체가 나한텐 하나의 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나에게 미국 시절은 대체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후일담을 들어보니 엄마와 아빠는 미국에 살던 시절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우리가 간 지 몇 달이 안 돼서 IMF가 터졌고 아빠는 급격하게 줄어든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규정을 어겨가며 틈틈이 돈을 벌었다한국에서 시댁을 모시면서도 대학원 장학금을 딸 정도로 공부 욕심이 많던 엄마는 가족의 뒷바라지를 위해 3년 동안이나 휴학을 해야 했다하지만 우리 모두 연고도 없는 땅에서 똘똘 뭉쳐 살았던 그 시절이 없었다면 우리가족이 이렇게 끈끈해질 수 없었다는 걸 안다. 3년 뒤 귀국하자마자 아빠는 다시 주말도 없는 회사원이 됐고 엄마도 다시 공부를 시작한데다가 우리 자매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각자 앞가림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동생이 대학교에 입학했던 해인 2012년의 1월 1일 새벽, 우리 넷은 심야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야식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들렀다새해 첫 식사를 맥도날드에서 한 셈인데넷이 맥도날드에서 식사를 한 건 귀국한 이후로 처음이었으니 12년 만이었다나는 해피밀 대신 양파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아빠는 여전히 치즈버거세트에 디저트를 추가했고 엄마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감자튀김을 한 군데로 모았다우리 가족은 이제 더 좋은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다하지만 내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우리만이 기억하는 시간을 끄집어낼 수 있는 진정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단 하나, 맥도날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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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방에

오디오 소파 

책 씨디 가득가득 채워놓고

그렇게 딱 한 달만 살았으면 좋겠다

밤마다 형광등 말고 스탠드 몇 개랑 캔들만 켜놔야지

스마트폰은 없애고

외국으로 여행 간다 뻥치면 아무도 굳이 안 찾겠지?(평소에도 날 찾는 사람 얼마 없지만ㅋ)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줘야겠다

일주일에 하루 저녁은 비워둘게 날 보고싶은 사람은 그 시간대에 언제든지 와서 날 볼 수 있게


자유!!!!!!!!!!!!!!!독립!!!!!!!!!!!!!덕질!!!!!!!!!!!!!!!!


이글도내일보면부끄러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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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2. 00:32 from 흘러가는대로

1. 한국에 도착하고 몇 달을 카페에tj 카라멜 마끼아또만 마셔댔다. 프랑스에서는 그로노블에서 기차를 한시간 반동안이나 타고 나가야 먹을 수 있는 음료였다. 귀국한 게 12월 말이니 이제 5개월쯤 됐으려나. 세보니 질릴 때도 됐다. 요즘 나의 초이스는 연유 라떼/사이공 라떼/아시안 라떼 etc. 달긴 마찬가지지만 카라멜 시럽만큼 인공적인 맛은 아니고 부드러워서 커피 우유 같다. 역시 최종 메뉴 선택은 달라져도 어린이 입맛은 어디 안 간다. 커피 체인에서는 안 팔고 개인 가게에서도 흔히 팔지않는 메뉴가 아니라서 메뉴판에 보이기만 하면 고민 없이 연유 라떼를 고른다. 찾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2. 시간이 흐르는게 무섭다. 대학에 입학한지 5년째. 제일 신기한 것은 고등학교를 3년 밖에 안 다녔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내게 고등학교 생활은 너무 길고 어두운 터널같이 느껴진다. 내 인생의 암흑기!!!!!!!!!! 왜 이렇게 시간이 후딱 갔나 싶더니, 내가 마지막으로 학기를 다닌 3-2땐 아직 3년차여서 크게 안 와닿었나보다. 3년과 5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고등학생의 내가, 신입생 내가 25살의 스그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멋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흐흐


3. 나도 이제 슬슬 구직활동을 해봐야겠다- 싶다가도, 공강날 평일 오후 해가 중천에 떠있을때 소파에 누워서 오디오에 재즈를 틀어놓는게 너무 좋아서, 느즈막한 오후 대로변 옆의 카페에 앉아 멍하게 하늘색 바뀌는걸 바라보는게 너무 좋아서. 이번 여름은 그냥 집에 있을까 하는 게으른 생각들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졸업하면 잉여로워도 학생 때와 같은 여유는 없을거 아닌가? 뭐? 자기합리화라고? 맞다. 흠흠


3-1. 나중에 내 집을 갖게되면 소파와 오디오만은 최상급으로 구비할 생각이다. 


4. 나만의 공간 나만의 책 나만의 음악 나만의 시간. 나의 세계에 유난히 집착하는 내가 과연 누군가의 와이프,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걱정이 오랫동안 함께 하고픈 사람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그 전에는 전혀 걱정이 안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기적이게도 내 안에 멋대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놓고는 금새 떠나버렸다. 나는 그래서 더더욱 나를 '나만의 것'들로 채우려고 했다. 타인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어도 자리가 부족해 못 내줄 정도로 꽉꽉 채우고 싶었다. 그 이후에 등장한 한 사람은 자기를 위한 공간은 없냐며 상처를 받는다. 오랜 외로움, 보답받지 못한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리는지 봐왔다. 외로움이 사람을 얼마나 삐둘어지게 만드는지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겁이 난다. 역시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여자는 그냥 평생 혼자 사는 것이 나은걸까? (고양이를 키우면서 늙고 싶기도 했는데, '더러운 집사랑 살아야 하는 고양이는 무슨 죄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


------------여기까지가 4/27일 쓴 글


1. 김작가랑 칵테일을 마셨다. 김작가는 칵테일 하나,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알딸딸하게 취해선 눈을 야하게 깜빡거렸다. 너 이 년아나중에 '아무런 사심없이 알고 지내던 오빠랑 가볍게 술을 마셨는데 그 다음날부터 계속 카톡이 오니 피곤하다'는 소리 따위 하지마라 너 술마시면 눈을 요상야리꾸리하게 떠.. 나는 칵테일 두 잔을 마셨는데 마실 때 술 맛이 안 느껴진다며 커피마냥 포풍 드링킹하다가 결국 두 잔에 얄랑얄랑해졌다. 목감기 때문에 밤이 깊어질수록 목소리가 허스키해졌다. 술을 마시니 그것도 기분 좋게 들리더라. 김작가와 나는우리 너무 저렴하게 취하는거 아니냐며 좋아했다. 술 두 잔에 이런 감정적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술 약한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1-1. 우리가 갔던 칵테일바는 작고(테이블이 세 개 뿐) 적당히 깔끔해서 컷팅엗지 모던 삐까뻔쩍은 아니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거기에 카운터 하나, 드럼 세트 한 개와 재즈가 나오는 큰 오디오. 바라기 보다 남의 집에 하우스파티 간 느낌이었다. 우리 동네에도 그런거 하나 있엇음 좋겠다. 좋은 음악 들으면서 술도 같이 마신게 너무 오랫만이라 감동적이었다.

 

2. 밤공기가 너무 좋다. 이런 날씨엔 밤마실만 나가도 기분이 금방 좋아진다. 너무 오랫만에 느끼는 기분이라 왜인가 되짚어보니 프랑스로 떠난게 작년 겨울 끝자락이라 그런거였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간절기 밤마실을 만끽한게 2013년 가을,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이라는 얘기다. 와.. 남자친구를 만나기전이라니 이젠 기억도 안 난다. 내가 언제 싱글이었던 적이 있었나?(재수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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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2015. 4. 29. 23:16 from 읽고




"술맛이 참 부드럽네요, 미스 어밀리어. 역시 이 집 술은 뭔가 달라도 달라."(중략) 직조기와 저녁 도시락, 잠자리, 그리고 다시 직조기, 이런 것들만 생각하던 방적공이 어느 일요일에 그 술을 조금 마시고는 늪에 핀 백합 한 송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손바닥에 그 꽃을 올려놓고 황금빛의 정교한 꽃받침을 살펴볼 때 갑자기 그의 마음속에 고통처럼 날카로운 향수가 일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눈을 들어 1월 한밤중에 하늘에서 차갑고도 신비로운 광휘를 보고는 문득 자신의 왜소함에 대한 지독한 공포로 심장이 멈추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미스 어밀리어의 술을 마시면 이런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

그러나 카페란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부자이고 탐욕스러운 늙은 악한도 카페에서는 행동을 조심하고 누구를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가난한 사람들도 새삼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소금병 하나라도 우아하고 겸손하게 집는다. 제대로 된 카페라면 우정과 복부의 포만감, 그리고 흥겨움과 우아한 분위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날 밤에 미스 어밀리어의 가게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런 규칙들을 미리 말한 적은 없었다. 그때까지 이 마을에 카페라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규칙과 문화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이 카페가 마을의 중심이 된 것은 이런 따뜻함이나 실내 장식들, 그리고 밝은 불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 카페를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데는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직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모종의 자부심과 관계가 있다. 이 새로운 자부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값어치가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장 주위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 가족에게 필요한 음식이나 옷,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고깃기름을 넉넉히 갖다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인생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하나의 길고 어두운 싸움일 뿐이었다.(중략) 마을 사람들은 이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있을 때 그런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그들은 미스 어밀리어의 카페에 오기 전에 세수를 했고 카페에 들어올 때는 정중하게 문지방에 신발을 문질러 흙을 털었다. 카페에 앉아있는 단 몇 시간이라도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었다. 


*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마빈 메이시를 쫓아내지 못했는데, 이는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과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보고 난 후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지독한 고문이다. 난롯불만 타고 있는 방에서 갑자기 시계의 똑딱거린느 소리가 멈출 때 느껴지는 정적과 텅 빈 집안에 너울거리는 그림자 - 이런 혼자라는 공포와 마주하기보단 차라리 철천지 원수를 들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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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2. 23:00 from 흘러가는대로


1. 고민이다. 블로그에 좋은 것들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요즘 글빨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글은 못 올리겠고, 글을 못 쓰겠다면 좋은 컨텐츠를 추천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생활에 치이다보니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일기도, 추천도 아닌 .들만 잔뜩 올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투데이가 10을 넘나드는 걸 보며 매일 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은 뭘 기대하고 방문하시는걸까 싶다. 우연이든 의도든 간에, 방문하시는 분들 모두 고마워요!


2. 요즘 학교 도서관 앞에서 비평과 창작이 매대를 세워놓고 책들을 싸게 팔고 있다. 책을 사도 다 읽을 확률은 50%도 안 되는 주제에 이상하게 책 욕심은 많아서 어제 오늘 내내 침을 흘리다 결국 세 권이나 샀다. 그 외에도 내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많았으나 너무 두껍고 비싸서 아쉬운 척(!)하면서 포기. 비싼데다 사봤자 다 읽지도 못하고 결국 표지만 훑은 다음 끝내지도 못한 책을 추천하고 다니는 한심한 짓을 할게 뻔했다. 몇 년 전,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던 친한 군인 친구에게 한때 읽다가 포기했던, 하지만 '좋은 책'임은 분명한 철학 입문서를 추천해줬었다. 그 친구는 그 책을 다 읽고 어마어마하게 좋은 책이라며 나를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1/3도 못 읽은 책을 추천해서 칭찬을 받다니. 뿌듯하기보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요즘 여러모로 느끼지만 배움에 대한 내 열의는 호기심이라기보단 지적 허영심에 더 가까운거 같다. 지적 호기심을 지녔다고 하기에 나는 너무 게으르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책은 커녕 신문 기사 하나도 한 호흡으로 읽어내리질 못하니 가히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내 친구들 중에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오해를 풀고 싶다. 사실 너한테 추천한 책을 내가 읽었을 확률은 50퍼 밖에 안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도망)


3. IZE 매거진의 여성 혐오 엔터테인먼트 특집 기사 '이것이 왜 정치가 아니란 말인가'. 이 기사를 쓴 최지은 기자의 글로 아이즈에 입문했었다. 오피니언 글을 논리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요즘 실감하고 있는데 최지은 기자는 이 진지함과 가벼움의 줄타기를 잘하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이란 주제와도 관련 있어서 엄청 재미있게 읽음.


기사의 요지는 텔레비전이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관련된 소구들을 끊임없이 차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와 예능, 개그 프로그램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뤄지는 여성 비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에 우리는 너무 무감각해져있고 또 너무 익숙해있다. 누군가 기분 나쁜 농담을 했는데 여기에 '기분이 나쁘다'라고 피력하면, '농담일 뿐인데 왜 그렇게 진지하냐. 찔리는 것 있냐'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격. 현대 텔레비전의 여성 비하는 딱 이 수준이다. '기분 나쁜 농담' 축에도 못 낀다. 뭔가 기분 나쁜데 딱히 뭐가 기분 나쁜지 찝어서 설명 못할거 같은 그런 농담이랄까.  


텔리비전 폭력물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뮤니케이션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그 중에서도 Aggressive cue와 Priming effect 은 텔레비전이 지닌 '학습'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그 과정은 이러하다 : 


1. 시청자가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의 맥락적인 디테일을 관찰한다.

2. 반복적으로 1의 화면에 노출되면 시청자는 폭력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 속의 디테일(특히 폭력의 대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

3. 시청자가 현실에서 폭력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평소 텔레비전에서 봐왔던 폭력물과 관련있는 생각 혹은 행동을 하게 된다. 텔레비전 속에서 펼쳐줬던 가상 현실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 상황에서 할 사고/행동 방식에 영향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폭력물에서 악당 흑인을 백인 경찰이 잡아서 무찔렀다면 이런 화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흑인은 때려도 된다'라는 고정 관념을 형성하고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 흑인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이 이론을 설명하시면서 개그 프로그램들이 여자개그맨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와 연결지어 설명하셨다. 뚱뚱하고 못생긴 개그우먼이 구박을 당하는걸 보며 시청자가 웃을때, 아이들은(어른도 예외인거 같진 않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는 천대받아도 된다'라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그래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사소해보일지언정 절대 '가벼운 농담'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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